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정우성이어야 했다" '서울의 봄' 김성수 감독의 이유있는 고집[인터뷰S]

유은비 기자 2023. 11. 1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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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의 봄 김성수 감독. 제공|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뉴스=유은비 기자] "제가 로맨스 영화를 하겠습니까. 그런 건 저한테 맡기지도 않아요"

전공을 100% 살린 영화 '서울의 봄'으로 44년 묵은 숙제를 끝낸 김성수 감독이 개봉을 앞둔 소감부터 제작 계기, 캐스팅 과정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영화다. 한국 영화 최초로 12·12 군사반란을 소재로 다뤘다.

개봉을 앞두고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티비뉴스를 만난 김성수 감독은 시사회 이후 이어진 극찬에 대해 "좋은 반응 처음 받아봐서 얼떨떨하다"라고 솔직한 소감을 밝혔다. 그는 "4-50대분들은 흥미를 갖겠다고 생각했는데 2-30대분들은 너무 옛날얘기니까. 과연 이 얘기에 관심이 있을지 기획, 촬영, 편집단계에서 늘 고민이었고 개봉이 다가온 지금까지도 고민이다"라며 떨리는 심경을 밝혔다.

▲ 영화 \'서울의 봄\'. 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하이브미디어코프

김성수 감독은 1979년 12월 '서울의 봄', 그 현장에 있었다. 김 감독은 "집이 한남동이었다. 그날 마침 잔치여서 손님들이 많이 오시니까 나가서 놀라고 해서 나갔는데 장갑차를 봤다. 한남초등학교 공간을 통제하더니 총소리가 나더라. 너무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고 무섭기도 했다. 어떻게든 구경하고 싶어서 최대한 가까이 가서 들었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당시의 기억에 대해 김 감독은 "인생에서 지워지지 않는 날들이 있는데 그게 선명한 기억"이라며 "그날이 중요한 날이라는 걸 얼핏 알았지만, 워낙 꽁꽁 숨겨져 있어서 궁금했고 나름대로 상상력을 발휘했다. 내가 영화감독으로 데뷔하던 95년도에 소상히 밝혀졌다. 모든 사람이 관심 있게 봤지만, 난 특히 오랜시간 갖고 있던 수수께끼여서 더 관심 있게 봤다"라고 '서울의 봄'의 시작을 되짚었다.

그러나 김성수 감독은 '서울의 봄'의 연출을 한 차례 고사했다. 그 이유는 자신이 없어서. "너무 잘 알려진 이야기고 어쨌든 군사반란을 일으킨 사람들이 승리하는 이야기니까 불법적으로 승리한 이야기를 하는 게 맞나? 생각했다. 그대로 하면 마치 적의 승리를 기록하는 영화처럼 될거라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시나리오를 굉장히 잘 썼다. 시나리오 완성도는 굉장히 높았다. 그 당시 기록을 거의 그대로 잘 압축해 놓은 시나리오였기 때문에 너무 진짜 같아서 오히려 감독으로서는 흥미롭지 않았다"라며 "고사는 했지만, 그 시나리오가 계속 나를 꽉 움켜잡고 있었고, 내가 이 영화를 한다면 내가 만드는 세계관 안에서 어떤 이야기를 할까 내내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10개월 지나고 나서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연출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 서울의 봄 황정민 캐릭터 포스터. 제공|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김성수 감독은 반란군의 중심인 보안사령관 전두광 역의 황정민 캐스팅이 제일 먼저 정해졌다며 "반드시 무조건 황정민이 이야기 속 강력한 반란군의 리더이자 무시무시한 탐욕의 왕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그는 황정민의 결정을 존경한다며 "전두광이라는 역할이 정치적으로 쉽지 않고 민감한 사건에 대한 어려운 선택이라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역할을 선택해서 자기 세계 안에서 표현했다는 것에 대해서 황정민 씨한테 감동했고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라고 밝혔다.

이어 "연기자로서 독보적인 천재인 것 같다. 그런 용기와 어려운 분장의 과정에서 거리낌 없이 가면을 쓰고 근사한 연기를 펼쳤다는 건 정말 훌륭한 배우라고 생각한다. 정말 위대한 배우라고 생각한다"라고 재차 칭찬했다.

