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 역사상 이런 적은 없었다...역사상 첫 승점 10점 삭감→19위 추락→강등 확률 30% 폭등

김대식 기자 2023. 11. 1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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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카이 스포츠

[인터풋볼] 김대식 기자 = 사상 초유의 징계를 받은 에버턴의 강등이 정말 현실화될까

프리미어리그(PL) 사무국은 17일(한국시간) 공식 채널을 통해 "PL의 수익성 및 지속 가능성 규칙을 위반한 에버턴의 승점은 즉시 10점 삭감될 것이다"라며 징계를 발표했다.

에버턴은 지난 3월에 PL로부터 수익성 및 지속 가능성 규칙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에 들어갔다. 수익성 및 지속 가능성 규칙에 따라서 독립적인 위원회가 구성됐다. 독립 위원회는 장기간에 걸쳐서 에버턴의 손실액에 대해서 파악을 진행했다.

승점 삭감은 놀랍지만 현지에서는 이미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던 분위기다. 지난 10월 영국 '텔레그래프'는 "PL은 에버턴에 수익 및 지속 가능성 규칙을 위반한 혐의로 12점 감점을 권고했다. 에버턴은 PL의 재정적 규제 위반 혐의에 대한 싸움에서 패배할 경우, 큰 제재를 받을 위협에 직면했다. 이번 결정은 올해 말에 내려질 예정이다"고 보도한 바 있다.

에버턴이 어긴 수익성 및 지속 가능성 규칙이란 2013년부터 실시된 PL의 자체적인 재정 규제다. PL에 속한 구단들은 3년 동안 손실액이 1억 500만 파운드(약 1687억 원)를 넘어선 안된다는 게 규제의 핵심이다.

'텔레그래프'가 에버턴의 승점 삭감 가능성을 보도했을 당시에 공개한 에버턴의 손실액을 1억 500만 파운드를 훌쩍 뛰어넘은 3억 400만 파운드(약 4895억 원)에 달했다. 사실상 규제를 지키려고도 노력하지 않았다는 셈이다.

PL은 재정 규제를 완전히 어겨버린 에버턴을 통해서 본보기를 보여주길 원했고, 승점 삭감이라는 중징계까지 고려한 것이다. 이를 두고 '텔레그래프'는 "승점 삭감은 잉글랜드 상위 리그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이는 라이벌 구단들에게 패닉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제제는 최근에 계속해서 강등권 싸움을 했고, 지금도 강등권과 승점 차이가 3점밖에 나지 않는 에버턴을 강등 위기로 내몰 것"이라고 분석했다.

PL 역사상 이렇게 강력했던 징계도 처음이다. 영국 'BBC'는 "PL 역사상 다른 ​​두 클럽만이 승점 감점을 받았다. 미들즈브러는 1996-97시즌 블랙번을 상대로 경기를 치르지 못해 승점 3점을 감점받았다. 2010년 포츠머스는 행정 관리에 들어간 후 승점 9점을 감점 당했다"고 설명했다. 에버턴보다도 징계 수위가 더 낮았지만 두 팀은 결국 강등이라는 결말을 마주하고 말았다.

에버턴은 1994-95시즌의 기억을 되살리는 수밖에 없다. PL 역사상 12경기에서 승점 4점만 가져왔었던 3번의 경우에서 강등 지옥에서 살아남은 팀은 1994-95시즌 에버턴이 유일하다. 19년 만에 다시 한번 심각한 강등 위기가 찾아온 에버턴이다.

[사상 초유의 승점 삭감 징계]

결국 승점 삭감 징계가 떨어졌다. 독립 위원회가 지난 3년간 에버턴의 손실액을 조사한 결과, 에버턴의 손실액은 '텔레그래프'의 보도대로 3억 400만 파운드가 아닌 1억 2450만 파운드(약 2001억 원)로 밝혀졌다. 2000만 파운드(약 322억 원) 정도를 초과한 셈이다.

받아들이기에 따라선 2000만 파운드가 적다고 느껴질 수도 있는데 PL은 강력한 처벌을 내렸다. 기존에 승점 14점으로 14위를 달리고 있던 에버턴은 승점 삭감 징계로 인해서 승점 4점이 됐다. 이는 최하위 번리와 동률이다. 번리보다 골득실에서 앞서서 19위에 자리한다. PL은 시즌이 끝나면 18~20위까지 챔피언십(2부리그)로 강등된다. 아직 리그는 많이 남았지만 에버턴은 강등 위기에 직면했다.

