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계룡·금산 황명선 “‘세일즈 시장’에서 ‘세일즈 국회의원’ 될 것” [여의도행]
논산-서울 오간 거리 재보니
지구 5바퀴 돌만큼 되더라”
시장이 주도해 세일즈 활동
논산 ‘채무 제로 도시’ 실현
“주민 삶 책임질 능력과 태도
갖추고 헌신적으로 임할 것”
“정치의 가장 큰 역할은 권력투쟁이 아닙니다.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시도지사와 군수, 구청장도 국민에게 지시하거나 통치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임기 동안 권한을 위임받아서 일하는 일꾼이죠. 이제는 통치의 시대가 아닙니다. 국민을 존중하고 섬기는 정치가 필요합니다.”
45세에 민선 5기 논산시장에 당선된 뒤 내리 3선을 했다. ‘세일즈 시장’을 자처하며 기업 및 각종 사업예산 유치를 위해 동분서주했다. 관내에서 각종 행사나 쫓아다니며 공연히 환심을 사고 편안히 대우받으면서 그럭저럭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지역 발전을 위한 예산을 확보할 수만 있다면 중앙부처 5급 사무관 앞에서도 머리를 조아리며 ‘을’이 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시장 시절 ‘세일즈 업무’를 위해 충남 논산과 서울을 오간 거리는 지구를 5바퀴 돌 정도에 달했다. 황명선 전 논산시장 얘기다. 황 전 시장의 노력으로 논산시는 400억원에 달하는 빚을 갚아 ‘채무 제로(0) 도시’를 달성했고, 4000억원대 예산을 1조3000억원 규모로 키웠다.
“우리 시민들께서 젊은 청년을 시장으로 선택해주셨으니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애국심으로 똘똘 뭉쳐서 잠도 못 잤었죠. 잠을 자면서도 ‘어떻게 우리 지역을 일으켜 세울 수 있을까’라고 꿈을 꿨어요. 지역의 행사를 쫓아다니는 게 아니라 어떻게 논산을 사람 사는 따뜻한 공동체로 만들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그러면서 정책을 만들게 됐던 거예요.”
자타공인 ‘자치분권론자’인 황 전 시장의 취임 일성은 “대한민국 행복 지자체 1번지를 만들겠다”는 약속이었다. 핵심은 각종 행정력과 인프라 등 국가 역량이 서울과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상황 속에서 재정자립을 통한 시민 삶의 질 향상이었다.
“취임해보니 시에 400억원 가까운 채무가 있었어요. 도서관도 문화원도 없고 공원 하나도 없었는데 빚만 있으니 시민들한테 참 미안했습니다. 우리 아이들부터 청소년, 농민들, 어르신들까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삶이 부족하지 않고 차별받지 않도록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그게 저한테 가장 중요한 일이었어요. 관건은 재정이죠. 그러니 ‘우리도 기업처럼 세일즈하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국가 시범사업 공모 사업들이 있는데, 기획재정부 리스트를 보니 한 3000개 되더라고요.”
논산시 직원과 주민들이 체육관에 모인 가운데 타운홀 미팅을 열었다. 공모 사업 400건을 분석해 시에서 추진할 수 있는 것들을 추린 뒤 사업계획서를 준비해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 등 중앙부처들을 직접 찾아다녔다. 황 전 시장은 “지방정부 공직자들이 중앙정부 공직자를 만나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라며 “시장인 제가 같이 가서 부처 5급 사무관에게 명함 주면서 ‘잘 부탁합니다’라고 깍듯하게 부탁하고 꾸벅 인사하고 다녔다”고 떠올렸다.
시장이 직접 나서니 휘하 직원들도 자연히 적극성을 발휘했다. 수백억원 규모 정부 사업을 유치하는 쾌거를 이루는 일이 거듭되기 시작했다. 논산시민공원과 문화원, 시립도서관, 탑정호 출렁다리 등 지역사회의 힐링 공간과 문화관광 인프라는 황 전 시장의 ‘세일즈 정신’ 덕분에 마련됐다.
“우리 직원들에게 정말 박수를 보내주고 싶어요. 직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열정과 진정성을 갖고 임하니 중앙부처도 동의해준 거예요. 공직자들도 사람인데, 저렇게 준비되고 열정을 갖고 있으니 ‘이 사업은 논산시 줘야지’라고 된 거죠. 세일즈의 기본적인 정신은 열정과 진정성입니다.”