공개에 앞서 황정민의 파격 대머리 비주얼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비하인드에 대해 묻자 그는 "황정민이 역사 속 그 사람처럼 해야 하냐고 물어봐서 그렇지 않다고 했는데 '서울의 봄'의 전두광은 내가 만들고 싶은 인물이니 정민 씨가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황정민이라는 악기로 연주하면 된다고 했다"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싱크로율은 신경 쓰지 않았지만, 대머리 분장은 먼저 제안했다며 "이 이야기가 역사적 사실에서 출발한 것, 특히 1212 군사 반란은 오직 그 사람으로부터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그 사람으로부터 출발하니 역사에서 허구로 건너뛰는 징검다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라고 이유를 밝혔다.이어 "그걸 전두광이 해야 한다. 대머리 분장의 모습으로 해야지 징검다리가 될 것 같다고 했더니 황정민이 내 모습을 지우고 그런 모습이 되겠다고 하더라"라고 했다.

김 감독은 "첫 촬영 때 쓴 가발과 마지막에 쓴 가발이 다르다. 찍는 과정에서도 5번 정도 진화했다"라고 과정을 밝히기도 했다. 시행착오 끝 완성한 대머리 분장 그는 100% 만족하지는 못했다면서도 "그래도 내가 감독이니까 처음 봤을 때 이제 전두광이 됐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전두광을 필두로 한 반란군이 승리하는 이야기, 김 감독은 이들이 매력적으로 그려지지 않도록 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실존인물인데 악마로 표현할 수는 없다"라며 "내가 황정민한테 굉장히 강력하고 리더쉽이 있고 뛰어난 반란군의 두목이지만, 이 사람이 영화에서 매력적으로 보이면 안 된다고 얘기했다"라고 했다.

"그런 걱정하지도 마세요" 황정민의 대답은 단호했다. 그는 "그렇게 연기하지 않을 거라고 했다. 전작에서도 황정민이 악역 연기하면 멋있으니까 걱정했는데 그런 생각이 들 0.1mm의 공간도 내주지 않고 아주 사소한 순간에도 전두광이라는 인물을 탐욕이라는 괴수가 삼킨 인간처럼 (표현했다). 호흡조차도 욕망이 나오게 연기하더라"라고 감탄했다.

▲ 서울의 봄 스틸. 제공|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김성수 감독의 페르소나라 불리는 정우성은 진압군의 리더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 역으로 함께한다. 그는 "이태신 역이야말로 실존 인물과 멀어져 있는 역할이다. 끝까지 항전하는 이태신이라는 사람의 모습은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 위치에서 의무를 저버리지 않는 직업의식 소명이 있는 것이다. 보통 사람이 견딜 수 있는 사람의 책임감을 넘어서 그런 인물이라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제일 좋아하고 신뢰하는 배우가 정우성이다. 정우성은 내가 본 바로는 생각이 바르고 흔들림이 없는 사람"이라고 선택 이유를 밝히며 "삶의 신념이 올곧고 남이 뭐라 해도 흔들리지 않는 그런 모습이 수경사령관으로서 책임감과 모습을 완성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우성은 한 차례 제안을 고사하기도 했다고. 김성수 감독은 "'헌트' 직후였는데 (캐릭터가) 너무 겹쳐서 '이게 맞냐'고 되묻더라. 나는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부탁을 드렸더니 결심이 섰는지 마지못해서인지 하겠다고 했다"라며 "일단 하겠다고 하면 어떤 사람보다도 훌륭하게 열심히 하니까"라고 믿음을 드러냈다 .

정우성은 '비트'부터 시작해 '태양은 없다', '무사' '아수라', '서울의 봄'까지 벌써 5 작품을 함께 하며 김성수 감독의 페르소나라 불리기도. 그러나 김 감독은 이를 부인하며 "페르소나라고 얘기하기에 나는 사실 평균 이하의 외모를 갖고 있고 그 사람은 대단한 미모를 가진 인간이다. 내가 정만식을 페르소나라고 하면 인정하겠지만, 아니 정만식 씨도 기분 나빠할지 모르겠다. 아무튼 정우성 페르소나라고 하면 이상한 거 같아서 극구 부인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우성이라는 연기자를 높이 평가하는 부분 중 하나가 워낙 영화를 사랑하고 촬영장을 사랑하고 열심히 하는 분이라는 것"이라며 "그 사람은 자기가 연기하는 순간에 그 배역의 감정이 진짜여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 인물의 진심에 닿아야 표현할 수 있다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지식하고 고전적인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도 그런 표현이 너무 힘들면 '어차피 연기는 관객 속이는 기술 아니냐. 진심이라기보다 그렇게 보이면 되지 않겠냐'라고 조언한다. 그래도 그 사람은 끄덕끄덕만 하지 그 감정에 도달하지 않으면 표현할 수 없다는 걸 현장에서 느낀다. 훌륭한 아티스트라는 생각을 갖고 있고 존경하는 분"이라고 재차 애정을 표했다.

