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먹방, 소주에 매운탕까지..너 왜 한국 닮았니[함영훈의 멋·맛·쉼]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한국 고구려-발해와 같은 나라 소속이던 말갈(Magyar), 한국의 신라 등과 같은 나라 소속이던 흉노(Hun), 그리고 일부 몽골, 유라시아 혼혈 등을 기반으로, 민족의 서진 대이동 끝에 건국한 헝가리는 음식에 있어서도 당연히, 한국과 비슷한 것이 참 많다.
헝가리를 세운 사람들의 서진은 요즘 인기드라마 ‘고려거란전쟁’ 중 거란의 팽창, 백두산 화산대의 심상찮은 분위기 등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에서 고추와 마늘을 가장 사랑하는 민족 답게 헝가리인들의 소울 푸드에서 한국의 기운이 강하게 느껴진다.
▶육개장 굴라쉬= 굴라쉬(Gulyás)는 헝가리가 원조이고, 이젠 유럽 전역을 퍼졌다. 쇠고기와 양파, 감자, 당근, 토마토 등 여러 채소와 함께 매콤한 파프리카, 마늘을 팍팍 넣어 묽게 끓여 수프처럼 먹거나 걸쭉하게 끓여 스튜로 먹는다.
헝가리어로 굴라쉬(Gulyás)란 원래 양치기란 뜻으로, 헝가리 시골 마을에서 소나 양을 치던 사람들이 고기에 여러 채소를 같이 넣고 푹 삶아 먹던 것에서 유래된 헝가리인의 소울푸드이다.
굴라쉬의 뜨끈하면서 얼큰한 맛이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아 한국인 여행자들 사이에서 헝가리의 육개장이라고 불리며, 소고기와 야채를 오래 우릴수록 맛과 향이 깊어져 숏 파스타 또는 바게트 빵과 함께 곁들여 먹으며 한 끼 식사로도 든든하다. 요즘 같이 쌀쌀한 계절에 헝가리를 여행한다면 꼭 먹어봐야 하는 음식이다.
희한하게도 굴라쉬 파는 식당에서 수프를 음미하다가 “아줌마 혹시 밥도 있어요?”라며 물으면 두 말 않고 접시에 쌀밥을 내어오는 주인장이 많다. 곧바로 육개장 백반이 된다.
▶치킨, 치르케퍼프리카시= 헝가리어로 닭은 치르케(Csirke)이다. 닭과 파프리카를 섞어 요리한 것이 치르케퍼프리카시(Csirkepaprikás)이다.
200 년간 헝가리 사람들이 먹어온 대표적 서민음식이며, 굴라쉬와 함께 가장 대중적인 요리로 손꼽힌다.
소금과 후추로 양념한 닭다리살에 파프리카 가루, 양파, 마늘, 피망, 토마토, 사워크림 등 헝가리 가정에서 흔히 쓰는 대부분의 재료를 넣어서 걸죽하게 만들며 새콤한 토마토 맛이 가벼운 화이트 와인과 잘 어울린다.
대부분의 헝가리인들은 치르케퍼프리카시와 함께 노케들리(Nokedli)라는 헝가리 전통 에그 누들을 곁들이며, 취향에 따라 밥 또는 탈리아텔레(tagliatelle)와 같은 파스타와 함께 먹기도 한다.
▶매운탕 헐라슬레= 헐라슬레(Halászlé)는 헝가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생선 매운탕 요리이다. 어부를 뜻하는 헐라스(Halász)에서 유래됐다.
‘어부의 수프’라는 별명 답게 잉어와 같은 민물고기가 주재료이며 토마토와 파프리카 가루로 맛을 낸 매콤한 국물이 일품이다.
생선 맛이 진하게 우러난 얼큰한 국물이 우리나라의 매운탕과 흡사하며, 영어 메뉴판에는 피셔맨스 수프(Fisherman’s Soup)라고 표기되어 있기도 하다.
헐라슬레는 중부 유럽 판노니아 평원 지역, 그 중에서도 헝가리의 다뉴브강 및 발라톤 호수 근처에서 잡은 잉어와 직접 수확한 파프리카가 주로 쓰인다. 속이 든든하고 뜨끈해지는 특징으로 인해 날씨가 추워지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헝가리인 뿐만 아니라 외국인 여행자들에게도 더욱 사랑받는 음식이다.
▶호떡 랑고쉬, 피맥도 한다= 레스토랑뿐만 아니라 시장이나 길거리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랑고쉬( Lángos)는 헝가리식 호떡 또는 미니피자라고 할 수 있다.
넓게 편 반죽을 튀긴 다음 그 위에 사워크림과 마늘, 치즈, 채소를 얹은 음식으로 주문 시 토핑을 취향대로 얹어서 먹으면 된다. 밀가루, 설탕, 소금, 우유 또는 물 등을 넣은 반죽을 숙성
후 튀겨서 찹쌀떡처럼 쫄깃한 맛이 일품으로 맥주와 같이 먹기 좋다.
