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당 임박 ‘이준석 신당’…설왕설래 지속되는 까닭은
‘양치기 소년’ 비슷하다 했다. 이준석 신당 띄우기는 신당 자체가 아니라 신당론 띄우기라고. 탈당을 환영하지만, 시기를 늦추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도 했다. 창당엔 시간이 걸린다고. 신당 외엔 선택지가 없고, 차기 대선을 노려야 한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안 변한다고. 어쨌든 ‘별의 순간’을 맞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신당 논의는 그가 장악했다.
[주간경향] 돈·조직·사람. 정치권에서 일정한 ‘세(勢)’를 형성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으로 거론되는 필수요소다.
이중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누가, 어떤 인물들과 같이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조직과 돈은 다음으로 따라온다. 조직은 수면 위와 수면 아래가 나뉜다. 수면 밑의 움직임은 거의 포착되지 않는다. 취재하는 기자가 이 영역의 움직임을 물증을 갖고 포착하면 특종이다. 그리고 돈. 거의 알아채기 힘든 부분이다. 정치후원금같이 공식적으로 공개된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창당엔 돈이 든다. 그것도 아주 많이.
주간경향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대표 인터뷰 다음 날인 11월 16일, 인터뷰 장소였던 서울 강서구의 한 스튜디오 대표한테 전화를 걸었다. 어떤 연고가 있어 이 장소를 선택했는지 궁금했다. 인터뷰 장소는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아지트일까.
“누구라고요? 이준석이 누군데요.” 문의에 대한 스튜디오 대표의 말이다. ‘정치인 이준석’ 자체를 모르는 듯했다. “스튜디오 임대도 하고 있거든요. 전화로 문의가 와서 빌려준 것뿐입니다. 확인해보니 입금도 그분 이름으로 돼 있지 않네요.” 인터뷰 장소 선택엔 특별한 정치적 의미가 있어 보이지 않았다.
최병천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11월 15일 오후 늦게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최근 이준석의 언행은 늑대가 온다고 지칭했던 양치기 소년과 비슷하게 돼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11월 1일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만남, 이튿날 채널A에서 “당이 변하지 않으면 신당 창당 가능성 100%” 등의 발언에서부터 주말인 11월 11일 ‘천아용인 회동’에 이르기까지 2주간의 ‘이준석 신당 띄우기’ 행보는 ‘이준석 신당’을 하기 위한 행보가 아니라 ‘이준석 신당‘론’’을 띄우기 위한 땔감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가 말한 ‘이준석 신당’과 ‘이준석 신당‘론’’의 차이는 이전부터 그가 주장한 다음과 같은 명제에 기반하고 있다.
“이준석 신당론 띄우기는 이준석에게 유리하고 이준석 신당은 이준석에게 불리하다.”
이준석이 얻게 될 ‘별의 순간’은 딱 신당론 띄우기까지이고, 실제 신당이 만들어진다면 그다음부터 주목도나 영향력은 현저하게 떨어지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준석 신당 주장 넘어 현실화 가능성 있나
2023년 11월 중순 현재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별의 순간’을 맞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그의 말 한마디, 일거수일투족이 주목받고 있다.
그가 당대표 재임 때부터 ‘돼준스기’, ‘준스톤’ 등의 애칭으로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게임 커뮤니티 ‘펨코’엔 거의 실시간으로 여러 시사방송 채널에 출연한 그의 발언 영상이 올라오고 있다. 이 전 대표와 지난 당대표 선거 때 천하람 후보를 중심으로 결성된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측이 최근 개설한 유튜브채널 <여의도재건축조합>에 올라오는 일정표 역시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있다.
주간경향 인터뷰가 있었던 11월 15일 이준석 대표의 일정표를 보면 아침 8시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한 뒤 오후 5시엔 유튜브채널 <스픽스: 디톡스>, 오후 7시엔 KBS 광주방송의 <뉴스7 백: 터뷰>에 출연하는 것으로 돼 있다. 오후 2시부터 두 시간 동안 진행한 주간경향 인터뷰는 일정표에는 게시되지 않은 비공개 일정이다. 아마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없는 일정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날을 비롯해 이 전 대표의 일정을 보면 평균 잡아 하루에 적게는 3개, 많게는 6개까지 언론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강행군이다.
“신당 창당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해온 최 전 부원장은 “‘이준석 신당론’이 상식적이라면, 또 지난 2주 동안 그렇게 신당을 할 것처럼 떠들었으면 이번 주 이준석 행보는 ‘이준석 신당’에 대한 어떤 결심을 말하든 ‘신당에 필요한 구체적 행보’를 했어야 한다”며 “신당을 말하고 김종인·이언주·금태섭·천아용인을 만나면 대한민국 언론 대부분이 ‘이준석 신당을 할 것처럼 보도해줄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이준석이 이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연 그럴까.