에버턴의 징계가 발표된 후에 영국 '스카이 스포츠'는 축구 통계 매체 'OPTA'의 자료를 토대로 에버턴의 강등 확률이 얼마나 증가했는지를 분석했다. 승점 14점이었을 때를 기준으로 에버턴의 강등 확률은 3.5%에 불과해 매우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승점 10점이 삭감되면서 강등 확률이 무려 30.6%나 증가했다. 에버턴의 징계로 인해서 강등권에 머물고 있던 구단들은 조금은 숨통이 트이게 됐다.

사진=원풋볼

현재 최하위를 달리고 있는 번리는 강등 확률이 86.6%에서 80%로, 에버턴 덕분에 18위가 된 셰필드 유나이티드는 84.2%에서 78%로, 17위로 올라선 루턴 타운마저 77.8%에서 70%로 강등 확률이 떨어졌다. 에버턴이 승점 삭감 징계를 받아 충격을 받고 계속해서 강등권에 머문다면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에버턴의 강등은 팀 역사에서 치명적일 수도 있다. 현재 에버턴은 노후회된 구디슨 파크를 대신해줄 새로운 홈 경기장을 건설하고 있는 중이다. 리버풀 브램리-무어 도크에 건설 중인 새 경기장을 완성하기 위해선 다시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한 상황이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에버턴의 징계 후 "팬들의 걱정하는 시나리오 중 하나는 구단이 강등될 경우, 클럽 미래의 얼굴이었던 브램리-무어 도크의 새로운 에버턴 스타디움이 다른 사람의 경기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가지 시나리오는 현금을 조달하기 위해 구장을 매각하고 에버턴이 임차인이 되는 합의에 도달한다는 것이다"고 언급했다. 에버턴이 팀의 미래를 위해서 계획했던 모든 준비들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사진=에버턴

[항소 제기한 에버턴]

에버턴은 PL의 발표가 나온 후 성명서를 통해 "우리는 PL 위원회의 판결에 충격과 실망을 동시에 받았다. 위원회가 전적으로 불균형하고 부당한 스포츠 제재를 가했다고 믿는다. 클럽은 이미 PL에 이번 판결에 대해 항소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제 항소 절차가 시작될 것이다. 클럽의 사건은 적절한 시기에 PL 리그 규칙에 따라 임명된 항소 위원회에서 심리될 것이다"고 발표했다.

이어 "에버턴은 PL에 제공한 정보가 공개적이고 투명했으며 항상 프로세스의 무결성을 존중해 왔다고 주장한다. 클럽은 최선의 선의로 행동하지 못했다는 조사 결과를 인정하지 않으며, 이것이 절차 과정에서 PL가 제기한 주장이라는 것도 이해하지 못한다. 위원회가 부과한 제재의 가혹함과 엄격함은 제출된 증거를 공정하게 반영하지도 합리적으로 반영하지도 않는다"며 억울함을 이야기했다.

더불어 에버턴은 "클럽은 또한 PL의 이익 및 지속 가능성 규칙과 관련된 다른 모든 사건에서 내려진 결정을 큰 관심을 가지고 모니터링할 것이다. 우리는 항소 절차가 끝날 때까지 이 문제에 대해 더 이상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맨체스터 시티의 기소 결과도 지켜보겠다며 PL에 압박을 가했다.

현재 맨시티 또한 PL 사무국으로부터 리그 재정 규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혐의만 115개다. 지난 2월부터 에버턴과 똑같이 독립 위원회가 편성돼 철저히 조사 중이다.

에버턴의 항소를 두고 '스카이 스포츠'의 카베 솔레콜 기자는 "항소를 결정하면 새로운 항소 위원회가 구성되어 항소를 듣고 이 처벌이 너무 가혹한지, 승점 삭감 징계를 축소해야 하는지, 벌금이나 이적 금지로 변경해야 하는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우리는 아직 이 과정이 끝나지 않았지만 PL는 이번 시즌이 끝나기 전에 이 과정이 끝나기를 매우 열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이것이 여름이나 다음 시즌까지 계속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이번 시즌 안에 결말이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에버턴 징계 반응]

