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미래 어디까지] 냉동김밥부터 강아지용 구슬 아이스크림까지…2023 대한민국 식품대전 가보니
작년 3배 109곳 푸드테크 업체…제1·2전시장 가득 메워
기업별 이색 아이템 소개 ‘열심’…"인력난 속 ‘협동로봇’ 대세될 것"
“이건 뭐에요?”
“동물성 단백질을 대체한 식품이에요. 시식해보세요!”
호기심과 궁금증, 탄성이 가득한 이곳은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27에 위치한 ‘aT센터’. 이달 15~17일 ‘2023 대한민국 식품대전’이 열렸다. 모두 109개 업체가 참여한 올해 주제는 ‘대한민국 푸드테크 산업의 미래'다.
제1전시장엔 ▲농업-푸드테크 상생관 ▲차세대식품 ▲외식푸드테크 ▲혁신제조 ▲소비자맞춤형 ▲애그테크 등 6개 구획(섹터)이, 제2전시장엔 ▲그린바이오 ▲혁신제조 ▲펫푸드 ▲컨설팅 등 4개 섹터가 각각 자리를 잡고 있었다.
각 섹터마다 이색 아이템을 내놓은 기업들이 포진해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았다.
그중 하나가 최근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냉동김밥 기업인 ‘올곧’이었다. 올곧은 미국 ‘트레이더조스’에 냉동 김밥을 납품한다.
인스타그램·틱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외국인이 올곧 김밥을 먹는 영상이 큰 주목을 받아 이른바 ‘K-김밥’을 알리는 데 기여했다는 평을 받는다.
인파를 헤치고 전시관에 다가갔다. 귀를 쫑긋 세우고 회사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나니 과연 해외서 인기를 끌겠다 싶었다. 대표적인 것이 김밥 전용으로 개발한 ‘3단 트레이’였다.
열전도율이 뛰어난 데다 하단 수분층이 있어 김밥 터짐을 방지한다고 한다. 이 업체는 우리나라에선 지난해 4월 ‘바바김밥’이라는 이름으로 제품을 출시한 바 있다.
이호진 올곧 대표는 “처음부터 미국 현지 마트에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냉동김밥이라고 하더라도 맛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2021년 기업 설립 후 1년 반을 연구개발(R&D)에 매달렸다”고 소개했다.
그는 “올 10월엔 세계 3대 식품 박람회 중 하나인 독일 ‘아누가(ANUGA)’에 참가해 스시와 김밥의 차이점을 알렸다"면서 "앞으로 김밥 세계화를 위해 더욱 노력할 계획”이라고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비건 베이커리’ 업체도 눈에 띄었다. 이름하여 ‘복띵’이다.
최근 엠지(MZ·1980년대 초반~2000년대 출생) 세대를 중심으로 수요가 늘고 있는 베이글을 주제로 ‘복띵 팥 베이글’ ‘복띵 소금 베이글’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다.
현장의 복띵 관계자들은 “오직 식이섬유와 통곡물만 활용해 ‘고단백 저당 베이글’을 맛볼 수 있다”며 제품 소개에 열을 올렸다.
푸드테크 산업의 미래라는 주제에 걸맞게 첨단 기계들도 빼곡했다.
꽤 규모가 큰 기계들도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뉴로메카’라는 업체가 설치한 협동로봇이 시선을 끌었다. 이 회사는 사람과 함께 작업할 수 있는 이른바 ‘협동로봇’을 전문으로 만든다.
손영태 뉴로메카 매니저는 커피 내리는 기계를 가리키며 “경기 화성 송산포도휴게소에서 이 기계를 볼 수 있다”며 “구인난이 심각한 고속도로 휴게소에선 사람 대신 로봇을 이용하는 사례가 의외로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스크림 만드는 기계, 토스트에 잼 발라주는 기계 등 식음료(F&B) 업계 전반에서 협동로봇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동물 질병을 미리 파악하는 기술을 보유한 푸드테크 업체도 여럿 있었다.
이 가운데 ‘바딧’은 ▲포유 시간 ▲반추 시간 ▲기침 횟수 ▲활동량 등 8가지 동물 데이터를 기반으로 1600마리에 달하는 송아지 행동을 모니터링한 후 질병 조기발견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최근 소 럼피스킨 확산과 관련해 신민용 바딧 대표는 “소가 럼피스킨에 걸리면 갑자기 먹는 양이 확 줄어든다"며 “이런 이상 징후를 조기에 파악해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바딧은 최근 모 언론사에서 주최한 ‘2023 푸드앤푸드테크대상’에서 푸드테크 기술 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대한민국 식품대전 속 ‘식품’은 사람이 먹는 것에만 국한하지 않았다. 최근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수준까지 진화한 펫푸드 업체도 대거 눈에 띄었다.
특히 ‘슈퍼포우’는 야채·채소를 동결건조시켜 강아지용 시리얼을 만드는 기업이다. 홍성균 슈퍼포우 대표는 “상품성이 떨어지는 이른바 ‘못난이 농산물’을 펫푸드에 활용할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펫푸드 섹터에선 강아지용 구슬 아이스크림과 반려견용 함박 스테이크 등도 있었다. 이미 포화상태라는 평가를 받는 펫푸드 시장이지만 형태·맛으로 차별화하려는 업체가 존재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도 감지됐다. 한 친환경 포장업체 관계자는 “정부의 환경 정책이 최근 역행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면서 “우리 같은 중소업체는 아무래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환경부는 이달 7일 플라스틱 빨대 미사용 때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 계도기간을 사실상 무기한 연장했다. 카페 등 소상공인 부담 완화를 이유로 해서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카페 등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면서 1년간은 제도를 위반하더라도 과태료를 물리지 않는 계도 기간으로 설정한 바 있다.
이 계도 기간이 끝나는 이달 24일부터는 플라스틱 빨대 사용에 대한 엄격한 단속이 예상됐었다.
또 다른 새싹기업(스타트업) 관계자는 “최근 기후위기가 심화하는 만큼 정부가 (기상이변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농사지을 수 있는)‘스마트팜 업체’를 적극 지원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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