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만나면 ‘이것’ 묻고싶다” [신기자 톡톡]
충주시청 홍보관 김선태 주무관
구독자 47만명 유튜브 ‘충TV’ 운영
김 주무관은 충주시청의 공식 유튜브 채널 ‘충티비(충TV)’ 채널에 직접 콘텐츠를 기획해서 올리는 유튜버이기도 하다. 충주시 채널의 구독자 수는 47만명으로, 연예인이나 일반 유튜버가 운영하는 채널이 아닌데도 구독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충주시 홍보를 위해 만드는 영상인데도 영상이 기발하면서 재미있어서다.
예를 들어 충주 옥수수 홍보 영상인 ‘홍바오 생옥수수 먹방’에서 그는 판다처럼 분장을 하고 껍질에 쌓여 있는 충주산 생옥수수를 쩝쩝 소리를 내면서 뜯어 먹는다. 인기 판다 ‘푸바오’가 대나무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흉내 내 사람들에게 재미와 웃음을 주면서 충주산 옥수수를 자연스럽게 홍보한 것이다. 약 3개월 전에 올라간 이 영상은 누적 조회 수 81만을 기록할 만큼 인기가 있다.
‘전충주’라는 영상에서는 사기 논란을 일으킨 전청조 씨를 따라한 ‘아이 엠 충주예요(I am 충주예요)’라고 말하면서 충주시를 짧고 강렬하게 알리기도 했다. 지난 10월 31일에 올라간 이 영상은 누적 조회 수 127만을 기록할 만큼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전청조 씨는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 씨의 재혼 상대였으며, 각종 사기 혐의로 현재 구속된 상태다.
개그맨 황제성 씨가 영국 가수 샘 스미스의 노래 ‘언홀리(unholy)’의 춤을 따라한 영상을 김 주무관이 다시 패러디하면서 엄청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김 주무관이 공무원인 것을 모르는 채 해당 영상을 본 많은 사람들은 그를 신인 혹은 무명 개그맨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영상을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기가 뜨거운 이 영상은 누적 조회 수 437만번을 기록했다.
김 주무관을 만나 그가 유튜버가 된 이유, 지금까지 걸어온 길,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봤다.
-하루 일과는.
▷정말 바쁘게 일하고 있다. 유튜브 콘텐츠 만드는 일은 물론 타 부서 혹은 공공기관 등과 협업도 많이 하고, 언론사나 대학교, 지자체, 여러 기관 등에서 인터뷰 혹은 강연 섭외 요청도 많이 받는다. 충주시에서 유튜브 영상 콘텐츠 제작을 위해 별도 팀을 만들어주고 제작비 지원 등을 적극적으로 해주는 게 아니다. 유튜브 영상 콘텐츠 기획도 혼자 한다. 혼자 하는 일이 많아서 정말 바쁘다.
-어떻게 유튜버가 됐나.
▷충주시 홍보업무를 맡게 되면서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서 운영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의견을 냈더니 윗분들이 그냥 “네가 유튜브 만들어서 운영해”라고 지시했다. 유튜브 세계를 전혀 모르는 채 유튜브 채널 운영을 맡게 되면서 2019년 4월 ‘충TV’를 개설했다.
-유튜브 수익 신청을 안 해서 수익이 없다고.
▷그렇다. 앞으로도 수익 신청을 안 할 생각이다. 유튜브 수익이 발생해도 그 수익금이 제 돈은 아니다. 수익이 발생하면 제 업무량이 더욱 늘어날 것이다. 나중에 골치 아픈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수익 신청할 의향이 없다. 수익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충TV’ 영상을 보는 게 중요하다.
국민들도 제가 수익 신청을 안 했고, 유튜브로 돈을 버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충TV’에 더욱 주목해주는 것 같다. 저를 불쌍하게 여기고 저를 좋아해주시는 분들도 적지 않다고 들었다.
-지금처럼 인기가 많을 줄 알았나. 인기 비결은.
▷‘충TV’를 개설하고 2~3달 후 무렵까지 구독자가 1000명대였다. 유튜버가 되면 소위 ‘대박’을 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꽤 오래 걸렸다. 유튜브 영상을 재미있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영상 분량도 너무 길면 안 된다. 솔직히 영상이 재미있어서 인기가 많은 것 같다.
-조직 내에서 질투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은데.
▷저도 저 같은 사람이랑 같이 근무했으면 싫어했을 것 같다. 시끄럽고 나대는 사람을 싫어한다.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무엇인가 시도하는 것은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이다. 저를 싫어하고 욕하고 다니는 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혹은 욕을 덜 먹기 위해 이제 와서 제가 평범하고 무난한 콘텐츠를 만든다고 그 사람들이 저를 좋아할까. 미움 받을 용기도 필요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충TV’ 영상은.
