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모양 라이터까지 나왔다…초등생 유행 ‘당근칼’ 두고 갑론을박
대구교육청 “생명 경시로 이어지지 않게 유의”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의 한 문구점에는 소위 ‘토이나이프(장난감 칼이라는 뜻)’로 불리는 장난감들이 외부 매대에 진열되어 있었다. 최근 초등학생 사이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당근칼’도 그 중 하나로, 1개에 1000~1400원선에서 판매됐다. 당근칼을 구매한 초등학생들은 “얍! 얍!” 소리를 내며 친구의 어깨를 찌르는 모습도 보였다.
‘당근칼’이라는 흉기 모양의 장난감이 초등학생 사이에서 유행하면서 학교와 학부모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근칼’은 손바닥 크기 주머니칼 모양의 장난감인데, 앞뒤로 휘두르면 칼날 모양의 플라스틱 부품이 앞으로 튀어나온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틱톡 등 SNS에서 소위 ‘인싸템(주류에 속한 아이들이 쓰는 물건을 가리키는 말)’으로 불리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유튜브에서는 구매한 당근칼의 포장을 개봉하는 ‘언박싱 영상(unboxing·신상품 개봉)’까지 등장할 정도다.
물론 칼날 부분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위협성은 낮은 편이다. 그러나 부모들 사이에서는 “당근칼로 친구끼리 찌르는 시늉까지 한다는데 학교 앞 문구점에서 왜 파느냐” “흉기 난동으로 걱정이 큰데 마냥 장난감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분노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경기 용인시에 사는 윤모(34)씨는 “초등학생 아이가 당근칼을 사달라고 졸라서 사주기는 했다”면서도 “장난감에 ‘만 14세 이상 이용 가능’이라고 써있었는데 초등학생한테 사줘도 되는 거냐”고 했다.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천모(41)씨는 “사리분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초등학교 저학년생도 많은데 이런 걸 왜 파는지 모르겠다”며 “유행이라고 해 사주기는 했지만 요즘 시국에 적합한 장난감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당근칼 장난감에 이어, 당근칼 모양의 라이터까지도 알려지고 있다. 한 인터넷 쇼핑몰에는 중국에서 만든 당근칼 모양의 라이터를 직구할 수 있는 상품까지 버젓이 팔리고 있었다. 개인통관고유부호만 있으면 누구나 구매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상품은 당근칼 장난감처럼 펼친 후 나무젓가락이나 성냥 등을 특정 부위에 갖다 대면 불이 붙는다. 상품 설명 글에도 “쉽게 펴고 접을 수 있으며 장난감과 불을 일체형으로 쓸 수 있다” “아연 합금으로 만들어 고온에 강하다”는 등의 홍보 문구가 적혀 있기도 했다.
심지어는 당근칼을 두고 학교와 문구점 상인 간 갈등까지 빚어진 곳도 있다. 충북 청주의 한 초등학교는 최근 학교 앞의 문구점을 찾아가 “쉬는 시간마다 아이들이 서로 당근칼을 들고 찌르는 시늉을 한다”며 “물건을 반품하거나 판매를 중단해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고 한다. 당근칼을 파는 해당 문구점 관계자는 “본사에서도 ‘이런 반품 요청은 처음’이라고 했다”며 “차라리 샤프나 커터칼이 위험하다고 하면 이해하겠는데, 다른 완구용 총과 칼도 다 반품하라는 거냐”고 했다.
교육계에서도 ‘당근칼 유행’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는 않다. 충북교육청은 최근 관내 초등학교 등에 “당근칼로 장난을 치거나 위협하는 놀이문화가 형성되지 않도록 유의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대구교육청 역시 관내 초등학교와 중학교 전체에 “흉기로 인한 사건·사고 발생과 칼부림 모방 놀이문화가 생명 경시 사상으로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학부모들의 관심과 지도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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