주간경향을 만난 이준석 전 대표는 신당 창당과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다. 제3지대 신당론을 먼저 꺼내들었던 금태섭 새로운선택 대표처럼 구체적인 목표치, 예컨대 내년 총선서 “수도권·비례를 포함해 30명 당선”과 같은 목표치가 있냐는 질문에 그는 “교섭단체 이상 우선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내년 총선에서 거대양당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는 질문도 하기 전에 ‘12월 창당 전 이미 교섭단체 이상의 규모로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힌 셈이다. 국회법 제33조에 규정돼 있는 교섭단체의 수는 20명 이상의 의원이다. 다시 말해 12월 27일을 전후로 해서 자신의 탈당 후 만들어지게 될 새로운 당은 여야에서 모인 20명 이상의 현역의원과 이미 함께하고 있을 거라고 못을 박은 것이다.
이준석 “교섭단체 규모로 신당 창당” 계획
이준석 전 대표가 스스로 밝힌 바에 따르면 12월 27일은 2011년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에서 그가 비상대책위원으로 임명된 날이다. 이날 그가 탈당한다면 12년 만의 결단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신당을 만들려고 했을 때 기술적인 문제가 하나 있긴 하다. 12월 말이라는 시점이 누구는 늦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때가 장이 서는 때다. 장이 설 때까지 신당은 좌우 협공을 많이 받을 것이다. 시대정신으로 버텨나가는 방법도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적극적인 방어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들어올 공격 포인트는 ‘결국 나중에 국민의힘에 돌아가려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나는 가장 적극적인 방어가 차라리 영남 본진에도 출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당을 거론하면서 1996년 총선에서 대구에서 자민련을 벤치마킹할 것이 아니라 당시 DJ·YS 바깥의 길을 걸은 ‘꼬마민주당’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는 공희준 시사평론가의 지적에 대한 답이다.
20명 이상 현역의원과 신당 창당은 “대구 출마를 선택하면 2020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종로에서 그랬던 것처럼 총선을 지휘해야 할 당대표가 지역에 발이 묶여버린다”는 지적에 대한 답으로 나왔다.
“내가 겪어본 사례도 있다. 2016년 총선에서 안철수는 나와 노원병에서 붙는 것으로 돼 있었다. 하지만 당시 (국민의당 대표였던) 안철수는 (지역에 발이 묶이지 않고) 전국을 돌아다녔다. 그러니까 결국 이건 신당의 규모가 어떻게 잡히냐의 문제다. 예를 들어 교섭단체 이상의 규모, 20석 이상으로 시작하게 되면 언론사에서 3분의 1 정도의 방송지분이 확보된다. 그러면 내가 어디 가서 뭐하든지 간에 내 지역선거에 그만큼 상대적으로 유리해지는 상황이 된다. 다시 말해 신당이 어떤 규모로, 어떤 사람들과 함께 출범할지에 따라 선거전략은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그때 상황을 봐서 최적의 선택을 할 것이다.”(자세한 내용은 이번 호 주간경향에 실린 이준석 인터뷰 기사 참조)
이 대표의 말만 들어보면 신당 창당에 앞서 이미 여러 경우의 수를 대비한 시뮬레이션까지 끝마친 상황으로 보인다. 그러나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정리하자면 이준석 대표가 신당을 한다면 환영한다. 나는 그에게 빨리 탈당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국민의힘에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먼저 움직였다. 결심을 했다면 빨리 실행에 옮겨야 한다.”
이준석 인터뷰를 전후로 두 차례 통화한 신인규 변호사의 말이다. 국민의힘 개혁조직 정바세(정치바로세우기)를 만들어 이끌던 그는 지난 10월 25일 “한때 중도층과 젊은 세대의 지지를 받던 국민의힘이 완전히 윤석열 대통령의 사당으로 변했다”며 탈당했다. 그는 현재 ‘민심동행’이라는 신당의 창당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만약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준비한다면 창당의 손발 역할은 신인규 변호사 등이 이끌던 ‘정바세’가 맡을 것으로 봤다. 그에 따라 신 변호사가 주축이 돼 창당한 민심동행이 이준석 신당의 ‘선발대’ 역할을 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았다. 신 창당준비원장에 따르면 민심동행은 별개의 신당이다. 신당 창당 계획을 밝힌 이준석 대표와 그의 가장 큰 차이는 정당이 추구하는 가치다.
