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설마 아이폰 안 써?” 안드로이드 티 내던 ‘녹색 말풍선’ 차별 사라질까요
녹색 뜨면 “너 안드로이드폰 쓰니?”
왕따 상징 ‘그린버블’ 신조어까지
젊은 세대 아이폰 선호현상 부추겨
구글이 주도하는 RCS 표준
애플, 내년부터 지원하기로
EU에서 규제 검토하자 전격 도입
그런데 안드로이드폰에 보내면 ‘초록색 말풍선’과 함께 텍스트 메시지라는 표시가 뜹니다. 카카오톡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이 보편적인 한국에서는 잘 모르시는 분들도 많은데요. 앞으로는 안드로이드 사용자도 같은 색으로 표시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아이폰 사용자와 안드로이드폰을 차별하는 것은 애플만의 정책인데요. 문자를 보내면 상대가 아이폰 사용자인지 안드로이드 사용자인지 바로 알 수 있죠.
반면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는 상대가 아이폰이든 안드로이드이든 구분할 수 없습니다.
미국에서는 10대의 아이폰 점유율이 90%에 달할 정도로 절대적입니다. 그래서 문자 메시지를 보낼 때 초록색 말풍선이 보이는 것을 ‘그린버블’이라고 부르면서 ‘왕따’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진다고 합니다.
또래와 동질감을 유지하고자 하는 10대들에게는 아이폰을 꼭 써야 하는 이유가 됩니다.
홈페이지를 만들어서 캠페인을 벌이고 광고를 할 정도로 열정적이었습니다. 세계적인 박람회인 미국 CES(소비자가전전시회)에서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할 정도였습니다.
나중에는 이런 구글의 광고에 협력사인 삼성전자도 함께하기도 했습니다.
구글에 따르면 RCS는 아이메시지와 달리 훨씬 안전하고 앞선 세대의 메시지 방식입니다. 그리고 한 OS 에 종속되지 않고 차별을 두지 않는 훨씬 개방적인 방식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애플은 구글의 이런 계속되는 요구에 대해서 전혀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안드로이드폰을 쓰는 엄마에게 동영상을 보내기 어려워요’라는 아이폰 유저의 질문에, 팀 쿡 애플 CEO가 “어머니께 아이폰을 사드리세요”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구글의 노력이 결국 애플을 움직였습니다. 최근 유럽연합(EU)에서는 지배적인 테크기업들을 규제대상으로 하는 디지털시장법(DMA)가 만들어졌는데요.
저희가 익히 아는 거대 테크 플랫폼 기업들이 여기에 속해서 규제를 받게 됐습니다.
지난 7월 알파벳(구글), 아마존, 애플,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바이트댄스(틱톡)의 6개사가 1차적으로 규제 대상인 ‘게이트키퍼’로 지정되었는데요. 대부분의 테크기업들이 반발했습니다.
물론 애플도 마찬가지였는데요. 구글이 엄청난 묘수를 냈습니다.
이 설득이 먹혔는지 EU가 애플의 아이메시지를 조사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애플이 RCS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결국 규제당국의 힘이 애플을 움직인 것인데요. 애플이 애플 기기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라이트닝케이블에서 범용인 USB-C 로 전환한 것도 EU의 규제 때문임을 감안하면 예상할 수 있었던 결과였습니다.
구글은 얼마나 기뻤던지 바로 성명을 냈습니다.
구글은 “오늘 애플이 RCS 도입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게 되어 기쁘다”면서 “우리는 RCS를 발전시키고 메시징을 더욱 공평하고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GSMA와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있는 애플의 참여를 환영하며, 모두에게 잘 작동하는 방식으로 iOS에서 이를 구현하기 위해 애플과 협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RCS 도입으로 그린버블 같은 차별이 중단될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EU의 규제를 피하려는 애플은 이 정책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젊은 고객들을 아이폰에 대거 빼앗긴 구글과 삼성전자에는 모처럼 좋은 소식일 수 있겠습니다.
[실리콘밸리=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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