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향한 마음, 시계 속에 담다 [김범수의 소비만상]
인류가 우주로 나가면서 인간이 만든 시계도 우주에 나가게 됐다. 우주인에게 있어 시계는 필수품이었다. 컴퓨터가 발달되기 전인 1960년대에는 정확한 로켓 발사와 궤도 진입, 우주 유영, 달 착륙 등 일련의 과정을 기계식 시계와 수식 계산으로 해결해야만 했다. 따라서 우주 시계는 정확성은 반드시 갖춰야 하는 기능이었고, 동시에 극한의 상황에서 견딜 수 있는 강한 내구성도 필요했다.
시계 제조사들도 우주 프로젝트에 도전했다. 자신들이 제조한 시계가 우주에 나가게 된다면 세계적인 기술력을 인정받게 되는 것은 물론 마케팅 효과도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시계가 우주 시계의 타이틀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우주비행사에 못지 않은 여러가지 테스트에서 통과해야 우주 시계라는 영광스러운 자격을 얻었다.
시계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오늘날에는 우주비행사가 어떠한 시계를 착용했는지 크게 관심을 끌지 못한다. 하지만 우주 시계가 과학의 발전사에 있어 한 부분을 채웠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유리 가가린은 소련의 첫 유인우주선 계획인 ‘보스토크 프로젝트’에서 첫 번째로 우주로 나간 비행사였다. 당시 미국보다 우주경쟁에서 우위에 있었던 소련은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에 이어 세계 최초로 유인우주선 발사에 성공했다.
무사히 생환한 유리 가가린은 소련의 영웅은 물론 전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그가 우주로 나가면서 “가즈아(Поехали)!”라고 외친 것과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면서 “우주는 매우 어두웠으나, 지구는 푸르렀습니다(небо очень и очень темное, а земля голубоватая)”라고 말한 것은 역사에 남았다.
가가린이 인류 최초로 우주에 나가면서 착용했던 시계는 ‘항해자’라는 뜻을 가진 스투르만스키 시계였다. 가가린은 1957년 소련 공군 비행학교를 졸업할 때 소련 공군 전용으로 제작된 이 시계를 선물로 받았다.
최근 해외직구로 구한 스투르만스키 가가린 모델은 다소 클래식 한 디자인이 특징이었다. 또한 유리 가가린이 착용한 스투르만스키 시계는 33mm의 비교적 작은 크기였지만, 오늘날 유행에 따라 40mm 크기로 구입했다. 성능이야 오늘날 스마트워치에 비교할 순 없지만, 뒷면에 새겨진 유리 가가린의 초상화는 최초의 우주 시계라는 사실을 간직하고 있었다.
문워치는 처음에는 자동차 경주를 위한 시계로 탄생했다. 시계에는 특정 구간의 평균 속도와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타키미터’(Tachymeter) 기능이 탑재됐다. 여기까지만 보면 흔한 명품 기계식 시계로 평가 받았겠지만, 스피드마스터라는 이름이 특별해진 것은 1962년 미국의 ‘머큐리 프로젝트’ 부터다.
당시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는 우주인이 가혹한 우주 환경에서 착용할 시계가 필요하다고 판단, 정부 주도 하에 우주탐사에 사용할 손목시계 선정에 들어갔다. 개인의 시계를 그대로 가지고 우주로 갔던 유리 가가린 때와 대조적이다.
오메가에서는 스피드마스터 모델을 우주 비행 적합 판정을 받은 스펙과 디자인을 거의 그대로 유지한 채 오늘날에도 ‘문워치’라는 마케팅으로 판매하고 있다. 또한 오메가는 NASA의 비공식 마스코트인 만화 <피너츠>의 캐릭터 ‘스누피’를 시계에 넣은 에디션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다.
오늘날에도 부로바 시계는 자사의 루나 파일럿을 ‘문워치’로 홍보하고 있다.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데다가 가격도 오메가에 비해 월등하게 착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시계 크기가 45mm로 상당히 큰 점은 손목이 비교적 작은 한국 시장에서 단점이기도 하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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