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1조 클럽' 실종…연이은 겹악재 울상

김사무엘 기자 2023. 11. 18.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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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거래대금 감소와 부동산 시장 침체 등 증권업계의 악재가 이어지며 올해 영업이익 1조원을 넘는 증권사는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대규모 미수금 사태 등 돌발변수도 실적에 발목을 잡았다. 고금리 환경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증권업황의 유의미한 반등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8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예상 영업이익 기준으로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증권사는 한 곳도 없다. 가장 높은 영업이익이 예상되는 곳은 삼성증권이다. 올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6.2% 증가한 9029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해 증권사 중 유일하게 '1조 클럽'이었던 메리츠증권은 올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8.6% 감소한 7805억원으로 예상됐다.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6048억원으로 전년 대비 26.5% 감소했다.

2020년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하며 증권업계에서 사상 처음으로 1조 클럽 문을 열었던 미래에셋증권도 올해 실적은 다소 부진하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6114억원으로 전년 대비 19.1% 감소했고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8% 줄어든 778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대형 증권사들도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5000억~6000억원 수준에 머물며 사실상 1조 클럽 달성은 어렵게 됐다. 1조 클럽은 2020년 미래에셋증권이 처음 달성한 이후 2021년에는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등이 1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메리츠증권이 유일했다.

올해 증권사 실적이 부진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리테일(소비자 금융) 부문에서는 주식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증권사 주요 수익원인 주식 거래대금 부진이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주식시장(코스피+코스닥 합산) 일평균 거래대금은 19조8640억원으로 전년 대비 24.8% 증가하긴 했지만 2020년 23조원, 2021년 27조2930억원 대비로는 20~30% 낮다. 올해 월별 거래대금 추이도 상반기보다 하반기로 갈수록 감소하는 추세다.

CFD(차액결제거래)와 미수금 등 신용상품에서 예상치 못한 사고가 터지며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영향도 크다. 키움증권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8416억원으로 유일하게 1조원 이상 달성이 유력했지만 지난달 20일 영풍제지 하한가로 인해 4943억원의 미수금이 발생하면서 미수금 상당 부문을 충당금으로 쌓아야 했다. 4분기 영업손실이 반영되며 연간 영업이익은 6688억원 정도로 예상됐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상반기 CFD 사태, 하반기 대규모 미수금 발생 사태 등 일부 회사가 리스크 관리에 실패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향후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하는 등 금융시장 환경이 우호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투자중개부문의 실적도 유의미한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는 부동산 PF를 주요 수익원으로 했던 증권사들에 타격을 줬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으로 전국 주택 분양사업장 곳곳에서 미분양이 발생하며 증권사들의 리스크 관리에 불똥이 떨어졌고 대부분 사업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부동산 PF 사업을 가장 적극적으로 하는 메리츠증권의 경우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기업금융수수료(부동산 PF 수수료 포함)가 2728억원으로 전년 대비 31% 감소했다.

채권 금리의 상승은 증권사의 자기자본 매매 수익에 악영향을 미쳤다. 올해 2월 3.11%까지 떨어졌던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은 3월 이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 10월4일에는 연중 최고치인 4.108%까지 올랐다. 채권 금리가 상승하게 되면 증권사는 채권 가격 하락으로 인해 대규모 평가손실을 반영하게 된다.

김 수석애널리스트는 "금리 변동성 확대와 부동산 금융 건전성 저하로 증권사 실적의 상고하저 흐름이 지속된다"며 "중소형사는 국내 부동산 PF 손실 부담이, 대형사는 해외 부동산 손실 부담이 향후 재무구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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