“민심동행은 윤석열 정부가 무너뜨리고 변질시킨 정통보수 가치를 중시한다. 반윤이지만, 반윤의 이름으로 모두 모여야 한다는 반윤연대가 당이 지향하는 가치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창당과정에서 기존 현역의원들의 참여는 일단 배제해 놓았다. 그러기 때문에 지금 이준석 신당 논의에서 거론되는 비명과의 연대나 정의당 인사와도 손을 잡을 수 있다는 등의 전망과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는 전혀 다르다.” 현재 600여명이 참여 중인 민심동행은 창준위를 거쳐 내년 1월쯤 창당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끊이지 않는 신당 회의론들
신당 창당 계획을 환영한다면서도 그가 반신반의하는 건 ‘탈당시기를 12월 말까지 늦추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쉽지 않다. 나도 나와서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아보니 창당하려면 12월 27일까지 일정을 못 맞춘다. 시점을 그때로 정해 마음이 섰다면 발표하는 것이 책임 있는 지도자의 자세라고 본다. 발표를 두 달 뒤로 미루고, 언론은 그것만 바라보고 쫓아간다면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여전히 이준석 신당 창당에 대한 의구심을 버리지 못하는 듯했다.
“(국민의힘에) 남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안 그러고서야 12월로 미룰 이유가 없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의 말을 믿고 따른 사람들이나 국민은 뭐가 되나.”
용산 측 시각도 엇비슷하다. 최근 대통령실에서 나와 수도권 출마를 준비 중인 한 인사는 “이준석은 신당 못 한다”고 단언했다.
“왜냐, 이준석은 궂은일을 못 할 사람이다. 판을 짜서 대장 노릇은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뭐든지 만들려면 동창회 사무총장처럼 ‘걸레질’을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에 환자가 있다’는 둥 대통령에게 저렇게 대놓고 말하는 건 결국 ‘나 알아달라’고 떼쓰는 것 아니냐.”
그는 그런 이준석 전 대표의 ‘협박’에도 용산은 꿈쩍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통령을 비난하면서 일종의 ‘자해쇼’를 하고 있는 셈인데 대통령실 반응은 ‘죽든지 말든지 알아서 해라’다. 내가 볼 때 (이준석의 대통령에 대한 비난은) 한계치를 넘어서고 있다. 이쪽(용산)에서 손을 내밀려고 해도 도가 지나치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다.”
지난 당대표 당선 당시 이준석 연구서를 펴낸 바 있는 공희준 시사평론가는 “이준석 주위에서는 국민의힘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압박도 심할 것이고, 무엇보다 보수 쪽에서 그런 이야기가 계속 나올 것”이라면서 “돌아가면 초선의원 배지 달고 끝나는 것인데 그런 압력을 이겨내야 큰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정권의 국정운영 기조 변화가 이준석 신당 철회의 전제조건인데 그것 역시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 전 대표로서는 신당 창당 이외의 다른 선택지는 없다고 덧붙였다.
“만약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운영 기조를 바꾼다면 탈당하지 않고 눌러앉을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의 국정기조를 기대하는 30%대의 콘크리트 지지층이다. 중요한 것은 자기가 고집해온 것 때문에 대통령이 됐다는 윤 대통령의 생각이다. 그게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기조인데 그 기조를 버리겠나.”
그는 이 전 대표가 신당을 만든다면 염두에 둬야 하는 것은 내년 총선이 아니라 2027년 대선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정치가 사실상 내각제 개헌이 됐다고 본다. 어떤 의미냐면 대통령 임기 중간 치러지는 총선에서 여당이 다수의석을 못 얻으면 마치 내각제에서 총리가 불신임당하는 것처럼 대통령이 탄핵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 탄핵이 이제 엄청난 사건이 아니게 돼버렸다는 말이다. 사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면 현실이 된다. 지금도 주위에서 ‘윤석열이 임기를 못 채울 것 같다’는 말을 많이 하지 않는가. 그러면 그게 현실화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준석은 이제 ‘조기 대선’까지 염두에 두고 움직여야 한다. 중요한 것은 내후년이면 그도 만 40세가 된다는 점이다(편집자 주: 대한민국 헌법 제67조 제2항에는 ‘대통령으로 선거될 수 있는 자’는 선거일 기준으로 만 40세에 달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지금은 대선후보 자격이 없으니 시쳇말로 동네북 신세 아닌가. 그리고 잘 아시겠지만, 한국 정치는 대선후보 주변으로 뭉친다. 결국 시간은 이준석 편이다. 이준석에게는 같이 할 현역 의석 수보다 더 중요한 것이 시간이다. 지금 100석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자기편이 아니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과연 그런 것일까.