◆“지방교부금 감액은 지방자치 역행”
지방정부를 12년간 운영한 황 전 시장은 윤석열정부의 지방교부금 축소 기조가 달갑지 않다. 대부분 지방정부의 재정 여건이 중앙정부 지원 없이는 버티기 어려울 정도로 열악한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서다. 2020~2022년 대한민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회장을 지낸 그는 “교부금은 지방정부엔 종잣돈이나 다름없다”며 “교부금을 감액시킨다는 것은 지방자치와 분권을 말로만 하고 실천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지방이 소멸되지 않고 산골이나 농촌이나 어촌에 사는 대한민국 국민도 기본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중앙정부가 교부금을 지원해줬던 것이죠. 교부금이 없으면 국비 사업이 있다 해도 사정이 어려운 지방정부로선 그림의 떡입니다. 교부금은 대한민국 226개 시군구에 있는 주민들의 삶에 보탬이 되도록 쓰이는 거예요. 요즘은 복지 예산들로 많이 쓰입니다. 이제 복지는 개인, 지방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앙정부가 함께 만들어나가야 할 영역입니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김포의 서울 편입을 정치권 화두로 제시하며 ‘메가 서울’ 띄우기에 나선 것을 두고는 “좋은 정치가 아니라 아주 나쁜 패륜 정치”라고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황 전 시장은 “균형발전 정책에 어긋나는, 시대정신에 어긋나는 포퓰리즘”이라며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 삶과 관련된 사안을 정치가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황 전 시장은 대학원생 시절인 1995년 뜻밖의 제안으로 조순 서울시장 선거대책본부 정책위원으로 들어가 정책 입안을 하면서 정치에 첫발을 들였다. 행정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을 때였다. 공부하며 실무도 경험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 뒤 여러 당직과 서울시의원을 거쳐 고향 논산에서 3선 시장을 지냈다. 계보정치가 활발했던 시기, ‘학교에서 배운 걸 실전에 적용해보자’는 마음으로 정치에 입문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인 그이기에 스스로 계파에서 자유롭다고 본다.
이 때문에 총선을 앞두고 격화하고 있는 당 안팎의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비이재명)계 간 갈등을 바라보는 그의 마음은 착잡할 수밖에 없다. 그는 “결국 당이 잘 돼야 한다는 의견들 아니겠나”라며 “총선 승리를 위한 하나의 목소리일 것”이라고 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더불어민주당 내 권력투쟁이 아니라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대안 정당으로서 ‘민주당이 수권능력까지 갖추고 있구나’ ‘우리를 책임져줄 수 있구나’ ‘나의 삶을 책임질 수 있는 역량과 자세가 돼 있구나’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헌신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라고 봐요.”
◆“육사와 기업 유치 등 실현할 것”
황 전 시장은 22대 국회에 등원해 할 일로 논산·계룡·금산지역에 공공기관과 기업을 유치하는 데 온 힘을 쏟겠단 각오다. 그는 “시장·군수들과 함께해야 할 일이며, 제가 가장 앞장서서 하겠다”며 “3선 시장을 하며 4000억원대 예산을 1조3000억원대로 만들어냈다. 이제 ‘세일즈 시장’을 넘어 ‘세일즈 국회의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논산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 대선 공약인 육군사관학교 유치를 위해 제가 법과 제도를 뒷받침하고 만들어나가 보려고 합니다. 계룡은 과거에 (가구기업인) 이케아가 들어오려다가 무산됐어요. 이 부지가 굉장히 넓어요. 여기에 시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과제입니다. 지역 발전전략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금산은 인삼의 도시인데, 지금 인삼값이 도라지 값입니다. 농업인들의 빚이 늘어나게 해선 안 됩니다. 농업은 국가의 기간사업이라는 지도자들의 공통된 인식이 필요해요. 정부 수매를 통한 가격 보장이 필요합니다. 또 다른 중요이슈는 양수발전소 유치입니다. 발전 과정에서 탄소가 발생하지 않으니 주민들이 열망하고 있어요. 이 지역엔 금강이 있어 용수 공급이 용이하고, 송전탑이 이미 있어 별도로 세우지 않아도 돼 주민들이 환영해요. 양수발전소 유치에 온몸을 던져서 혼신의 노력을 할 겁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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