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보기] 결혼자금 최대 3억 증여 공제...국회, 부의 대물림 격돌

박지윤 기자 2023. 11. 18.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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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새 출발 꿈을 담아 기념 촬영하는 예비 신랑·신부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지난 7월 부모가 결혼하는 자녀에게 비과세로 줄 수 있는 자금을 5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늘리는 세법개정안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결혼하는 남녀가 각각 부모로부터 1억5000만원씩 증여를 받으면 모두 3억원을 일시에 비과세로 받을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지난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처음 논의된 '결혼 자금 증여세 공제' 안건에 대해 여당 위원들은 찬성했지만, 야당 위원들은 수정·보완을 주장하거나 반대해 향후 격돌이 예상됩니다.

신랑·신부 합쳐 결혼 자금 증여 최대 3억원 비과세..."경제 부담이 결혼 장애 안 되게"



현재 부모가 자녀에게 결혼과 상관없이 비과세로 줄 수 있는 한도는 10년 단위로 5000만원입니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결혼 자금에 한해 1억원은 추가로 세금없이 자녀에게 지원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겁니다. 이에 따라 10년 동안 증여받은 재산이 없는 예비신랑 혹은 신부는 1억5000만원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A씨가 결혼을 앞두고 부모로부터 1억5000만원을 증여받았다면,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됩니다. 만약 A씨의 배우자 B씨도 부모로부터 1억5000만원을 증여받았다면, 부부 합산으로 최대 3억원까지 세금을 내지 않고 받을 수 있는 겁니다.

화려한 웨딩드레스와 설레는 결혼 준비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지난해 합계 출산률이 0.78명으로 역대 최저치인 상황에서 이런 대책을 마련했다는 입장입니다.

지난해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결혼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결혼 자금이 부족해서'가 28.7%로 가장 많았고, 뒤이어 '고용상태 불안정'(14.6%)이었던 만큼 경제 문제가 결혼의 발목을 잡는다는 우려가 반영됐습니다.

결혼 자금 증여세 공제는 부의 대물림이라고 주장하는 정의당 장혜영 의원 〈사진=연합뉴스〉

"결혼 지원의 탈을 쓴 부의 대물림"..."실효성도 의문"



하지만 '인생의 새 출발점부터 차별'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부의 무상이전을 가속화하여 불평등과 양극화를 심화시킬 뿐"이라는 논평을 냈습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데이터(MDIS)를 토대로 결혼 자금 증여세 공제는 자산 상위 13.2%에게만 혜택이 돌아간다고 주장했습니다. 장 의원은 "5060세대 가구 중 2억원 이상 저축성 금융자산을 보유한 가구는 13.2%에 불과하다"며 "따라서 공제 확대 혜택은 86.8%의 가구에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결혼 지원의 탈을 쓴 부의 대물림 정책"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세율이 10%이기 때문에 비과세 한도를 5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올리면 추가된 1억에 대한 감세 효과는 1000만원"이라면서 "결혼과 출산이라는 중대 결심을 감세효과 1000만원으로 하겠냐"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국회 위원회...여당 "결혼·출산 장려...1석 2조" vs 일부 야당 위원들 "부유층만 혜택"



지난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가 비공개로 진행됐는데, '혼인 증여 재산 공제' 안건이 다뤄졌습니다. 조세소위는 여당 위원 5명과 야당 위원 8명(민주당 7명·정의당 1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JTBC 취재 결과, 국민의힘 위원들은 대체로 정부안에 찬성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세소위 위원장인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은 "결혼해서 아이를 갖는 게 기본 관례"라며 "결혼도 장려하고 합계 출산율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 의원 7명 가운데 4명은 개정안을 수정·보완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 가운데 강준현 의원은 "결혼자금 증여 1억원 공제는 일부 부유층만 혜택을 볼 수 있으니 계층 구분없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현재 5000만원인 증여세 기본공제한도를 물가상승에 따라 상향 조정하는 것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결혼자금보다 저출산 대응을 위한 출산과 양육비 지원 목적의 증여로 공제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나머지 2명은 반대했고, 1명은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철회를 주장하며 반대했습니다.

'결혼 자금 증여세 공제' 관련 증여세법에 대해 논의하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 〈제공=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

여야 격돌 예상...합의되면 내달 최종 결론 전망



'결혼 자금 증여세 공제'는 다음주 소위에서 계속 논의됩니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반대 입장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전체 소위 위원 13명 가운데 절반 이상인 7명이 반대 혹은 수정·보완을 주장해 만만치 않은 상황입니다.

만일 소위에서 합의가 된다면 오는 29일 상임위에서 논의되고, 법사위를 거쳐 12월 본회의에서 최종 결론이 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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