리버풀 원클럽맨이자 전설이었던 캐러거는 17일 자신의 SNS를 통해 "에버턴 승점 10점 삭감 징계는 과도하고 옳지 않다. 에버턴은 지난 몇 년 동안 재정 문제를 두고 PL 위원회와 협력한 걸 알아야 한다. 다른 구단들처럼 회피하고 노력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에버턴 문제를 다루는데 큰 압력이 있었을 것이다. PL 상위 6개 팀들은 리그 자체를 떠나려고 했는데 아무런 제재가 없었다. 그러한 면을 고려했을 때, 이번 징계는 더 옳지 않다"고 했다. 캐러거가 말한 리그 이탈 사건은 유럽슈퍼리그를 의미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맨체스터 시티, 리버풀, 첼시, 토트넘 훗스퍼, 아스널은 슈퍼리그 창단을 이유로 PL을 떠나려고 했지만 징계를 받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캐러거는 "(비슷한 혐의를 받는) 타 구단들이 제재를 받기 전까지는 에버턴이 이용을 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에버턴에서 뛰었던 앨런 스텁스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가혹한 처벌이다. 분노가 뒤이을 것이다. 내가 느끼는 건 우리가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점이다. 클럽 운영은 아쉽지만 그건 다른 문제다. 우리 같이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일부 에버턴 팬들은 항의 표시를 위해 배너와 깃발을 만들 준비를 마쳤고 모금 운동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잉글랜드 국가대표이자 'BBC' 프로그램 진행자인 게리 리네 역시 "에버턴이 승점 10점 삭감 징계를 받은 가운데 다른 클럽들도 제재를 받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에버턴은 잉글랜드 대표 명문이다. 무려 70년이 넘도록 1부리그 생활을 하고 있는 팀으로 우승 이력도 9회나 되는 역사가 깊은 팀이다. PL 창단을 함께 한 구단이기도 하다. 최근 들어서는 팀 성적이 심각하게 문제가 되는 중이다. 2021-22시즌은 16위, 2022-23시즌은 17위로 간신히 PL에 잔류했다. 이번만큼은 제대로 위기가 닥친 에버턴이다.

[벌벌 떨고 있는 맨시티와 첼시]

에버턴의 징계 발표 후 초긴장 상태가 된 건 맨시티와 첼시다. 지난 2월 PL 사무국은 "리그 규정 W.82.1에 따라, PL 사무국은 맨시티의 리그 규정 위반 혐의를 규정 W.3.4에 따라 위원회에 회부했음을 알린다"고 공식 발표했다.

보도에 따르면 PL 사무국은 지난 4년 동안 맨시티를 조사를 진행했고, 조사로 밝혀진 맨시티의 재정 규정 위반 혐의는 무려 115번이었다. 이미 PL 자체의 독립 위원회가 꾸려져 맨시티의 혐의에 대해서 더 상세히 조사 중이다. 당시 영국 '타임즈'의 마틴 지글러 기자는 "맨시티는 혐의가 입증될 경우 승점 삭감이나 리그 퇴출 등 제재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첼시는 로만 아브라모비치 전 구단주 시절에 부정 행위를 저질렀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중이다. 첼시 구단에서 지급해야 할 돈을 아브라모비치 구단주 소유 회사가 대신해서 지급했다는 보도가 현지에서 흘러나왔다.

첼시가 부정 행위를 저질렀다는 게 인정되면 역시 중징계가 예상된다. 축구 재정 전문가인 키어런 매과이어는 "클럽이 수익성과 지속 가능성 규칙을 회피하기 위해 제3자 거래를 이용했다는 증거가 있다면 제재는 벌금이나 승점 삭감이 될 것이다. 첼시의 상황을 조사하는 주체들은 다른 구단에서 이런 행위를 따라하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걸 원하기에 후자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예측했다.

맨시티와 첼시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에버턴이 엄청난 중징계를 받게 되자 두 팀의 징계 역시 매우 강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추세다. 과거 맨시티와 일한 바 있는 스테판 보슨 변호사는 "에버턴의 승점 10점 삭감 징계는 매우 가혹해보인다. 하지만 이는 맨시티의 혐의가 입증됐을 때와 첼시가 기소된 후 혐의가 인정될 경우, 두 팀을 향한 제재는 강등이라는 징계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강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글러 기자 역시 "에버턴 제재를 고려하면 맨시티, 첼시 혐의가 입증되고 징계가 확정된다면 승점 30점 삭감 혹은 PL 자동 강동이 현실화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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