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보이는 소화기'…설치대수 태부족 [현장, 그곳&]

황아현 기자 2023. 11. 18.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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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용인특례시 기흥구 신갈동 다세대주택 인근 골목가. 건물 외벽에 낡은 전기 전선이 엉켜 있고, 바닥엔 가연성 높은 재질인 나무 판자 등이 버려져 있다. 황아현기자

 

17일 오전 10시께 남양주시 진전읍 창현시장 일대 골목. 수 많은 상점들이 다닥다닥 모여있는 이곳에는 각종 종이상자 등 가연성 물건들이 쌓여있었지만, 소화기는 한 대도 찾아볼 수 없었다. 더구나 이곳은 사람 한두 명이 겨우 오갈 수 있을 정도로 길 폭이 좁아 불이 나면 소방차 접근이 불가능한 곳이었다.

같은 날 오후 용인특례시 기흥구 신갈동과 성남시 중원구 하대원동 인근 다세대 주택가도 마찬가지. 다닥다닥 붙은 주택 건물들 내부 복도 대부분엔 소화기와 스프링클러 등 소화 장비가 없었다. 건물 앞 좁은 도로는 불법 주차된 차들로 막혀 있어 승용차 한 대도 겨우 오갈 정도였다. 주민 최영훈씨(35)는 “불이 나면 기본적인 소화 장치도 없고 소방차 진입도 어려워 대형 화재로 번질까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가 화재 예방 대책으로 도입한 ‘보이는 소화기’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각 지자체별로 화재 빈도 등과 무관하게 소화기 보급률에 차이를 보이고 있어 화재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한 신속한 보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7일 수원특례시 장안구 한 전통시장 골목 일대에 설치된 보이는 소화기 모습. 황아현기자

이날 본부 등에 따르면 2016년 경기도에 처음으로 도입된 ‘보이는 소화기’는 화재 취약 구역 내 눈에 잘 띄는 곳에 설치하는 소화기로 소방차 등의 진입이 어려운 지역에서 초기 진압을 돕는 역할을 한다.

도내에 설치된 보이는 소화기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8천698대다. 1년 먼저 해당 사업을 시작한 서울시(약 4만3천대)와 비교하면 20%정도에 그치는 수준이다.

지역별로도 차이가 난다. 최근 3년간(2021~2023) 화재가 가장 많이 발생한 화성시(1천762)엔 672대의 소화기가 설치돼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화재 건수가 적은 남양주시(977건)는 79대 밖에 없다. 오히려 남양주시보다 적은 시흥시(929건)의 보이는 소화기 설치 대수(200대)가 2.5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보이는 소화기는 초기 진압에서 효과가 있어 각 시·군 내 화재 취약 구역을 중심으로 늘려가야 한다”며 “소방당국은 시장 상인회 등에 소화기 필요성을 홍보·교육하고, 이를 사용한 합동 훈련을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소방재난본부는 “예산 2억3천여만원을 확보, 화재 취약 구역 중심으로 소화기 1천365개를 추가 보급하겠다”며 “현재 진행 중인 대면 홍보·교육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황아현 기자 1cor103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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