윤-기시다, 스탠퍼드대 좌담회…"빅매치 잘하길" 좌중 웃음(종합)

한일 정상 첫 3국 공동 행사…한일 수소 협력·스타트업 협력 합의
윤 "한미일 공동기술 개발, 인류 삶 풍요롭게…공동 프로젝트 실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에서 한일 정상 좌담회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 2023.11.18/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샌프란시스코·서울=뉴스1) 나연준 최동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공동 좌담회를 갖고 '한일 수소 협력'에 합의했다. 양 정상은 기시다 총리의 제안으로 '한일 스타트업 협력'에도 공감대를 모았다.

윤 대통령과 후미오 총리는 이날 오후 미국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대에서 '한일 및 한미일 첨단기술 분야 협력'을 주제로 공동 좌담회를 가졌다. 한일 정상이 제3국에서 공동 행사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한미일 3국이 원천 첨단기술 분야의 공동 프로젝트를 발굴해 추진하기 위한 논의를 즉각 실시할 것"이라며 △원천 첨단기술 협력 △인공지능(AI)·디지털 규범 확립 △탄소 저감 및 청정에너지 기술 협력 등 한미일 3국 간 협력 어젠다를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8월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를 통해 한미일 3국 협력을 '포괄적 협력체'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한 점을 상기하며 "철학과 가치를 공유하는 한미일이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성과를 함께 공유함으로써 3국의 국민은 물론 인류 전체의 삶을 더욱 자유롭고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특히 한일 정상은 이번 좌담회를 통해 '한일 수소 협력'을 논의했다. 수소 분야는 양국 모두에서 협력 잠재력이 큰 분야다. 한국은 수소차와 발전용 연료전지 보급 등 수소 활용 측면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고, 일본은 가장 많은 수소 특허를 보유한 기술선진국이다.

하지만 한일 모두 '청정 수소' 생산 여력은 부족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민간 기업을 중심으로 호주, 중동 등 제3국 공동 생산을 위한 협력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고 고효율 기술 등 분야에서 협력 잠재력도 매우 크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수소 분야에서도 국제 수소연료전지 파트너십을 중심으로 한미일 3국 간의 정책 공조가 강화되고 있다"며 "기술 개발, 제도, 인프라 등 다방면에서 3국 간 청정에너지 협력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3월 한일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냉랭했던 한일 관계가 전격 개선된 점을 언급하면서 "윤 대통령과 저는 올해에만 벌써 7차례 회담을 가졌다. 문자 그대로 신기록"이라고 한일 우호 협력 관계를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앞으로 세계를 바꿀 이노베이션(혁신)은 한 나라만으로는 일으킬 수 없다"면서 "일본의 부품소재 기술, 한국의 양산 기술, 미국의 AI칩 등이 그렇다. 과학기술에서 일한 및 일미한이 연대해 세계를 바꿔나갈 것"이라고 했다.

양 정상은 이튿날(18일·현지시간) 스탠퍼드대와 캘리포니아대(UC 버클리) 간 미식축구 경기가 열리는 점을 공동으로 언급하면서 "빅매치를 잘하길 바란다"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좌담회 사회를 맡은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은 "내일 경기 결과는 꼭 알려드리도록 하겠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한일 정상은 좌담회 후 스탠퍼드대 학생들과 질의응답을 갖고 청정에너지 전환, 양자기술 협력 방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에서 한일 스타트업 간담회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 2023.11.18/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한편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이날 좌담회에 앞서 스탠퍼드대 후버 연구소에서 가진 '한일 스타트업 간담회'에 참석해 실리콘밸리에서 미래의 혁신을 이끌며 활약하는 한일 양국 스타트업 대표들과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 자리에서 '한일 스타트업 협력'과 '한일 수소 협력'을 제안했다. 기시다 총리는 인적투자, 기술혁신, 그린·디지털 전환과 함께 스타트업 육성을 경제회복을 위한 4대 전략 분야로 제시하고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윤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 양국 스타트업의 경쟁력이 우수한 만큼 양국의 연대와 협력이 확대되면 훌륭한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기대한다"며 "양국 정부는 다양한 분야에서 스타트업의 교류와 협력을 지원해 우리 미래세대의 도전과 혁신을 함께 뒷받침할 것"이라고 협력 의지를 밝혔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한일 관계 복원에 따라 안보, 경제,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이 정상화되는 가운데 AI, 바이오, 빅데이터 등 우수한 딥테크 기술을 갖춘 우리나라 스타트업에게는 일본시장 진출은 물론, 제3국 시장 공동진출도 도모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 정부는 내년 초 일본 도쿄에 코리아스타트업센터를 개소해 양국 스타트업 교류의 거점을 마련하고, 한-일 양국 스타트업의 교류 협력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한일 스타트업 간담회에 한국 측에서는 이재성 트웰브 랩스 대표, 배정용 KIC 실리콘밸리 센터장, 이동희 딥블루닷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일본 측에서는 마쓰오카 Yohana CEO, 오시바 Robust Intelligence 창업자, 아카시 JIC 책임 등이 자리했다.

한일 정상 좌담회에는 스탠포드 대학 관계자, 대학생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대통령실은 "양 정상이 미국의 미래세대와 첨단 산업과 혁신 기술에 대해 소통함으로써 한미일 3국이 미래 성장동력인 첨단 과학 기술 분야의 협력 방향을 모색하는 기회가 됐다"고 평가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