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키 헤일리, 뚜렷한 상승세…'트럼프 대안' 될까
미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지지율면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내년 1월 아이오와주 코커스에 이어 두 번째 경선 투표가 실시되는 뉴햄프셔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이어 당당히 2위를 차지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와 몬머스대가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에서 투표할 가능성이 있는 공화당 유권자 606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헤일리 전 대사는 18%의 지지를 얻어 46%를 기록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에서는 한때 '트럼프의 대항마'로 여겨졌던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7%의 지지를 얻는데 그쳤다.
뉴햄프셔주 뿐만 아니라 최근 아이와오주 여론조사에서도 니키 헤일리 후보에 대한 공화당원들의 주목도가 높았다.
지난달 30일 NBC뉴스·디모인 레지스터·미디어컴이 아이오와주 공화당 코커스에 참가할 가능성이 큰 유권자 4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헤일리 후보는 16%의 지지를 받아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 동률을 기록했다.
공화당은 주별 경선을 통해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데, 초반 판세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 후보들은 특히 아이오와 코커스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달 공화당 대선 경선 포기를 선언했던 마크 펜스 전 부통령도 아이오와 여론조사 결과를 사전에 들고 마음을 굳혔다는 보도도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펜스 전 부통령이 아이오아주 여론조사 발표를 앞두고 중도하차를 결심했을 수 있다"며 "그가 거의 전적으로 아이오와에 집중했지만 좋은 결말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비록 여론조사이긴 하지만 이들 두 지역에서 니키 헤일리 후보가 뚜렷한 획을 그으면서, 지금까지 2위 자리를 지켜왔던 디샌티스 주지사를 확실히 제치는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여기다 공화당 거액 기부자들이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에게로 시선을 돌리면서 TV광고 등에 쓰일 후원금 모금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헤일리 전 대사가 지난 14일 뉴욕에서 개최한 기부금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며 "특히 선거전에 큰 힘이 되어 줄 월가의 거물급 인사들이 헤일리에게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경선 뿐 아니라 헤일리 후보의 대선 본선 경쟁력도 입증되고 있다. CNN이 이달 초 미국 유권자 1514명을 상대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현직 대통령 간 대선 양자대결에서 49%가 트럼프 전 대통령, 45%가 바이든 대통령을 찍겠다고 응답했다.
그런데 공화당 후보를 헤일리 전 대사로 바꿨더니, 헤일리는 49%의 지지를 얻은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43%에 그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후보일 때 보다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지난 8일 마이애미에서 열린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3차 TV토론회에서도 인상적인 장면이 등장했다.
니키 헤일리 후보가 '낙태권 이슈'에 대한 공화당의 대비책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은 것이다.
미 공화당은 지난해 6월 미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인정 판결 폐기를 지지하고 있지만, 이후 '낙태권 이슈'로 각종 선거에서 공화당이 번번히 패하고 있는 것에 문제 제기를 한 셈이다.
니키 헤일리 후보는 "우리는 더 이상 이 문제로 미국을 분열시킬 필요가 없다"며 "어 "어떻게 하면 최대한 많은 아기를 구하고 최대한 많은 엄마를 지원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추고 심판은 그만두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미국 정치전문 매체 슬레이트는 "공화당이 매번 패하고 있는 선거 결과에서 무언가를 배운 건 니키 헤일리밖에 없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물론 헤일리 후보가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까지 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로선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우위가 너무나도 확고해, 이를 뒤집기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미 정치매체들은 "헤일리 전 대사가 세 차례의 공화당 경선 토론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중동 사태로 유엔대사를 지냈던 그의 전문 분야를 부각시키는 등 타이밍도 좋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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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CBS노컷뉴스 최철 특파원 steelcho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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