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고객 지갑을 열어라"···역성장 우려에 할인경쟁 '점입가경' [CAR톡]
신차 구매 고객 수요 위축
수입차 시장 둔화 가운데
업체간 자리 다툼은 치열
벤츠·BMW·아우디 이어
스텔란티스도 파격 할인
수입차 업계의 연말 가격 할인 전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연식 변경 모델의 재고 정리나 연간 판매 목표치 달성을 위해 대폭 할인하는 게 관례였지만 올해는 베스트셀링 모델에도 일부 할인을 적용하는 등 변화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경기침체에 고금리 장기화로 신차 구매자들의 소비심리가 위축되자 수입차 업계도 파격 할인 카드를 꺼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8일 수입차업계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BMW코리아, 아우디코리아, 스텔란티스코리아 등 수입차 업체의 연말 할인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할인에 인색했던 벤츠가 연말 가격 할인 전쟁에 뛰어들었다는 점이다. 벤츠는 파이낸셜 서비스 활용시 전기 대형 세단 EQS 450+를 23%(3800만원) 할인된 1억2590만원에 살 수 있다. EQS 450 4MATIC 모델은 22% 낮춘 1억4800만원에 제공한다. 현금 할인가만 쏘나타 1대 값인 4200만원에 달한다.
벤츠는 베스트셀링 카인 E클래스도 대폭 할인하고 있다. 벤츠는 정가 8640만원의 E 220d 4MATIC AMG 라인을 16.2%(1400만원) 할인해 7240만원에 판매한다. E 450 4MATIC 익스클루시브(1억1570만원)도 15% 할인 중으로 9834만원에 살 수 있다.
업계에서는 할인에 인색했던 벤츠가 올 연말 전략을 바꾼 배경으로 BMW와의 경쟁을 꼽는다. 벤츠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연속으로 국내 수입차 업계 1위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올 들어 사정이 달라졌다. 올해 10월까지 벤처의 누적 판매량은 6만988대로
BMW(6만2514대)보다 1526대 적다. 이달과 12월 실적에 따라 7년간 지켜온 수입차 왕좌 자리를 내줄 수도 있는 상황이다. E클래스의 경우엔 내년 초 신형 모델 출시를 앞두고 미리 재고를 소진하는 의도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벤츠의 아성을 깨려는 BMW도 파격 할인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BMW는 3시리즈 등 주력 모델을 앞세워 연말 할인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이달 초부터 320i 모델을 5680만원에서 4550만원으로 19% 인하에 판매 중이다. X2 xDrive 20i M 스포츠는 25%(1500만원) 내린 4460만원에 판매하고 있으며 4시리즈의 경우 최대 1000만원 할인을 제공한다.
국내에서 판매 부진을 겪었던 아우디도 연말 할인 공세에 나서고 있다. 아우디는 3위 자리를 위협하는 볼보의 최근 기세가 신경 쓰이는 상황이다. 올해 10월까지 아우디는 1만5258대를 팔아 4위 볼보(1만3770대)와의 격차가 1488대에 불과하다.
아우디는 S5 쿠페 TFSI를 정가보다 26%(2345만원) 할인한 6684만에 판매하고 있다. 베스트셀링 모델인 A8과 A6 등도 19~24% 가격을 내렸다. 여기에 딜러사별 별도의 판매촉진(프로모션)을 더하면 할인폭은 더 커진다.
스텔란티스도 이달 한달 동안 ‘2023 코리아 세일 페스타’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푸조·지프 등 인기 브랜드의 가격을 할인한다.
푸조는 전기차 모델인 e-208과 e-2008 SUV를 대상으로 최대 22%(1150만원)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지프는 소형 SUV 레니게이드(2023년식)를 대상으로도 250만원의 현금 지원 혜택을 제공한다. 지프 아이코닉 SUV 랭글러의 경우 개소세 할인을 더해 최대 409만원, 랭글러 4xe(2022년식)는 개소세 지원을 포함한 최대 1219만원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럭셔리 플래그십 SUV 그랜드 체로키는 최대 950만원, 3열 모델인 그랜드 체로키 L은 최대 1190만원, 그랜드 체로키 4xe는 최대 920만원의 할인 혜택이 제공된다.
수입차 업체들이 연말 들어 할인 공세에 나서는 것은 고금리 장기화에 경기침체까지 겹치면서 신차 구매 수요가 위축됐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그동안 가격 할인에 인색했던 벤츠가 할인에 나선 것과 수입차 업체들이 베스트셀링 모델에도 할인을 적용한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 1~10월 신규 등록된 수입차는 21만9071대로 전년 동기 대비 2.9% 줄었다. 올해 월 평균 판매량이 2만1900대다. 이런 추세가 남은 두달까지 이어질 경우 올해 수입차 시장은 2019년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이 유력한 상황이다.
수입 승용차 비중도 줄고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 1~10월 국토교통부에 등록된 신규 승용차 가운데 수입 승용차의 비중은 18%에 머물고 있다. 수입 승용차 점유율은 지난해 20.1%를 기록하며 최초로 20%를 넘었다. 하지만 올해는 점유율 20% 돌파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수입 승용차 점유율은 2019년(16.0%)부터 4년 연속 상승세를 이어왔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같은 차급이어도 수입차는 국산차보다 오토론 금리가 높아 고금리에 더욱 취약하다”며 “경기침체에 따른 신차 구매 수요 위축과 하이브리드 모델 선호 현상이 겹치면서 수입차 점유율이 지난해보단 부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민우 기자 ingaghi@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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