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기시다, 스탠포드大서 좌담… “AI·스타트업 등 분야서 협력 강화”

실리콘밸리/오로라 특파원 2023. 11. 1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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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기시다, 국제사회서 나와 가장 가까워”
기시다 역시 “尹과 올해만 7번 만나, 신기록”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7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대학교 후버연구소에서 열린 한일 정상 좌담회에서 콘돌리자 라이스(가운데) 후버연구소장으로부터 선물 받은 스탠퍼드대학교 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있다. /뉴시스

“국제사회에서 저와 가장 가까운 (국가 수반인) 기시다 후미오 총리님과 혁신의 산실인 스탠퍼드 교정을 함께 방문하게 돼 매우 기쁩니다.”

17일(현지 시각) 미국 스탠퍼드대 후버 연구소 호크 오디토리움.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를 계기로 이 곳에서 열린 한일 정상 좌담회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모두 발언을 시작과 함께 기시다 총리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올해 초부터 한일 관계가 개선되기 시작하며, 양국 정상이 빈번하게 만남을 이어간 점을 시사한 것이다. 한일 정상이 만남을 하는 것은 올해로 7번째로,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이에 대해 “문자 그대로 신기록”이라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가 이어 “윤 대통령과 저의 공통점은 맛있는 술과 음식을 좋아한다는 것”이라고 하자, 청중석에서는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행사에 참석한 한 스탠퍼드 재학생은 “한일 관계가 복잡해 분위기가 다소 차가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예상 밖이다”라고 말했다.

양국 정상이 제3국에서 공동으로 행사를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장에는 이례적인 한일 정상의 대담을 보기 위해 모인 실리콘밸리 한인 커뮤니티 관계자·스탠퍼드대 재학생·학자 등 400여명의 청중들이 행사장 좌석을 가득 채웠다.

이날 행사가 열린 호크 오디토리움의 무대 중앙에는 좌담회 의자 3개가 일렬로 놓여 있고, 한미일 국기가 무대 양옆에 세워져 있었다. 오후 2시 45분 양국 정상이 무대 우측 문을 통해 입장하자, 청중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로 맞이했다. 사회자로 나선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후버 연구소장)을 중간에 두고 각각 좌·우에 착석한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청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고개를 끄덕이며 화답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7일(현지 시각)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대학교 후버연구소에서 열린 한일 정상 좌담회에서 사회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시스

라이스 연구소장은 환영사를 통해 “오늘 정상 간의 대담이 과학기술의 미래와 혁신을 주제로 하는 만큼, 혁신의 산실인 스탠퍼드에서 진행하는게 적절하다”며 “대한민국 대통령과 일본 총리를 모시게 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이라고 했다. 양국 정상은 기후변화·AI·양자컴퓨터·스타트업 육성 등 다양한 주제로 토론을 이어가며 한일 양자 및 한미일 삼자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지난 8월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들이 3국 협력을 ‘포괄적 협력체’로 발전시키기로 한 점을 언급하며, 과학기술 분야에서의 ‘3국 연대 전략’을 밝혔다. 대통령은 “3국간 인공지능(AI)·양자과학·6G(세대 이동통신) 등 첨단 기술의 원천 분야 및 첨단 분야의 협력을 공고히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글로벌 공동연구 지원 예산을 내년도에 대폭 확대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은 또 “3국은 AI와 디지털이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지 않도록 글로벌 거버넌스를 정립하는데 최선을 다해야할 것”이라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 유엔(UN) 총회, 뉴욕대, 소르본대 등에서 유엔 산하 AI 규범 정립을 위한 국제기구를 설립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대통령은 “3국은 탄소 저감과 청정 에너지 기술협력을 강화해 기후 위기에 적극 대응해야한다”며 “소형 모듈 원전(SMR) 개발을 위한 한미, 미일 기업 간 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수소 분야에서도 수소연료전지 파트너십을 중심으로 3국간의 협력을 기대한다”고 했다.

기시다 총리는 “저는 일본에서 변화를 강조하고 있다”며 “특히 과학 기술 분야에서 앞으로 세상을 바꿀 혁신은 한 나라만으론 일으킬 수 없고, 반도체·AI·양자컴퓨팅 등이 특히 그렇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후변화 등 범지구적 과제도 인류가 모두 결집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다”며 “G7 의장인 일본이 생성형 AI의 국제 규범을 주도하는 히로시마 AI 프로세스 등으로 국경을 초월한 유대를 강화해나가겠다”고 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7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에서 열린 한일 스타트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연합뉴스

두 정상은 이날 좌담회에 앞서 열린 ‘한일 스타트업 간담회’에도 참석했다. 한일 양국 스타트업과 투자 관계자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 양국 스타트업의 경쟁력이 우수한 만큼 양국의 연대와 협력이 확대되면 훌륭한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했다. 현장에 참석한 정부 관계자는 “일본이 실리콘밸리에 혁신센터를 새롭게 지으려 하는데, 글로벌혁신센터(KIC)가 수년 전부터 먼저 이 곳에 나와있었던 만큼 노하우 전수를 원하는 것 같다”고 했다. KIC는 과기부 산하 한국연구재단이 설립한 기관으로, 미국·유럽 등 해외 시장과 한국 스타트업을 이어주는 업무를 맡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초 일본 도쿄에 ‘코리아스타트업센터’를 개소해 양국 스타트업 교류의 거점을 마련하고 적극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한편 이날 양국 정상 좌담회에 앞서 행사장 앞은 100여명 규모의 시위대가 나타나 학생들의 통행을 방해하기도 했다. 이들은 행사가 진행되는 내내 ‘팔레스타인 해방’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미군 기지 철수’와 같은 구호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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