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당뇨·심장병 동시에?… 만성질환 동시발병 위험 높이는 ‘이것’

이시내 기자 2023. 11. 18. 11: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다국적 공동 연구진 ‘초가공식품’ 섭취 경고
초가공식품 섭취가 고혈압·심장병·심장마비·뇌졸중·제2형 당뇨병·암 등 심각한 만성질환이 동시에 발병할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미지투데이

편의점이나 마트에 가면 라면·과자·탄산음료 등을 1+1 형태로 파는 것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맛있어서 혹은 귀찮다는 이유로 이런 식품을 즐겨 먹다간 만성질환도 1+1로 얻을 수 있겠다. 

초가공식품 섭취가 고혈압·심장병·심장마비·뇌졸중·제2형 당뇨병·암 등 심각한 만성질환이 동시에 발병할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15일(현지시각) 미국 건강의료전문매체 ‘헬스라인(healthline)’은 프랑스·오스트리아·덴마크 등 다국적 공동 연구진의 연구결과를 인용하며 이같이 보도했다. 국제 암 연구기관(IARC) 등의 지원을 받아 진행된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랜싯'에 13일(현지시각) 게재됐다.

초가공식품은 라면·탄산음료·과자·패스트푸드 등 여러 가공을 거친 식품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소금과 설탕 함량이 높고 첨가제와 방부제가 함유돼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초가공식품을 ‘가정에서 요리할 때 전혀 혹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성분을 첨가한 음식’으로 정의하고 있다. 시중에 판매되는 냉동식품·가당음료·과자·가공육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영국과 미국에선 평균 식단의 절반 이상이 초가공식품이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나이가 어리고 소득이 낮을수록 초가공식품을 자주 섭취하는 경향이 있다. 심한 경우 전체 식단의 80%가 초가공식품으로 꾸려지기도 한다. 미국에선 2019년 기준 음식 공급량의 71%가 초가공식품으로 집계된다.

연구진은 초가공식품과 만성질환 사이의 연관성을 알아보기 위해 유럽 7개 국가에서 만성질환이 없는 26만6666명을 대상으로 11년 2개월가량 추적 관찰했다. 설문조사를 통해 참가자들의 식단 정보도 수집했다. 

분석결과 4461명에게서 암·심장병·제2형 당뇨병 등 복합만성질환이 발병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초가공식품을 많이 섭취할수록 암, 당뇨병, 심장병과 같은 2가지 이상의 장기적인 질환을 앓을 위험이 커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특히 동물성 제품, 인공감미료가 첨가된 음료와 연관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하인츠 프라이슬링 국제 암 연구기관(IARC) 소속 영양·대사분과 박사는 "암·당뇨병·심장병 등 만성질환 한가지만 있어도 환자와 의료진에게 상당한 부담이 되는데, 다른 질환을 동시에 앓고 있다면 어려움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며 "만성복합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위험요인을 파악하기 위해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모든 초가공식품이 유해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같은 초가공식품이더라도 빵, 통곡물 시리얼, 식물성 가공식품 등은 만성질환 발병 위험과 유의미한 연관성이 없었다. 

프라이슬링 박사는 "초가공식품을 아예 끊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면서 "최소한의 가공을 거친 식품을 선택하고, 설탕·소금·유해한 첨가물이 과도하게 함유돼 있지 않은지 영양성분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모든 초가공식품이 유해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같은 초가공식품이더라도 빵, 통곡물 시리얼, 식물성 가공식품 등은 만성질환 발병 위험과 연관성이 없었다. 전문가들은 식품을 구매할 때 최소한의 가공을 거친 것을 선택하고, 설탕·소금·유해한 첨가물이 과도하게 함유돼 있지 않은지 영양성분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미지투데이

반면 초가공식품이라면 일단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전문가도 있다. 

초가공식품 섭취와 고혈압 사이의 연관성을 연구했던 아누슈리야 판트 호주 시드니대학 의대 교수는 "샌드위치·수프·저지방 요구르트 등 시중에 판매되는 식품이 건강에 좋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 역시 초가공식품으로 자주 섭취하면 고혈압에 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분야 전문가인 크리스 반 툴레칸 박사도 "영양가 높고 환경친화적이라고 홍보된 식품 중에서도 초가공식품이 많다"며 "자주 섭취하면 장에 염증을 유발하고 호르몬 분비를 변화시키며 흡연과 마찬가지로 심혈관질환 등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초가공식품을 건강한 음식으로 둔갑한 마케팅을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툴레칸 박사에 따르면 칠레와 멕시코 등 일부 국가에선 초가공식품 포장지에 검은색 경고라벨을 붙여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특히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초가공식품에선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