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턴, 승점 10점 삭감 중징계로 14위→19위 날벼락…맨시티·첼시는 강등될 수도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이 에버턴의 승점을 대거 깎았다. 이를 바라보는 맨체스터 시티, 첼시는 남일 같지 않다.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은 18일(이하 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에버턴의 중징계 사실을 발표했다. "에버턴은 수익성 및 지속 가능성 규정을 위반했다.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에버턴의 승점을 곧바로 10점 깎는다"고 밝혔다.
순식간에 승점 10점에서 4점이 된 에버턴은 프리미어리그 바닥으로 내려갔다. 시즌 초반 에버턴은 14위를 달리며 전력에 비해 출발이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득실 차에 간신히 앞서며 꼴찌 번리에 한 계단 위인 프리미어리그 19위에 있다. 이대로라면 다음 시즌 강등을 피하기 어렵다.
에버턴의 불건전한 재정이 문제가 됐다. 프리미어리그는 자체적으로 경영 규제를 펼치고 있다. 유럽축구연맹(UEFA)이 주관하는 재정잭 페어플레이(FFP)와 비슷하다. 다만 규제 폭은 프리미어리그가 더 여유 있다. 1년 동안 1억 500만 파운드(약 1,690억 원)의 손실액을 발생시키지만 않으면 된다.
하지만 에버턴은 이를 위반했다. 2021-2022시즌 1억 2,450만 파운드(약 2,004억 원)의 적자를 냈다. 에버턴은 소명 기회를 얻었으나, 청문회 조사 결과 혐의는 모두 인정됐다.
이제 칼날은 맨시티, 첼시를 향해 있다. 이 두 팀은 현재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이 규정 위반 혐의로 조사 중에 있다. 혐의만 놓고 본다면 에버턴의 경우보다 오히려 더 중하다. 당연히 혐의가 인정될 경우 받는 처벌도 에버턴보다 훨씬 셀 전망이다.
영국 매체 '더 타임스'는 18일 "에버턴의 프리미어리그 삭감은 맨시티, 첼시에게 굉장히 나쁜 소식이다"라며 "에버턴은 단 하나의 규정을 위반해 승점 10점이 삭감됐다. 맨시티는 무려 115건의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첼시는 규정을 위반한 혐의를 일부 시인했다. 두 팀의 위반이 모두 인정될 경우 최소 승점 30점 삭감에서 최대로는 2부리그로 강등이라는 무거운 징계가 내려질 수 있다"고 알렸다.
지금까지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많은 승점이 삭감된 경우는 루턴 타운이었다. 승점 30점이 삭감됐다. 맨시티, 첼시도 그에 상응하거나 또는 그 이상의 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맨시티는 승점 28점으로 프리미어리그 1위, 첼시는 16점으로 10위에 있다. 이 두 팀이 대규모 승점 삭감이나 2부리그로 강등될 경우 프리미어리그 중상위권 판도는 크게 요동친다. 뿐만 아니라 맨시티, 첼시 주축 선수들이 팀을 떠나는 엑소더스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한편 에버튼은 항소할 뜻을 내비쳤다. 즉시 구단 채널을 통해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의 판결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이는 부당한 스포츠 제재라고 판단하기에 항소 의사를 전달했다"면서 "이후에는 프리미어리그 규정에 따라 항소 위원회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심리한다"고 전했다.
에버튼은 가능한 모든 조사에 성실히 임할 계획이다. 구단은 "그동안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이 요청하는 자료 제출에 투명하게 응했다. 따라서 재정 건전성 규정을 어겼다는 의혹을 인정하지 못한다. 항소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이 문제를 언급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프리미어리그의 에버턴 승점 삭감은 더 큰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이 판결이 늦게 내려진 탓에 해당 기간 에버튼이 아닌 프리미어리그에서 강등당했던 클럽이 소송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놨기 때문이다.
영국 매체 '더 선'은 "레스터 시티와 리즈 유나이티드, 번리 등이 에버튼의 뒤늦은 승점 삭감으로 손해를 봤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모두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을 상대로 보상금 관련 고소 의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에버턴은 최근 5년 연속 적자에 허덕였다. 5년간 총 손실액은 4억 3,000만 파운드(약 6,920억 원)가 넘었다. 3년 연속 매시즌 1억 파운드(약 1,610억 원) 이상의 적자를 봤다.
