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도 인구절벽 "흥망 걸린 중대사"
◀ 김필국 앵커 ▶
그제 11월 16일은 북한에선 어머니 날이었는데요.
북한은 이런 여성 관련 기념일마다 출산을 대대적으로 강조합니다.
◀ 차미연 앵커 ▶
북한도 출산율이 급격히 낮아지면서 여러 문제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각종 다자녀 혜택도 내놓고 있지만 나아지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 김필국 앵커 ▶
노동집약적 산업 중심의 북한에게 노동인구의 감소는 다른 나라들보다 더 심각한 상황을 야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데요.
최유찬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 리포트 ▶
[조선중앙TV 8시보도/2023년 4월] "536번째 세쌍둥이가 퇴원했습니다."
[조선중앙TV 8시보도/2023년 7월] "평양산원에서 세쌍둥이가 또다시 태어나는 경사가 났습니다."
북한방송 메인뉴스인 8시 보도엔 세쌍둥이 출산과 퇴원 소식이 자주 보도됩니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에서도 세쌍둥이 소식은 주요 뉴스로 다뤄집니다.
북한의 여성전문병원 평양 산원이 1980년 문을 연 이래 이곳에서 세쌍둥이가 태어난 건 540번.
세쌍둥이 출산은 김일성, 김정일이 나라가 흥할 징조라 여기며 기뻐했다면서 북한은 특히 우대합니다.
[조선중앙TV/세쌍둥이 특집물] "세쌍둥이들이 태어났다는 보고를 받으실 때면 나라가 흥할 징조라고 하시며 기쁨을 금치 못해 하셨다고"
1990년대 초만 해도 2.25명이던 북한의 합계출산율은 최근 1.8명 선까지 떨어졌습니다.
우리나라보다는 높지만 저소득 국가들의 평균인 4.47명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미칠 만큼 낮습니다.
[최지영/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북한 출산율이 북한의 소득 수준에 비해서 낮은 것이 문제거든요.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많은 노동력의 투입이 필요하기 때문에 출산율을 제고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같고"
통일부도 북한이 저소득 국가군이면서도 저출생·고령화에 직면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북한은 1970-80년대까지만 해도 산아제한 기조를 유지했지만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를 기점으로 출산율이 급락했고, 이후 생계를 위해 여성들의 경제활동이 증가하면서 출산율이 더 떨어지고 있습니다.
[김성경/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결혼하고 아이를 많이 낳게되면 그것이 고스란히 여성들이 평생, 아이들 양육과 가정의 경제생활을 책임져야 하는 쪽으로 변화하게 되면서 여성들 스스로 아이를 낳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 그게 굉장히 우리에게 큰 부담이다."
그런만큼 북한도 다자녀 가구에 대한 우대정책을 시행하는 등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세쌍둥이를 낳으면 취학 전까지 육아원에서 키워주는가 하면,
[조선중앙TV/세쌍둥이 특집물] "육아원에서는 부모 없는 아이들뿐 아니라 부모 있는 세쌍둥이들도 다 맡아 키워주고 있습니다."
3명 이상의 자녀가 있는 어머니에게는 노력영웅 칭호와 같은 표창을 수여하고, 살림집을 1순위로 배정받을 수 있도록 법도 개정했습니다.
각종 기념일엔 다자녀 가구에 학용품이나 교복을 선물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혜택만으로 출산율을 끌어올리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성경/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공적서비스가 제대로 작동해서 혜택을 준다고 하면 분명히 여성들에게는 아이를 더 낳게 할 수 있는 유인요인이 될 수 있지만, 굉장히 제한된 사람들에게만 제공되는 혜택이라든가, 이것이 어느정도 구현되는지 잘 알 수 없다면 여성으로서는 그 혜택만을 믿고 아이를 낳기에는 상당한 위험 부담이 있겠죠."
북한이 여성들에게 요구하는 막중한 책임과 역할은 출산을 꺼리게 만드는 근본 요인이기도 합니다.
노동신문은 올해도 어머니날 사설에서 아들딸을 많이 낳는 것이 응당한 본분이라면서 어머니들은 자식들을 훌륭히 키우고, 남편 뒷바라지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가의 부흥을 위한 투쟁에도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가사와 육아는 물론 경제활동에도 뛰어들어야 하고,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일까지 모두 여성들의 몫으로 인식되고 있는 겁니다.
[박복화/세쌍둥이 엄마]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이 네 아들, 딸을 이 조국을 지키는 조국보위의 초소로 내세우고 싶은 게 이 어머니의 간절한 소원입니다."
하지만 요즘 북한의 젊은 여성들은 당국의 이런 가부장적인 주문에 대해 예전처럼 순종적이만은 않습니다.
남성들 사이에서도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에 적잖은 변화가 관찰되고 있습니다.
[나민희/탈북민] "당연히 해야만 했던 것들이라면 이제는 이렇게까지 해야될까 조금은 덜 할 수 있지 않을까는 생각으로 많이 바뀌고 있죠. 출산이라는 것도 애를 낳으면 일단 좀 경제적인 부분하고도 많이 연관이 있다보니까 북한이 이제는 그래서 그런 부분에서도 많이 부담을 느끼고"
북한 방송에선 최근 농촌 총각과 도시 처녀의 결혼을 권장하는 내용의 옛 노래와 영화를 반복해서 방영하고 있는데, 결혼과 출산이 줄어들면서 노동력 부족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을 거란 관측도 나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북한 당국은 여전히 북한이야말로 어머니들에게 가정적·사회적으로 훌륭한 조건을 보장하고 있다며, 오히려 남한은 자식을 낳아 키우는 게 두려운 사회가 되고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합니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북한이 여성 우대정책을 펴고 있다 그리고 남한을 비난하고 있지만 실상은 완전히 다르다. 끼니 걱정을 하는 상황에서 출산을 장려한다는 건 사실은 난센스죠. 아무리 출산 장려를 위한 선전선동을 한다고 하더라도 경제적인 안정이 달성되지 않으면 효과는 미지수다."
많은 나라가 저출생 고령화의 문제를 겪고 있지만 경제난에 직면한 북한이 느끼는 위기감은 훨씬 심각합니다.
노동집약적 산업 중심인 구조에서 노동인구 감소는 경제적으로 더 큰 어려움을 야기할 수 밖에 없습니다.
[최지영/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북한은) 노동집약적인 제조업을 육성할 수밖에 없을 것인데 그러한 측면에서도 풍부한 인구가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거든요. 지금 북한의 인구 구조가 향후에 경제 발전을 위해서도 조금 불리한 측면이 있다."
지속적으로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든다면 그 공백 또한 추가로 여성을 동원하는 식으로 해결하려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경제난은 심화되고 경제 활동을 위한 최소한의 노동력마저 줄어드는 상황에서 출산율을 높이는 일은 북한의 표현대로 나라의 흥망이 걸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통일전망대 최유찬입니다.
최유찬 기자(yucha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544706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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