▷영상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서 올리기 때문에 가장 마음에 드는 영상을 꼽을 수 없다. 2019년 만들어서 올렸던 영상 ‘국내 최초 하수처리장 먹방-극한 공무원편’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당시 먹방(음식을 먹는 방송) 영상 콘텐츠를 만들기로 결정했을 때 음식보다는 장소를 먼저 정하기로 결정했다.
어디에서 촬영하면 눈길을 끌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하수처리장이 떠올라서 하수처리장에서 하이라이스를 먹었다. 하수처리장을 소개하려고 만든 영상은 아니었는데, 하수처리장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하수처리의 효과 등을 알리게 돼서 좋았다.
-언제 공무원이 됐나.
▷어린 시절부터 장래 희망이 판사일 만큼 판사가 되고 싶었다. 6년 동안 서울 신림동 고시원 등에서 사법고시를 준비하며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어떤 사안에 대해 논리적으로 판단해서 옳고 그름을 결정할 수 판사의 직무에 매력을 느껴서 판사가 되고 싶었다.
사법고시에 몇 번 더 도전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고시제도가 없어졌다. 사법고시에 실패하면서 고향인 충주에 내려와서 공무원 시험을 봤다.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후 2016년 10월부터 충주에서 공무원 업무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충북 충주시 산척면사무소에서 근무했다. 농사짓는 분들 도와드리는 업무를 한 적도 있는데, 그 분들을 도와 드리다가 지팡이로 맞은 적도 있다. 1년 반 정도 지난 후 충주시의 홍보 업무를 맡게 됐다.
-대학교 2학년까지 다니다가 중퇴했는데 후회하지 않나.
▷대학생 때 전공이 ‘e-비즈니스’였는데 전공 공부에 흥미가 전혀 없었다. 그때 대학교에 입학하지 말고 학비로 차라리 땅이나 사놓을 걸. 고시에 대한 미련도 없다. 오히려 더 일찍 고시를 포기하지 않은 게 후회된다.
-학창시절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였다고.
▷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조용히 지냈다. 한마디로 조용한 성격이었다. 친구들은 제가 학창시절에 말도 재미있게 하고 창의적이고 유쾌했다고 말하던데 사교적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지금도 성격이 조용한 편이다. 유튜브 영상 찍을 때만 활발해진다.
-정치할 의향은.
▷정치계에 입문하라고 권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하지만 아직 너무 부족한 것 같다. 제가 다른 사람들보다 정치를 잘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충TV’에 출연하고 싶어 하는 장관과 기관장 등이 적지 않다고 들었다. 개인적으로 꼭 인터뷰해보고 싶은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과 가수 아이유를 인터뷰해보고 싶다.
-윤 대통령을 인터뷰하면 어떤 걸 물어보고 싶나.
▷언제 마지막 키스를 했는지 물어보고 싶다.
-인기 있는 유튜브 채널을 만드는 방법은.
▷유튜브 시장도 치열해지면서 차별화 전략이 중요해졌다. 남들과 똑같이 하면 성공할 수 없다. 어떤 방식으로든 뭐가 됐든 무조건 달라야 한다. 예를 들어 먹방 유튜브 채널을 새로 만들기로 결심했다면 단순히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담은 영상으로 승부하면 안 된다. 자신만의 콘셉트가 확실해야 한다.
‘충TV’에 독특한 콘텐츠를 올리게 된 것은 다른 지자체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과 무조건 달라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영상도 꾸준히 올려야 한다. 영상을 몇 번 올려보고 조회 수가 저조하다고 포기하면 안 된다.
-유튜버 생활 언제까지 할 예정.
▷막연하게 앞으로 2년 후에는 그만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요즘 젊은 분들의 감성을 제가 나중에는 충족시켜주지 못할 수 있다. 저보다 감각이 더 뛰어난 사람이 해야 하지 않을까.
-여러 번 스카우트 제안을 받았다고 하던데 언제까지 공무원으로 살 계획인지.
▷(장난) 공천 받을 때까지. 유튜브 채널 ‘충TV’를 맡고 있는 동안에는 충주시 공무원을 그만둘 생각이 전혀 없다. ‘충TV’를 통해 인기를 얻게 됐고, 충주시 유튜브가 곧 저라고 생각한다. 충주시 유튜브를 운영하면서 보람을 느낀다. 고향이 충주이기도 하고.
-앞으로의 목표는.
▷충주시랑 같이 성장하고 싶다. 충주시 유튜브의 성장이 곧 저의 성장이다. ‘충TV’를 통해 사람들에게 충주라는 작은 도시를 알려주고 각인시켜 준 것 같아서 기쁘다. 유튜브 채널 구독자가 2배 증가하면 위험은 4배 증가한다. 방송 수위를 낮추면서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려고 하는데 어렵다. 그래도 맡고 있는 동안에는 끝까지 열심히 해볼 것이다.
신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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