“뚜렷한 지지기반 없는 게 이준석 한계”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11월 중순인 지금이 ‘별의 순간’에 도달한 ‘이준석의 시간’의 정점이라고 보고 있다.
“11월 16일자 한길리서치 여론조사 결과 신당 지지는 16%밖에 안 나왔다. 2~3주 전 여론조사가 27% 나왔던 것과 비교한다면 이달 안에 꺾일 수도 있다고 본다. 이준석 본인이 앞으로 어떤 이슈를 가지고 자신이 예고한 12월 말까지 끌고 갈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사람 만나는 것 빼고 그게 과연 있을까 모르겠다. 말하자면 이 전 대표가 도대체 뭘 가지고 신당 창당을 하려고 하는지를 잘 모르겠다.”
엄 소장은 이준석 신당 창당의 전제조건은 ‘뚜렷한 지지기반’인데 그게 잘 안 보인다는 점에서 성공 이전에 창당 가능성 자체부터 회의적이다.
“신당 창당을 하려면 지지기반이 뚜렷해야 한다. 세대는 어디고 지역은 어디며 본인의 비전·정체성은 뭐인지가 확실해야 한다. 여러 가지를 뜯어보면 세대 지지 기반은 2030세대 남성의 일부다. 2030세대의 전체유권자 비중은 31%인데, 이중 투표장에 나오는 투표자의 비중은 15% 내외다. 여기에 다시 2030대표성이 여러 군데로 분산돼 있다. 한동훈·홍준표·오세훈에게도 가 있다. 다시 말해 이마저도 ‘불완전한 대표성’이라는 뜻이다. 지역 대표성은 어디에도 없다. 지지기반 자체가 허약하다. 정체성 문제도 아직 결론이 안 났다. 언론에 이야기하는 걸 보면 보수정치를 말하면서도 제3지대를 하려는 것 같다. 그런데 그 제3지대도 구체화된 것이 없다. 결론적으로 뜬구름 잡는 식의 신당 바람에 기대려는 듯하다.”
김성순 시사평론가는 “내년 총선에서 성공 여부와 별개로 이준석 신당 창당은 이미 불가피한 길로 들어섰다”고 말한다.
“설혹 국민의힘에 남는다고 하더라도 윤석열이 안 받는다. 내 주머니에 손잡이 없는 칼을 왜 집어넣겠나. ‘너 마음대로 해봐라’고 할 것이다. 나는 이준석 전 대표가 여기저기 나와서 떠드는 것은 창당에 실패할까봐 두려워서가 아닐까 싶다.”
그는 이준석 신당이 기존의 금태섭 전 의원이나 양향자 의원이 추구하는 제3정당보다 인물면에서는 더 낫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엘리트들은 고생해보지 않았다. 이준석의 강점은 그것이다. 엘리트인데 고생해봤다. 일각에서는 금태섭이 윤석열 대통령 사시 동기인 것을 두고 ‘오더 받아 창당하려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데 그렇게까지는 보지 않는다. 하지만 금태섭보다 이준석을 더 쳐줄 수 있는 것은 이준석은 사법적 우군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디 방송에 나와서는 자기 잘났다고 떠들지만 쪽팔림도 한도 없이 경험했다. 배지를 가진, 또는 가졌던 사람과 아닌 사람의 차이는 크다. 아무리 잘나고 똑똑해도 사적인 자리에서는 빳빳이 고개를 든 배지에 숙여야 하는 게 현실이다. 하버드대 나온 엘리트라도 배지 없으면 아무 소용 없다. ‘마삼중’이라는 이준석 별명이 있다. ‘마이너스 삼선 중진의원’이라는 뜻이다. 한국 정치의 누적 적폐는 지난 30년간 아무도 못 건드렸다. 진짜 바꿀거냐는 물음에 누구보다도 절실한 답변을 내놓을 준비가 돼 있다고 본다.”
