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접경지역 순회 'DMZ 음악회'

이상현 2023. 11. 18. 09:2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강원도의 남북접경지역을 돌아다니며 평화와 생명의 메시지를 전하던 음악가들이 있었는데요.

올해엔 수도권의 접경지역에서 특별한 연주회를 가졌다고 합니다.

◀ 차미연 앵커 ▶

네, 'DMZ 오픈 음악회'라는 이름으로 지난 6개월 간 펼쳐졌는데요.

전쟁과 분단의 아픔이 서린 곳에서 은은하게 울려퍼진 음악의 세계로 이상현 기자가 안내합니다.

◀ 리포트 ▶

아직도 철조망이 남아 있는 최북단 해변에서의 피아노 선율.

금강산 자락 연못에선 퓨전 국악이 울려퍼졌고, 합창에, 오페라까지...

지난 5년간 강원도 남북접경지역을 돌면서 평화와 생명의 메시지를 전했던 음악인들이 올해엔 수도권의 남북접경지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경기도 파주 임진각에서 그 시작을 알린 <DMZ 오픈 음악회>.

한국전쟁 직후 육군이 직접 세웠다는 성당.

조선시대, 수도의 마지막 방어선, 고구려의 군사적 요충지 등 전쟁과 분단의 역사를 간직한 장소들이 무대가 됐습니다.

[임미정/<DMZ 오픈 음악회>예술감독(피아니스트)] "음악은 아무래도 사람들에게 감정적으로 하나가 되게 하는 힘이 있다고 생각을 해요. DMZ를 오픈한다는 뜻이 있고 전문가와 아마추어가 모두 참여한다는 뜻에서의 오픈의 의미를 담아서"

지난 5월부터 진행된 이 음악회엔 외국인들도 참여해 의미를 더했고요.

또다시 꿈틀대고 있는 전쟁의 시대에, 음악이 지금까지 해왔고, 또 앞으로 해야 하는 역할에 대해 서로의 경험과 생각을 교류하는 자리도 가졌습니다.

[플로리안 리임/국제음악콩쿠르연맹 사무총장] "음악으로 분열과 경계에 대한 해소가 어느 정도 가능합니다. 때문에 분단의 상징, DMZ에서 사람들을 하나로 이어줄 수 있는 문화, 특히 음악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크 마퀴/반 클라이번 콩쿠르 CEO] "음악은 사람들이 소통하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요즘처럼 곳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때, 소통은 어려워 보이지만 음악은 그것을 가능케 합니다."

실제 비무장지대, DMZ 쪽도 무대가 됐는데요.

[이상현 기자/ 통일전망대] "이곳 임진각에서 제 뒤로 보이는 통일대교, 다리 하나만 건너면 민간인통제구역으로 들어서게 됩니다. 북한과 지척인 그 민통선 안쪽의 특별한 공간에서 잠시 후 또 하나의 음악회가 펼쳐진다는데요, 저도 한번 따라가보겠습니다."

임진강의 통일대교를 건너 민통선을 통과한 뒤, 개성 쪽으로 향하다 보면 나타나는 허름한 건물들.

한국전쟁 이후 50여년 간 미군기지가 있던 곳으로, 10년 전부턴 숙박형 문화예술 체험공간으로 활용되는 곳인데요.

미군기지 시절, 탄약을 보관하던 창고 건물이 모처럼 반가운 손님들을 맞았습니다.

비좁은 철문을 통해 입장한 초청 관객들 앞에서 시작된 이른바 '탄약고 음악회'.

바이올린 선율이 먼저 구슬프게 울려퍼졌고요.

이에 화답하듯 묵직한 첼로의 향기가 분단과 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는 공간을 가득 채웁니다.

[임희영/ 첼리스트] "태어나서 처음 여기 왔어요. 여기서 연주하고 DMZ 지역을 보니까 한국이 분단국가의 역사를 지녔다는게 가슴이 아프기도 하고"

금단의 땅에서 처음 해보는 연주에 베테랑 음악인들은 그 어디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에 휩싸였습니다.

[김은채/바이올리니스트] "가깝게 사는데도 절대 들어오지 못하는 곳이잖아요. 너무 다른 것 같아요. 분위기도 너무 다르고. 이 장소에 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마음가짐이 좀 달라지는게 있는 것 같아요."

이 '탄약고 연주회'엔 외국인 연주자도 한명 초대됐습니다.

마치 계곡 물 흐르듯 부드럽고 섬세한 몸짓으로 피아노 건반에 수를 놓던 청년.

러시아와 전쟁중인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에서 태어났고, 최근 세계 유수의 콩쿠르를 석권하고 있다는 실력파 피아니스트였는데요.

앳된 미소년 이미지와는 달리 폭발적인 연주와 정교한 테크닉을 선보이며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습니다.

[로만 페데리코/우크라이나 피아니스트] "(이곳 연주를 통해) 한국전쟁과 내 조국 우크라이나의 현재 상황을 비교해 생각해볼 수 있게 돼서 정말 좋았습니다."

전쟁과 분단이 남긴 옛 군사기지에서의 하모니.

동쪽 최전방에서 시작됐던 그 화합의 멜로디는 서쪽 최전방으로까지 이어지며 하나 된 한반도, 이 땅의 평화와 통일을 꿈꿔봤습니다.

통일전망대 이상현입니다.

이상현 기자(sho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544717_29114.html

Copyright © MBC&iMBC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