그러다 지난해에는 7,600만 파운드(약 1,223억 원)로 그 이전 해인 1억 2,100만 파운드(약 1,948억 원)보다 적자 폭을 크게 줄였다. 에버턴으로선 재정 건전화를 위한 노력의 의지를 내비쳤다.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의 정상 참작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다.
에버턴은 "불균형하고 부당한 처사다"라며 "우리는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에 구단 내부 정보를 투명하게 모두 공개했다. 프리미어리그 사무국 프로세스 존중했다. 이 결과를 인정하지 못한다. 프리미어리그의 주장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우리에게 주어진 제재는 제출된 증거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맨시티, 첼시의 징계 여부를 주시하겠다는 발언도 했다. "우리는 프리미어리그 수익 지속 가능성 규정 관련 다른 사항도 지켜볼 것이다. 다른 구단들의 조사 결과도 관심 있게 볼 것"이라고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을 압박했다.
특히 맨시티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맨시티는 과거 유럽축구연맹으로부터 재정적 페어플레이 위반 혐의로 징계를 받았다가 취소된 적이 있다. 지난 2020년 2월 유럽축구연맹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재정적 페어플레이 규칙을 맨시티가 지속적으로 위반했다고 보고 향후 2년간 유럽 클럽대항전 출전 자격을 박탈했다. 불복한 맨시티는 곧바로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항소했다.
스포츠중재재판소는 맨시티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유럽축구연맹의 징계 수위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앞서 맨시티가 받은 유럽 클럽대항전 출전 정지 징계 2년 판결을 뒤집었다. 또 벌금 3,000만 유로 부과도 1,000만 유로로 줄여줬다. 이로인해 맨시티는 2020-2021시즌 정상적으로 유럽 챔피언스리그에 나갈 수 있었다.
유럽 현지 여론은 들끓었다. 당시 토트넘 감독으로 있던 주제 무리뉴는 "부끄러운 결정이다. 맨시티가 죄가 없다면 수백만 파운드의 벌금을 내는 것은 수치다. 죄가 없다면 처벌받지 말아야 한다. 다르게 생각해서 죄가 있다면 출전 정지를 받아야 한다. 어느 쪽이든 재앙"이라고 말했다. 이어 "죄가 없다면 벌금을 내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단 1파운드도 처벌받지 않는다. 왜 죄도 없는데 800만 파운드, 900만 파운드씩 벌금을 내나?"고 반문했다. 무죄라면 아예 처벌이 없어야 하고, 유죄라면 출전 정지 징계는 유지됐어야 한다는 의미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맨시티가 유죄라고 말하진 않겠다. 내 비판은 맨시티를 향한 것이 아니다. 난 맨시티의 무죄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내 비판은 그저 결정에 대한 것"이라며 화살을 징계를 정하는 행정 기구로 향했다.
리버풀 위르겐 클롭 감독 역시 "재정적 페어플레이가 남아 있길 바라고 있다. 최소한의 경계를 정해놓고 있기 때문이다. 축구에 좋은 일이다. 어떤 누구도 재정적 페어플레이를 신경쓰지 않기 시작한다면 돈이 많은 사람이나 나라들에선 축구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대회들을 정말 어려움에 빠질 것이다. 10개 팀들뿐인 거대 리그의 탄생으로 자연히 이어질 수 있다"며 CAS의 징계 경감에 우려를 나타냈다.
반면 당사자인 맨시티는 떳떳했다. 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은 "우리가 했던 일들이 옳다. 무리뉴 감독과 다른 감독들은 우리가 타격을 받았다는 걸 알아야 한다"며 "우리는 사과를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바뀐 결정에 믿을 수 없이 행복했다. 그것은 모든 사람들이 맨시티에 대해 말했던 것이 사실이 아니란 걸 보여줬고, 우리가 그라운드에서 이뤄낸 것들을 지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여러 차례 말했듯이 우리가 뭔가 잘못했다고 하면 유럽축구연맹의 결정을 받아들일 것이다. 하지만 리버풀, 토트넘, 아스널, 첼시, 울버햄튼 같은 팀들이 맨시티를 변호해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우리는 스스로를 변호할 수 있다. 옳은 일을 했다고 생각할 땐 자기 변호할 권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과연 이번에도 맨시티가 재정 위반 징계를 피해 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에버턴 뿐아니라 여러 팀들과 팬들이 이번 사안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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