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야구>로 재평가 받고있는 김성근 감독의 `아버지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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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야구>로 재평가받는 81살 ‘야신’의 철학과 명언
젊은 세대에도 통했다!
그렇게 한국 야구를 떠난 김성근 감독은 지난해 지도자 은퇴를 선언했다. 1942년생인 김성근 감독의 나이 80살일 때였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에게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해 6월 방송을 시작한 JTBC 예능 <최강야구>의 최강 몬스터즈 2대 감독으로 선임된 것. 초대 감독이었던 이승엽 감독이 프로야구팀 두산 베어스로 가면서 그 자리가 공석이 됐는데, ‘오직 승리만을 추구하는 사상 최강의 야구팀’을 지향하는 <최강야구> 제작진은 김성근 감독을 어렵사리 모시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다시 김성근 감독은 주목을 받는다. 야구에 진심인 사람, 묵묵하게 노력하는 사람을 도와주려는 ‘멋진 리더’의 모습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 특히 엄격하지만 자상하게 챙겨주는 모습에 ‘아버지 리더십’이라는 호평이 이어진다. 과거 감독 시절, 팬들 중에는 김성근 감독의 팀 운용 방식을 비난하는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함께 뛰어본 선수들 중에는 김성근 감독에 대해 부정적으로 얘기하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그런 모습들이 방송을 통해 공개되면서 ‘좋은 리더’ 김성근 감독을 주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최강야구>가 뜨겁다!
프로그램 설정이 준 매력 때문이다. 스스로를 ‘단장’이라고 칭하는 장시원 PD는 프로그램 시작과 함께 선수단에게 승률 7할이라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프로그램 기획 의도에 맞게 최강의 야구팀이어야 한다는 것. 그러면서 제작진은 “승률 7할을 기준으로 만약 10패를 하면 프로그램을 폐지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다 보니 뻔하지 않은 프로그램이 되고 있다. 프로구단 2군 선수들과도 경기를 벌인다곤 하지만, 최강 몬스터즈가 대결하는 팀들은 주로 고교, 대학 팀의 아마추어 야구 선수들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체력이 한창인 선수들이다. 여름 한낮 경기에 주저앉는 40대 중반의 은퇴 선수(정성훈)가 있다 보니 대등한 경기가 펼쳐지기도 한다. 한 경기를 이기면 승률 7할에 복귀하고, 다음 경기를 지면 7할 밑으로 떨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시청률도 이를 방증한다. 지난 10월 2일 방송된 <최강야구> 60회는 시청률 3.7%(닐슨코리아 제공, 수도권 유료방송 가구 기준)를 기록했다. 2049 시청률 또한 1.8%로 열기 가득한 화제성을 입증, 월요일에 방송된 예능 프로그램 중 1위를 차지했다. 최강 몬스터즈 구단의 경기를 직접 관람할 수 있는 티켓 또한 7분 만에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인기를 입증했다.
‘어른’ 김성근 감독의 명언
“리더라면 부하의 짐을 나눠 지는 데 그치면 안 된다. 그 사람의 짐을 다 들어줄 마음이 있어야 한다.”
“모든 선수에게 각자가 지닌 쓸모가 있다. 그걸 찾아주는 것, ‘그 사람’의 ‘그 능력’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그게 바로 내가 생각하는 리더의 참모습이다.”
‘화룡점정’이 된 김성근 감독
강도 높은 ‘지옥 훈련’으로 잘 알려진 김성근 감독이 부임하면서 선수단의 분위기도 크게 달라진 덕분이다. 이승엽 감독 체제에서는 예능적인 성격이 있었다면, 김성근 감독은 ‘승리’만을 향해 가는 모습을 보인다. 촬영(경기)을 앞두고만 모였던 선수들을 일주일에 3~4일 이상 모아놓고 훈련을 시킨다.
단순히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수준이 아니다. 감독 취임 1년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선수들에게 일일이 공을 던져주며 타격 자세를 잡아준다. 매일 훈련을 함께 할 뿐만 아니라 투수와 타자들의 훈련 모습을 일일이 보고 ‘컨디션’을 체크한다. 직접 한 명 한 명 지도해주고, 열심히 하지 않으면 라인업에 안 넣어주니까 경기에 나가고 싶은 선수는 더 열심히 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대한민국 4번 타자였던 이대호 선수도 연습량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자 곧바로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열심히 하는 선수’에게 기회를 주자 그동안 ‘예능 프로그램’으로 바라봤던 선수들의 마인드가 달라졌다.
