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안방마님 향한 日 감독 극찬이라니... '강민호-양의지 이후 있었나' 역대급 포수풀, 못 보여준 선수가 셋이나 더 있다 [APBC 현장]

도쿄(일본)=김동윤 기자 2023. 11. 18.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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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도쿄(일본)=김동윤 기자]
김형준.
이바타 히로카즈(가운데) 일본 대표팀 감독이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APBC 예선 풀리그 2차전 한국과 경기에서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한일전 승리에도 이바타 히로카즈(48) 일본 대표팀 감독은 쓴소리를 듣고 자신의 실수를 사과해야 했다. 김형준(24·NC 다이노스)의 수비를 간과해 다득점에 실패한 탓이다.

이바타 감독이 이끄는 일본 대표팀은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예선 풀리그 2차전에서 한국에 2-1로 승리했다.

일본으로서는 과정도 결과도 만족스러울 법한 경기였다. 선발 스미다 지히로가 7이닝을 단 77구로 소화하며 3피안타 1사사구(1몸에 맞는 볼) 7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마운드에서 압도한 것과 달리 점수 차이가 크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3번의 찬스를 놓친 것이 컸다. 첫 번째는 이의리가 볼넷과 3연속 안타를 맞으며 흔들린 1회였다. 선두타자 오키바야시 유키가 볼넷 출루 후 도루하는 것을 포수 김형준이 잡아냈다. 타자의 어깨 높이로 들어오는 공을 빠르게 송구한 것이 일품이었다. 일본의 기회는 2~4번 타자가 연속 안타로 출루하면서 계속됐다. 이때는 김형준의 볼 배합과 이의리의 구위가 빛났다. 사토 테루아키에게 변화구만을 사용해 3구 삼진으로 잡아냈고 만나미 츄세이를 중견수 뜬 공으로 처리해 실점 없이 끝났다.

두 번째 기회는 3회였다. 이의리가 오키바야시에게 볼넷, 코조노 카이토에게 우전 안타, 모리시타 쇼타에게 볼넷을 허용해 무사 만루가 됐다. 하지만 이때도 이의리-김형준 배터리는 병살타와 삼진을 끌어내 실점을 1점으로 최소화했다. 김형준의 어깨가 마지막까지 일본 더그아웃에 찬물을 끼얹었다. 5회말 2사 1루에서 코조노가 2루 도루를 시도했으나, 또 한 번 잡히며 점수 차를 벌리지 못했다.

접전을 예상한 이바타 감독도 김형준의 수비는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이바타 감독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득점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초반 득점이 어려웠던 것에 "1회 오카바야시가 출루해 도루는 실패했지만, 좋은 시도였다. 세이프가 됐다면 큰 기회로 연결됐을 것이다. 5회 코조노도 도루에 실패했지만, 도전 정신은 훌륭했다"고 선수들을 감쌌다.

그러면서 김형준의 이야기가 나왔다. 이바타 감독은 점수를 많이 내지 못한 이유로 "도루 등 작전을 준비했다. 하지만 한국 포수(김형준)의 핸들링이나 스로잉이 훌륭했다"고 극찬하면서 "투수(이의리)도 영상보다 상당히 까다로웠다. 이 부분은 내 실수"라고 자책했다.

대표팀 시절 강민호(위)와 양의지./사진=OSEN

하지만 김형준이 아닌 다른 포수가 나왔어도 일본의 다득점을 장담하긴 어렵다. 2021년 열린 2020 도쿄올림픽까지 대표팀 안방을 책임졌던 강민호(38·삼성 라이온즈), 양의지(36·두산 베어스) 체제 이후 모처럼 풍년을 맞은 포수 풀 덕분이다. 이번 대표팀에는 총 4명의 포수가 함께했다. 김형준을 비롯해 손성빈(21·롯데 자이언츠), 김동헌(19·키움 히어로즈)이 최종 엔트리에 들었고, 한화 이글스 출신 허인서(20·국군체육부대)가 경기에 나서진 못하지만 경험을 쌓는 차원에서 따라왔다.

김형준은 주전 포수로서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수확한 데 이어 이번 대회를 통해 확실하게 차기 국가대표 안방마님으로 자리를 굳힌 모양새다. 빠르고 정확한 도루 저지와 안정적인 리드로 대표팀 마운드를 안정시키면서 그동안 잠재력만 인정받았던 것을 국제대회를 통해 입증했다. 타격 역시 아시안게임 후 소속팀에 복귀해 깜짝 홈런포로 NC의 포스트시즌 9연승을 이끌면서 한 단계 올라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손성빈.

잠재력만 놓고 보면 다른 세 선수도 김형준 못지않다. 올해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제대해 복귀 시즌을 치른 손성빈은 메이저리그급 강한 어깨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특히 7월 9일 LG 트윈스전에서 중계방송사 기준 시속 135.4㎞, 팝 타임(홈에서 2루까지 던졌을 때 걸리는 시간)은 1.87초에 달하는 빠른 송구를 보여줘 '적장' 염경엽 LG 감독에게도 칭찬을 받았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팝 타임 1위인 J.T. 리얼무토(필라델피아 필리스)가 1.83초다.

김동헌은 동년배 포수 중 최고의 송구 정확도를 자랑한다. 드래프트 직후 이상원 키움 스카우트 팀장은 " 김동헌은 마운드 위에서 투수를 편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선수다. 프레이밍이 좋고 굉장히 계획적이다. 송구할 때도 일관성이 고교 제일이다. 경기 전 훈련에서든 경기 중 긴박한 상황에서든 어떤 상황에서나 안정적인 송구 궤적을 보여준다. 어깨와 풋워크가 플러스 급은 아닐 수 있어도 가장 흔들림 없이 베이스에 공을 가져다 놓는다"고 설명한 바 있다.

허인서 역시 순천효천고 시절 이만수 포수상을 수상할 정도로 도루 저지와 수비에 있어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다. 2022년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포수 중 가장 빠른 순번(2차 2라운드 11순위)으로 한화에 입단했고, 카를로스 수베로 전 감독도 관심을 가진 선수였다.

역대급 포수 자원 탓에 류중일 감독도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류 감독은 일본전을 앞두고 "성적과 경험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데 무엇이 우선인지 나도 헷갈린다. 연습경기면 번갈아 내보낼 수 있는데 국제대회인 만큼 일단은 김형준으로 간다. 만약 우리가 크게 이기거나 지고 있으면 다른 선수를 챙길 수 있는데 대만을 꼭 이겨야 하니 일단은 (김)형준이로 갈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김동헌.
한화 허인서.

도쿄(일본)=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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