송현석 넥스트브릿지운영위원장은 이준석이 탈당과 창당을 예고한 12월 말이 민주당과 국민의힘으로 대표되는 기존 거대양당이 내놓을 새로운 어젠다가 더 이상 없는 시점이어서 역설적으로 양당 바깥의 신당 흐름이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민의힘도 보여줄 것은 다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말하는 혁신이란 사실상 윤석열 공천을 위해 사전 정리하는 것,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저쪽에서 보여줄 수 있는 개혁이란 기존의 윤핵관들을 ‘험지출마’라는 이름으로 내치고 용산의 신임을 얻은 신핵관을 내리꽂는 것이다. 민주당 역시 마찬가지다. 이번에 이재명 대표가 당 인재영입위원장을 겸임하게 된 것에 많은 사람이 의문을 던진다. 호불호를 떠나서 지난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이재명 사법리스크가 사실은 별게 없다는 점이 확인되었는데, 본인이 힘센 당 대표로서 인재영입위는 다른 사람을 세우고, 본인은 정무기획에 집중해야 맞지 않겠는가. 그런데 결국 다 손에 쥐고 가는 방법을 택했다. 그러면 당내 비명계는 기존의 민주당은 낡은정치이고 자신은 ‘새로운 정치’로 포장해 각을 세울 수 있다. 그 사람들이 나갈지 안 나갈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지금 개혁신당을 하겠다는 이준석·유승민은 연대의 폭을 제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민주당 당내갈등의 불씨는 언제든지 커질 수 있다고 봐야 한다.”
반면 민주당 비명계 인사들은 이준석 신당에 대한 논평에서 “갈라치기·혐오를 주장하는 사람과는 함께할 수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송 위원장은 신당을 둘러싼 이합집산 경로는 정의당 탈당파가 이준석 신당에 결합하는 형태가 먼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념 스펙트럼에서 민주당보다 왼쪽에 있는 정의당이 먼저 움직이면 민주당 공천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비명계 인사들의 정치적 부담이 줄어든다. 정치공학적으로나 유권자들의 가치론적 선택으로 보나 현재 신당 논의의 흐름은 이준석이 완전히 장악했다고 봐야 한다.”
민주당·이재명이 사라졌다
박신용철 더체인지플랜 선임연구위원은 “이준석 신당이 창당에 성공한다면 국민의힘보다 민주당이 받는 타격이 2배 이상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금 윤석열 정권은 MB 정권 시즌 2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이준석 신당 움직임은 ‘박근혜 시즌 2’의 느낌이 있다. 2012년 총선과 대선과정을 복기해보면 집권당 내 야당 역할로 박근혜가 뜨면서 야당의 존재감이 없어졌다. 지금도 똑같은 상황으로 가고 있다. 신당이 뜨고 더 주목을 받으면 그런 형태로 갈 가능성이 크다.”
현재로서 이준석 신당은 ‘말’일 뿐 조직을 만들거나 사람을 모으는 등의 실무과정이 결여됐다는 점에서 일종의 ‘블러핑’ 아니냐는 의구심에 대해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이준석은 창당하기로 마음을 굳힌 것 같다. 지금 분위기로 밑바닥 세를 어떻게 모을지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자기가 앞장서서 이슈를 만들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전국조직을 만들기는 어렵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 아닐까. 이를테면 적어도 자신의 방식은 ‘공천을 못 받을 것 같으니 산악회를 동원해 저항하는 장제원과 같은 방식’은 아니라고 선을 긋는 셈이다. 말뿐이라고 하지만 정치는 말로 하는 전쟁이고, 명분싸움이다. 이준석 입장에서는 전국을 다니면서 젊은 층들을 대상으로 강의하고 언론플레이 중심으로 고공전을 펴는 전략을 구사 하는 걸로 본다.”
가장 궁금한 것은 이것이다. 과연 내년 총선에서 이준석 신당이든, 금태섭·양향자 신당이든 제3의 공간이 있을까. 이준석 신당 직전까지 지배적인 전망은 그동안 이른바 제3지대를 대표하던 안철수의 국민의힘 입당으로 대한민국 정치에서 3당 실험의 유효성은 끝났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민주노동당부터 정의당까지 이어지는 원내 제3의 진보정당 실험도 내년 총선에서 종언을 고하리라는 분석이 많았다. 박신용철 위원의 답은 원론적이다.
“선거제 개편논의 결과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지기는 하겠지만 내년 4월 총선의 결과가 새로운 3당 체제로 갈 수 있을지 여부는 이준석 전 대표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그에 따르면 중요한 것은 기존의 ‘민주당·국민의힘 바깥의 신당’ 논의를 제치고 이준석의 정치적 선택 여부가 핵심 변수가 됐다는 점이다.
“한국 정치의 핵심 키워드가 종전까지는 윤석열과 이재명이었는데, 현재는 이재명이 빠지고 윤석열 대 이준석이 돼버렸다. 이 경향이 지속된다면 이재명과 민주당으로선 불리할 수밖에 없다.”
주간경향이 신당에 대한 이준석의 진의(眞意)를 다가올 12월 하순의 정국을 규정할 핵심 키워드로 보는 배경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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