단장인 장시원 PD는 인터뷰에서 “햇살이 엄청 따가워 제작진이 파라솔이나 우산을 준비해도 감독님은 ‘선수들이 훈련하는데 나만 쓸 수 없다’면서 땡볕에 4~5시간을 서서 계신다”고 전했다.
특히 뒷정리를 할 때 훈련이 끝나면 그냥 가도 되는 감독인데 선수들과 같이 공을 줍는다며 “(감독님에게는) 특별한 일이 아닌데, 공을 줍는 모습에서 야구를 대하는 태도가 보여 경이롭더라”며 “얼마 전에는 상대편 선수에게 조언해주시기도 했다. 나도 내 나름대로 치열하게 살아왔고 일에 대해 자부심도 가지고 있는데, 감독님을 보고 있으면 ‘내가 여든이 됐을 때 내가 하는 일을 저렇게까지 사랑할 수 있을까’ 싶어 그 점이 너무 부럽더라”면서 김성근 감독에 대한 존경감을 표현했다.
최강 몬스터즈의 주전 포수인 박재욱 선수는 한 인터뷰에서 “올해 여름이 유독 더워서 젊은 선수들도 체력이 떨어지고 힘들어했는데 감독님은 꼿꼿이 서서 선수들을 지켜보시더라. 그러면 또 열심히 안 할 수가 없다”며 “조금이라도 대충 하고 있으면 ‘너 왜 그렇게 했냐’고 나중에 따로 말씀하신다”고 얘기했다. 아마추어 선수들을 데리고 비 오는 날 6시간 동안 훈련했을 정도라고.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야구에 대한 열정이 엄청나다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다시 ‘재평가’받는 과거의 ‘혹사’ 논란
하지만 함께 뛰었던 선수들은 ‘리더 김성근’에 대해 하나같이 입을 모아 존경심을 표한다. 야구에 대한 진심을 보여주기 때문에 ‘따르지 않을 수 없다’는 것.
김성근 감독의 한화 이글스 시절, 자주 마운드에 올랐던 송창식 전 선수는 “육체적으로 힘든 부분도 분명히 있었지만, 그래도 야구하면서 가장 즐거웠다”며 혹사 논란에 대해서는 “많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말 힘들 때는 조금 쉬고 싶다고 감독님께 말씀드린 뒤 며칠 쉬기도 했다”고.
당시 함께 혹사 논란이 있었던 권혁 전 선수 역시 “힘드냐는 질문은 그만했으면 좋겠다. 나는 행복하다”며 “누군가 날 믿어준다는 건 굉장히 기쁜 일이다”라고 답했다. 심수창 전 선수도 “혹독하지만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감독이다”라며 “선수들은 그때가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SK 와이번스 시절부터 한화 이글스를 거쳐 최강 몬스터즈에서까지 김성근 감독과 함께하고 있는 정근우 선수는 “감독님이 나가신 후 또 슬럼프를 겪었다. 슬럼프가 길어지면서 벗어나려고 해도 잘 극복이 안 되더라. 누가 잡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럴 때마다 술 마시면 김성근 감독에게 전화를 해 목소리를 들으며 힘을 받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 밖에도 한국 프로야구의 레전드 선수 중 한 명인 이용규 선수는 “훈련을 해도 해도 끝이 없더라. 근데 해도 해도 부족한 부분이 보였다”며 “야구를 하면서 어느 순간 쉽게 생각했던 부분이 없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 생각이 김 감독님을 만나 사라졌다”고 회고했다.
“감독의 목적은 이겨서 선수에게 돈을 많이 주는 것이다.
그래야 가족이 행복하다. 감독은 그걸 위해 모든 걸 해야 한다”
김성근 감독의 야구를 대하는 태도
그는 선수들의 출장 리스트를 알리는 오더 타임에 다시 다음과 같은 책임 의식에 관한 이야기를 더한다. “우리가 지면 이 식구들 하루아침에 다 없어져. 우리 뒤에 제작진만 200명이 있어. 200명의 제작진 뒤에는 500명, 600명의 가족도 있다. 우리가 실수하면 이 사람들한테 어떤 피해를 주겠어. 이런 걸 잘 인식하라고. 어쨌든 시합에는 상대가 프로가 되든 아마추어가 되든 관계가 없어. 어떤 시합을 해도 이겨야 해.”