▲ 서울의 봄 캐릭터 포스터. 제공ㅣ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서울의 봄'에는 황정민, 정우성 외에도 이성민부터 박해준, 김성균 등의 베테랑 배우가 대거 등장한다. 대사가 있는 주요 배역만 60여 명을 넘어선다. 이에 김성수 감독은 "영화 촬영보다 더 힘든 게 캐스팅이었다"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캐릭터가 중요한 사람이 60명이었다. 60명을 중요한 사람 캐스팅한다는 게 말이 되냐고 해서 그래서 줄여보자고 했다. 그런데 찍다 보니 역할과 이름이 있는 사람이 오히려 늘어나더라. 그분들을 캐스팅하는 과정의 기록만 따져도 난중일기처럼 될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서울의 봄'의 결말은 영화를 반란군의 패배로 만드는 중요한 각색. 이에 김 감독은 "관객들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마음에 갖고 극장을 나가기 때문에 영화를 어떻게 끝내야 할지 제일 많이 고민했다"라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요즘에도 1212 반란을 검색하면 그들이 찍은 기념사진이 뜬다. 그들에게는 그게 승리의 기록이고 행복한 기념사진이다. 좋은 일을 하고 기념사진 찍듯이. 그 사진이 영화의 출발점이자 종결점이 됐다"라며 "그 사진 속 사람들이 큰일들 많이 하신 분들이다. 그런 훌륭한 경력들을 영화 끝에 보여드리면 그들 중 누군가는 내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 박제해 줬다고 생각들 수 있다. 다만, 관객들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으니 관객들이 판단할 수 있게끔 했다. 관객들이 역사를 돌아보고 상황을 생각해 보지 않을까 생각했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 서울의 봄 김성수 감독. 제공|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를 통해 현실의 어두운 측면을 날카롭게 꼬집는 김성수 감독, 특히 전작 '아수라'는 대선 당시 종종 언급되기도 했다. 이에 김성수 감독은 "괴롭다"라며 "'아수라'는 내가 하고 싶은 영화 맘대로 하나 만들고 영화계를 떠나야지 하는 마음으로 했다. 내가 머릿속으로 만든 이야기인데 말도 안 되는 이야기 연결하는 게 속상했다"라며 불편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파격적인 내용에 업계에서도 반대가 많았다고 밝힌 김성수 감독은 "안 된다고 해서 그래서 오기가 생겼는지 그때도 정우성에게 매달리고 했다. 스태프, 배우들이 불쌍해서 그런지 도와주더라. 저 노인네 왜 저래 이런 맘이겠지만 해주더라"라며 "'아수라' 만들고 나니까 내가 얼마나 편협했는지 알게 됐다. 관객들과 소통도 많이 부족했는데 다만, 극소수이지만 좋아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그분들 덕분에 어렵사리 기회를 얻어서 또 영화를 하게 됐다"라고 했다.

차기작에 대해 질문하자 김 감독은 "제안받은 것도 있고 구상하고 있는 것도 있는데 '서울의 봄'이 이제 막 개봉하니까 마무리하면 12월 말부터는 결정해야 할 것 같다"라면서도 "내가 멜로를 찍겠냐. 그런 건 나한테 맡기지도 않을 것이다. 권력 다툼. 욕망을 가진 사람들과 다투는 인간들의 갈등과 관계가 흥미로우니 그런 걸 하면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다양한 장르를 하는 감독도 아니고 내가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부분이 있어서 뻔한 거 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귀띔했다.

김성수 감독이 연출한 영화 '서울의 봄'은 오는 22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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