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R&D 트렌드]항암 신약 개발에 특화된 'ADC'

권미란 2023. 11. 1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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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A 허가받은 '항체-약물 접합체' 13개 불과
레고켐·에이비엘·알테오젠 등 ADC 기술 보유
2026년 ADC 시장 17조원…국내 기업도 참전

물과 기름은 아무리 휘저어도 섞이지 않는다. 각기 다른 성질 때문이다. 하지만 둘이 하나가 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세제나 비눗물 같은 계면 활성제를 넣어주면 된다. 계면활성제는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물질이 만나는 표면에서 활성화되는 물질로, 물과 기름이 하나로 섞일 수 있도록 돕는다. 

뜬금없는 소리 같지만 최근 항암제 개발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항체-약물 접합체(ADC)' 기술을 쉽게 표현하자면 물과 기름, 계면활성제의 융합에 비유할 수 있다. ADC는 항체(물)와 약물(기름)을 링커(계면활성제)로 붙이는 기술이다. 

항체는 세균, 바이러스, 암과 같은 질병(항원)에 대응해 체내에서 만들어지는 면역 단백질로, 특정 항원만을 표적해 공격한다. 사람의 체내에서 만들어지는 항체만으로 자연 치유되는 질병도 있지만 암 세포 같은 강력한 질병을 이겨내기에는 역부족이다. 

항암제는 1세대인 세포독성항암제, 2세대 표적항암제, 3세대 면역항암제로 발전해왔다. 1세대와 2세대는 직접 암 세포가 자라는 것을 막거나 죽이는 화학적 요법이라면, 3세대는 인공면역 단백질(항체)을 주입해 암 세포 공격을 유도하는 생물학적 요법이다. 

다만 기존 항암제들에는 각기 다른 문제점이 있다. 1세대 항암제는 암 세포를 공격하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정상세포까지 공격하고, 2세대 항암제는 특정 암 환자에게만 효과가 있고 암 세포가 내성이 생기면 치료 효과가 떨어진다. 3세대 역시 암 세포가 면역세포의 공격을 회피하는 경우가 있어 치료 효율이 낮게 나타날 수 있다. 

ADC는 항체와 약물을 링커(Linker)로 연결함으로써 '약물', '표적', '항체(면역)' 등 1~3세대 항암제의 역할을 모두 융합해 약효는 높이고 기존 항암제들의 단점 및 부작용을 보완한 차세대 항암제로 각광받고 있다. ADC 기술을 접목한 항암제는 혈액을 타고 체내를 이동하다가 표적인 암 세포를 만나면 세포 안으로 침투해 약물을 방출, 암 세포를 사멸한다. 

세계 최초 ADC는 지난 200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은 화이자의 급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 '마일로탁(Mylotarg)'이다. 마일로탁은 부작용 이슈로 2010년 시장에서 퇴출됐다가 다양한 임상데이터를 확보한 후 7년 만에 FDA로부터 재승인을 획득했다. 최초 ADC 허가 후 2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현재까지 FDA 허가를 받은 ADC는 지난 10월 기준 총 13개에 불과하다. 

항체-약물 접합체(ADC) 글로벌 시장 전망. /그래픽=비즈워치

특히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ADC 개발에 뛰어드는 이유는 현재까지 개발된 제품들의 높은 시장성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세계 ADC 시장 규모는 지난해 59억달러(한화 약 7조7000억원)에서 연평균 22% 증가해 오는 2026년에는 130억달러(약 17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ADC 시장 1위는 로슈의 유방암 치료제 '캐싸일라'로, 지난해 23억6700만달러(3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캐싸일라는 고형암 ADC로는 처음으로 지난 2013년 FDA 허가를 획득했다. 최초 ADC인 마일로탁은 혈액암 치료제지만 혈액암 치료제보다 고형암 시장이 훨씬 크다. 

이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고형암 ADC 개발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레고켐바이오는 콘쥬올(Conjuall)과 레고케미스트리(LegoChemistry)라는 2개 ADC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미국 제약사 암젠에 ADC 플랫폼 '콘쥬올'을 활용해 5개 타깃을 발굴하는 내용으로 최대 12억4750만달러(약 1조600억원) 규모에 글로벌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이전했다. 레고켐바이오가 자체 보유한 ADC 기술로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들에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건수는 암젠을 포함해 총 9건에 달한다. 

에이비엘바이오는 현재 ADC 기반 항암제 'ABL201'와 'ABL202'을 개발 중이며 지난 9월에는 네덜란드 ADC 플랫폼 회사 '시나픽스'로부터 ADC 기술을 도입해 최대 3개 물질을 개발하기로 했다. 최근 노바티스에 대규모 기술이전을 성사시킨 종근당도 지난 2월 시나픽스와 1억3200만달러(약 1650억원) 규모로 ADC 플랫폼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하고 ADC 항암제 개발에 나섰다. 

알테오젠은 유전자재조합 기술을 통해 위치 특이적 접합 방식으로 약물의 접합을 구현한 넥스맵(NexMab) ADC 기술을 개발, 보유하고 있다. 알테오젠은 이 기술을 통해 유방암치료제 'ALT-P7'을 개발 중이다. 앱티스도 자체 개발한 ADC링커 플랫폼 '앱클릭(AbClick)'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12월 스위스 바젤에 위치한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인 론자와 ADC 분야 신약 개발을 위한 ADC 플랫폼 기술협력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물산, 삼성바이오에피스와 함께 조성한 '라이프 사이언스 펀드'를 통해 ADC 기술을 보유한 에임드바이오와 스위스 아라리스 바이오텍에 잇따라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론자처럼 ADC CDMO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다.

셀트리온도 지난해 10월 '피노바이오'와 ADC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했고, 이어 ADC를 개발하는 영국 제약사 '익수다'에 시리즈A 펀딩을 통해 47.05%의 지분을 확보했다. 

이밖에 ADC 공동개발에 나선 기업들도 있다. 삼진제약은 지난 1월 항체 신약개발 기업 노벨티노빌리티와 ADC 신약개발을 위한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했고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 7월 카나프테라퓨틱스와 ADC 연구 및 공동개발 협약을 맺었다. 

세계적으로 ADC 개발은 대부분 초기 연구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는 국내 기업들의 도전이 아직 늦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FDA 허가를 받은 ADC 13개 중 8개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 사이에 승인이 이뤄졌다. 이제 ADC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급성장세를 이어갈 ADC 시장에서 중요한 건 우수한 약물과 표적, 링커 기술"이라며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ADC 자체 플랫폼 개발에 성공했고 글로벌 제약사들로부터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ADC 항암제 개발에 성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권미란 (rani19@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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