승리하기 위한 ‘진심’은 징크스에서도 드러난다. 김성근 감독은 수많은 징크스를 가지고 있는데, 한 가지 특징은 “지면 반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김성근 감독은 연승을 하자 입었던 속옷을 4일 내내 착용한 얘기를 털어놓기도 했다. “OB 베어스 코치일 때다. 서울에 올라와서 연승할 때 입었던 게 노란 속옷인데 (이겨서) 4일 내내 착용했다”며 “냄새가 많이 났을 거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SK 와이번스 취임 첫해에 KBO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자 찾은 술집이 있는데 다음 해에도 2연패에 성공하자 “그다음부터 시즌 들어가면 그 집만 찾는다. 결례지만 주인은 맛있어서 오는 줄 안다”고 털어놓기도. 양말은 오른쪽부터 신는데 이기면 계속 오른쪽부터 신고, 지면 또 왼쪽으로 바꿀 정도로 징크스 신봉자다.
징크스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최강 야구> 시합 패배 당시 출근하자마자 신발부터 갈아 신으면서 “이 신발, 당분간 안 신을 거다”라고 제작진에게 선언하기도 했다.
김성근 감독은 이에 대해 “사람이 신념이 강하면 그쪽으로 몰리게 돼 있다”라며 “김성근이라고 하면 너무 승부에 집착한다는 말이 있지 않나. 난 이렇게 생각한다. 감독의 목적은 이겨서 선수에게 돈을 주는 거다. 보너스도 받지, 연봉도 올라가지, 그럼 가족도 행복하지. 감독은 그걸 위해 모든 걸 해야 하는 사람이다”라고 전했다.
비정한 감독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비정한 건 관심이 있다는 거다. 또 나는 ‘사람을 절대 버리지 않아야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절대 경기 중에 선수들에게 혼을 내지 않는다. 그럼 그 사람이 마이너스가 된다. 차라리 경기가 끝나고 선수에게 (지옥) 훈련을 시켜서 스스로 극복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감독은 최강 몬스터즈팀이 크게 패한 날, ‘부진했던 선수’에게 말 한마디를 건넨다. 숙적이었던 충암고와의 경기에서 패배한 날, 200일이 넘도록 단 한 번도 공을 던지지 못했다가 다시 투구를 시작한 장원삼 선수에게 경기가 끝난 뒤 지나가면서 툭 던지듯 이렇게 말한다. “어이, 나이스 피칭.” 칭찬을 거의 하지 않는 김 감독의 발언에 장원삼 선수는 놀라워한다. 한때 ‘레전드’였지만 부상으로 주눅 들어 있을 그를 배려한 응원이었던 셈이다.
부상을 입어 더 이상 그라운드에 서지 못하는 심수창 선수에게는 “야구를 포기하고 살 수 있으면 야구를 버려라. 그러나 그러지 못하겠으면 일주일에 세 번 나한테 와”라는 말을 담담하게 남겼다.
<최강야구>에서도 김성근 감독의 ‘야구 사랑’은 여러 차례 드러났다. 특히 상대팀 선수지만 ‘가르침’을 요청하면 언제든 응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자신의 팀이 아닌, 상대팀 경북고 선수의 단점을 지적하고 이를 고치기 위해 장시간 일대일 수업을 진행한 것. 경북고 이준호 감독이 경기 전 김성근 감독이 임종성 선수의 연습을 장시간 관찰하는 모습을 보고 “좀 봐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도움을 요청하자 김성근 감독은 흔쾌히 응한다. 김성근 감독은 스윙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찾아내면서 어떤 방식으로 수정해야 하는지 열강을 펼쳤다.
사실 김성근 감독의 학생 선수 지도는 드문 광경이 아니다. 비시즌 때나 감독직에서 해임당한 이후 성균관대를 비롯해 고등학교나 대학교 야구부를 찾아가 어린 선수들에게 원 포인트 레슨을 진행해왔다.
<최강야구>에서 나온 모습 역시 같은 맥락이었다. 상대팀 여부와 상관없이 선수들에게 조금이라도 자신이 알고 있는 노하우를 전수하려는 열정이 낳은 명장면이었다. 김성근 감독이 <최강야구>의 최강 몬스터즈 감독직을 수락한 것도 “예능이라서 대충할 줄 알았는데 진심으로 하더라”는 것이었는데, 80살이 넘은 노감독은 ‘야구에 진심인 곳’이면 어디든 갈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이처럼 김성근 감독이 야구를 사랑하는 진심은 ‘암’도 막을 수 없었다. 김성근 감독은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암 수술을 세 번 했다”며 “암 수술을 하고 기저귀를 차고 연습장에 나갔다. 근데 피가 새더라. 연습이 끝나고 가려는데 피가 차서 무거워 움직일 수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생사를 걸어야 한다. 내가 편해지려면 리더 못 한다”라며 자신만의 감독 철학을 드러냈다.
기획 : 하은정 기자 | 취재 : 서환한(프리랜서) | 사진 : JTBC , 일요신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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