단돈 몇 천 원으로 즐길 수 있는 랑고쉬는 저렴하면서도 한끼 식사로 거뜬해 헝가리의 대표 길거리 음식으로 손꼽힌다. 도보 여행 중 출출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근처 랑고쉬 가게를 찾아보자.
▶디저트, 숌로이 걸루슈커= 숌로이 걸루슈커(Somlói galuska)는 투명한 유리잔에 초콜릿 또는 바닐라 맛이 나는 스폰지 케익을 넣고 견과류, 진한 초콜릿 소스, 휘핑 크림을 얹은 헝가리 전통 디저트로 헝가리 아이들의 인기 간식이다.
오리지널 레시피에는 플레인, 코코아, 월넛의 3 가지 버전이 있으며, 시원하게 먹으면 더욱 맛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헝가리 음식 중에 대체로 간이 쎈 요리들이 많아 달달한 후식으로 먹기에 제격인 숌로이 걸루슈커는 특히 커피와 궁합이 좋다.
레스토랑에서 후식으로 주문하거나 디저트 카페에서 커피와 함께 즐겨보자.
▶케이크, 도보슈 토르터= 헝가리는 오스트리아와 연합에 구축한 ‘오헝제국’ 당시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이었다. 이웃나라 오스트리아와 공유하는 문화도 많다.
오스트리아에서 처음 만들어진 레이어드 케이크인 토르테를 19세기 말에 헝가리식으로 재탄생 시킨 것이 바로 도보슈 토르터(Dobos torte)이다.
도보슈 토르터는 5 겹 이상의 얇은 스펀지 케이크 사이에 진한 버터 및 초콜릿 크림과 호두, 아몬드, 헤이즐넛 등의 견과류를 추가하고 맨 위에 캐러멜을 덧발라서 만든다.
1887년 헝가리의 요제프 도보스가 처음 만들었으며 당시 미식가들에게 호평을 받으며 유명해졌다.
익숙한 모양의 케이크이지만 겹겹이 쌓인 층마다 들어가는 초콜릿 크림과 카라멜의 달콤함이 입맛을 사로잡는다. 완성된 케이크는 20 조각으로 자르는 전통이 있으며, 헝가리 대부분의 카페와 디저트 전문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달달한 포도주, 토커이= 헝가리는 동유럽에서도 가장 오랜 와인의 역사와 전통을 지니고 있으며 유럽에서도 높은 품질의 와인으로 손꼽힌다.
헝가리 중부와 동부는 대표적인 포도 산지로, 그 중에서도 토커이(Tokaj) 지역이 가장 유명하다.
황금빛을 띈 화이트 와인으로 유명한 토커이 지역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되기도 했다.
특히 나무에 오래 남아 있는 바람에 다소 삭은 포토로 생산해 매우 달콤한 와인 토커이 어수(Tokaji aszú)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예전에는 좁고 긴 달콤 와인병의 아름다움도 토커이 와인의 인기를 더한다. 헝가리에 갔다 하면, 면세한도를 초과해, 귀국때 세금을 내겠다며 많이 구입하는 동아시아 사람들이 많다.
토커이 와인은 대부분 화이트 와인인데, 최근에는 품종을 다양화하면서 레드 와인도 생산되고 있다. 헝가리의 대표적인 와인인 만큼 대부분의 레스토랑은 물론 마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릴 뿐만 아니라 그냥 마시기에도 좋다.
▶소주, 팔린커= 팔린커(Pálinka)는 사트마르(Szatmár)의 자두, 케치케메트(Kecskemét)의 살구, 서볼츠(Szabolcs)의 사과, 베케시(Békés)의 자두, 괸츠(Gönc)의 살구, 우이페헤르토(Újfehértó)의 사워 체리 등 헝가리의 다양한 지역에서 재배된 과일로 만들어진 전통 과실 증류주이다.
40 도부터 70 도까지 높은 도수와 강렬한 맛을 지녔어도, 과일향의 뒷맛이 깔끔하기로 유명하며, 맑고 과일향이 강할수록 더 좋은 품질의 팔린커라고 할 수 있다.
팔린커는 헝가리 음식 문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만큼 식당에서 판매하는 경우가 많으니, 직원에게 주문한 음식과 가장 잘 어울리는 팔란커를 추천받아 함께 즐겨보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팔린커는 굴라쉬, 헐라슬레 등 진하고 얼큰한 국물 요리와 궁합이 잘 맞는다.
인심좋게 생긴 유럽사람인 헝가리인들과 아이콘택을 하면서 ‘팔린커 우정’을 쌓고, 굴라쉬, 헐라슬레를 흡입하다 보면, 다른 나라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모종의 ‘내 집 같은 느낌’이 한국인 여행자의 가슴속으로 엄습한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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