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2천원 아니라 200원 냈더라구요"…붕어빵 사장님 울리는 '뻥 이체'
송혜수 기자 2023. 11. 18. 09:00
"계좌 이체 했어요? 어디 금액 보자…"(서울 도심 붕어빵 노점 업주)
17일 오후 JTBC 취재진이 방문한 서울 종로구의 한 붕어빵 노점. 이곳의 사장 A씨는 열심히 붕어빵을 굽다 계좌 이체를 했다는 손님의 말에 이렇게 반응했습니다.
붕어빵을 주문하고 계좌 이체를 한다던 손님이 제값을 주지 않고 사라진 뒤로 A씨는 매번 일일이 입금 확인을 한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계좌 이체를 악용한 소위 '먹튀' 피해는 종종 전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한 누리꾼은 이런 피해가 늘어나면서 붕어빵 노점 등에서 계좌 이체를 받는 경우가 줄어들 것 같다고 온라인상에 글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 누리꾼은 글을 올리게 된 배경을 두고 취재진에 "얼마 전 붕어빵을 사러 갔는데 사장님이 계좌 이체를 안 받는다고 했다"며 "사정을 여쭤보니 사장님이 바빠서 입금 내역 확인을 못 하면 2000원, 3000원이 아니라 200~300원만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더라"고 말했습니다.
일부 붕어빵 구매자가 가격에서 '0'을 하나 빼고 200~300원만 보낸다는 겁니다. 바쁜 노점 사장은 입금 내역을 자세히 확인하지 못하기 때문에 피해를 줄이고자 계좌 이체 자체를 안 받는다는 설명입니다.
이에 취재진이 종로구 일대 붕어빵 노점들을 둘러본 결과 이와 비슷한 피해를 겪었다는 주장을 어렵지 않게 전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서울지하철 1호선 종각역 인근에서 붕어빵 노점을 운영하는 B씨는 "방금도 결제를 안 했는데 계좌 이체로 결제했다고 우기는 손님이 있었다"며 "이럴 때마다 당황스럽고 속상하다"고 토로했습니다.
탑골공원 인근에서 붕어빵 노점을 운영하는 60대 이재원 씨도 "지난해 계좌 이체 관련해 몇 번 속상한 일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씨는 "보통 계좌 이체를 하면 입금하면서 예금주가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손님이 입금하겠다고 알리면 예금주가 누구인지 물어보는 식으로 입금 확인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지하철 1호선과 3호선 종로3가역 인근에서 붕어빵 노점을 운영하는 50대 조 모 씨는 "계좌 이체와 관련해 주변에서 피해를 봤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계좌 이체 한다고 하면 바빠도 입금 확인을 꼭 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서울지하철 5호선 종로3가역 인근에서 붕어빵 노점을 운영하는 60대 정동하 씨는 "예전에 비슷한 일을 경험한 적 있지만 손님이 고의로 돈을 내는 척하고 도망갔다고 판단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정씨는 "붕어빵을 계속 굽다 보면 입금 확인을 바로 못 할 때도 있는데, 반대로 2000원을 입금해야 할 손님이 3000원을 입금하고 간 적이 있다"며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구매금액에서 0이 빠지거나 하는 일이 많이 발생한다는 점을 현장 취재로 확인해 씁쓸했습니다. 상당수 노점 업주들은 고의성 여부는 케이스마다 다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서로 제값을 치르는 확인이 중요하다는 반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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