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안방마님 향한 日 감독 극찬이라니... '강민호-양의지 이후 있었나' 역대급 포수풀, 못 보여준 선수가 셋이나 더 있다 [APBC 현장]
이바타 감독이 이끄는 일본 대표팀은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예선 풀리그 2차전에서 한국에 2-1로 승리했다.
일본으로서는 과정도 결과도 만족스러울 법한 경기였다. 선발 스미다 지히로가 7이닝을 단 77구로 소화하며 3피안타 1사사구(1몸에 맞는 볼) 7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마운드에서 압도한 것과 달리 점수 차이가 크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3번의 찬스를 놓친 것이 컸다. 첫 번째는 이의리가 볼넷과 3연속 안타를 맞으며 흔들린 1회였다. 선두타자 오키바야시 유키가 볼넷 출루 후 도루하는 것을 포수 김형준이 잡아냈다. 타자의 어깨 높이로 들어오는 공을 빠르게 송구한 것이 일품이었다. 일본의 기회는 2~4번 타자가 연속 안타로 출루하면서 계속됐다. 이때는 김형준의 볼 배합과 이의리의 구위가 빛났다. 사토 테루아키에게 변화구만을 사용해 3구 삼진으로 잡아냈고 만나미 츄세이를 중견수 뜬 공으로 처리해 실점 없이 끝났다.
두 번째 기회는 3회였다. 이의리가 오키바야시에게 볼넷, 코조노 카이토에게 우전 안타, 모리시타 쇼타에게 볼넷을 허용해 무사 만루가 됐다. 하지만 이때도 이의리-김형준 배터리는 병살타와 삼진을 끌어내 실점을 1점으로 최소화했다. 김형준의 어깨가 마지막까지 일본 더그아웃에 찬물을 끼얹었다. 5회말 2사 1루에서 코조노가 2루 도루를 시도했으나, 또 한 번 잡히며 점수 차를 벌리지 못했다.
접전을 예상한 이바타 감독도 김형준의 수비는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이바타 감독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득점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초반 득점이 어려웠던 것에 "1회 오카바야시가 출루해 도루는 실패했지만, 좋은 시도였다. 세이프가 됐다면 큰 기회로 연결됐을 것이다. 5회 코조노도 도루에 실패했지만, 도전 정신은 훌륭했다"고 선수들을 감쌌다.
그러면서 김형준의 이야기가 나왔다. 이바타 감독은 점수를 많이 내지 못한 이유로 "도루 등 작전을 준비했다. 하지만 한국 포수(김형준)의 핸들링이나 스로잉이 훌륭했다"고 극찬하면서 "투수(이의리)도 영상보다 상당히 까다로웠다. 이 부분은 내 실수"라고 자책했다.
하지만 김형준이 아닌 다른 포수가 나왔어도 일본의 다득점을 장담하긴 어렵다. 2021년 열린 2020 도쿄올림픽까지 대표팀 안방을 책임졌던 강민호(38·삼성 라이온즈), 양의지(36·두산 베어스) 체제 이후 모처럼 풍년을 맞은 포수 풀 덕분이다. 이번 대표팀에는 총 4명의 포수가 함께했다. 김형준을 비롯해 손성빈(21·롯데 자이언츠), 김동헌(19·키움 히어로즈)이 최종 엔트리에 들었고, 한화 이글스 출신 허인서(20·국군체육부대)가 경기에 나서진 못하지만 경험을 쌓는 차원에서 따라왔다.
김형준은 주전 포수로서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수확한 데 이어 이번 대회를 통해 확실하게 차기 국가대표 안방마님으로 자리를 굳힌 모양새다. 빠르고 정확한 도루 저지와 안정적인 리드로 대표팀 마운드를 안정시키면서 그동안 잠재력만 인정받았던 것을 국제대회를 통해 입증했다. 타격 역시 아시안게임 후 소속팀에 복귀해 깜짝 홈런포로 NC의 포스트시즌 9연승을 이끌면서 한 단계 올라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잠재력만 놓고 보면 다른 세 선수도 김형준 못지않다. 올해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제대해 복귀 시즌을 치른 손성빈은 메이저리그급 강한 어깨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특히 7월 9일 LG 트윈스전에서 중계방송사 기준 시속 135.4㎞, 팝 타임(홈에서 2루까지 던졌을 때 걸리는 시간)은 1.87초에 달하는 빠른 송구를 보여줘 '적장' 염경엽 LG 감독에게도 칭찬을 받았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팝 타임 1위인 J.T. 리얼무토(필라델피아 필리스)가 1.83초다.
김동헌은 동년배 포수 중 최고의 송구 정확도를 자랑한다. 드래프트 직후 이상원 키움 스카우트 팀장은 " 김동헌은 마운드 위에서 투수를 편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선수다. 프레이밍이 좋고 굉장히 계획적이다. 송구할 때도 일관성이 고교 제일이다. 경기 전 훈련에서든 경기 중 긴박한 상황에서든 어떤 상황에서나 안정적인 송구 궤적을 보여준다. 어깨와 풋워크가 플러스 급은 아닐 수 있어도 가장 흔들림 없이 베이스에 공을 가져다 놓는다"고 설명한 바 있다.
허인서 역시 순천효천고 시절 이만수 포수상을 수상할 정도로 도루 저지와 수비에 있어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다. 2022년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포수 중 가장 빠른 순번(2차 2라운드 11순위)으로 한화에 입단했고, 카를로스 수베로 전 감독도 관심을 가진 선수였다.
역대급 포수 자원 탓에 류중일 감독도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류 감독은 일본전을 앞두고 "성적과 경험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데 무엇이 우선인지 나도 헷갈린다. 연습경기면 번갈아 내보낼 수 있는데 국제대회인 만큼 일단은 김형준으로 간다. 만약 우리가 크게 이기거나 지고 있으면 다른 선수를 챙길 수 있는데 대만을 꼭 이겨야 하니 일단은 (김)형준이로 갈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도쿄(일본)=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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