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로 보는 세상] 마지막 작품, 미완성과 완성 사이

도광환 2023. 11. 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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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등의 이유로 완성하지 '못한' 경우를 떠올리지만, 작가 스스로 의지로 완성하지 '않은' 경우가 더 흔하다.

프란츠 슈베르트(1797~1828)의 '미완성 교향곡'(1822)도 그 이름 덕에 더 유명해졌지만, 사실 그의 작품에는 '미완성으로 완성된 곡'이 다수라고 한다.

러시아 출신 프랑스 화가 니콜라 드 스탈(1914~1955)이 죽기 몇 시간 전까지 그렸다는 '콘서트'(1955)도 미완성 작품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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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도광환 기자 = 예술가에게 '미완성'이란 무엇일까?

죽음 등의 이유로 완성하지 '못한' 경우를 떠올리지만, 작가 스스로 의지로 완성하지 '않은' 경우가 더 흔하다.

프란츠 슈베르트(1797~1828)의 '미완성 교향곡'(1822)도 그 이름 덕에 더 유명해졌지만, 사실 그의 작품에는 '미완성으로 완성된 곡'이 다수라고 한다.

'미완성'으로 추측되는 예술가들의 마지막 작품을 보자.

미켈란젤로(1475~1564) 최후 작품으로 알려진 '론다니니 피에타'(1564)는 거칠고 투박하기 그지없다.

'론다니니 피에타' 밀라노 브레라 미술관 소장

성 베드로 성당 내 '피에타' (1499), 피렌체의 '다비드' (1504) 등 완벽함을 넘어 신적 완전함을 이룬 작품들을 떠올리자면, 그의 작품으로 믿기 어렵다.

작품을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현대 추상 조각의 맹아'라고 말해줘도 믿을 정도다. 만들다 만 듯한 작품을 제작한 미켈란젤로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문득 다가온 '돌아봄' 때문이 아니었을까? '내가 완성에 다다를 수 있을까?', '내가 굳이 완성할 필요가 있을까?', '내게 완성할 능력이 있을까?' 등등의 체념이나 초월, 회의 같은 돌아봄.

러시아 출신 프랑스 화가 니콜라 드 스탈(1914~1955)이 죽기 몇 시간 전까지 그렸다는 '콘서트'(1955)도 미완성 작품으로 전해진다.

'콘서트' 앙티브 피카소 미술관 소장

빨간 바탕 위에 덩그러니 놓인 검은 피아노와 노란 콘트라베이스, 그 사이 그린 책들은 그의 인생과 그림에 대한 '연주'는 계속될 것임을 시사한 것일까?

일견 '도덕경' 한 구절을 연상시킨다. '큰 기교는 서툴러 보인다'는 '대교약졸(大巧若拙)'이다.

그 어떤 이유에서건, 미켈란젤로와 스탈은 마지막 작품을 만들며 한없이 고독했으리라 생각한다. 목전에 이른 죽음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풍족한 동작, 풍만한 여인, 풍부한 색을 칠한 바로크 절정의 화가, 페테르 파울 루벤스(1577~1640)가 그린 마지막 작품은 실로 놀랍기까지 하다.

그를 대변하는 작품 특징은 모두 사라지고 수묵화 같은 정취에 적나라한 적요가 지배하는 풍경화다. '댐이 있는 풍경' (1635)

'댐이 있는 풍경' 상트페테르부르크 예르미타시 박물관 소장

생명의 불꽃이 스러지기 전 그가 본 건 '자연 그 자체'였다는 생각이 든다. 말년에 목가적인 풍경을 다수 그렸지만, 이처럼 사람도 없고, 무지개는 사라지고, 출렁이는 햇살마저 드리우지 않은 자연을 그렸다.

서양 미술 역사상 가장 행복한 화가로 여겨지는 그에게 '완성'이란 이처럼 '잘난 체하지 않는 자연'을 통해 '잘난 체하지 않는 자신'을 드러낸 것이라는 상상을 하게 된다. 흔한 표현으로 '관조(觀照)다. '미와 지혜에 대한 관통'이다.

지금도 전 세계인들에게 최고 소설로 널리 읽히는 도스토옙스키(1821~1881)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1880)도 미완성 작품이다.

그가 죽는 바람에 완성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소설을 접하는 후세인들은 미완성으로 읽지 않는다. 벼락같은 영감과 영혼의 심연을 들여다보게 하는 소설로 평가한다.

위대한 예술가들에게 '완성'과 '미완성'의 구분은 없다. 비록 그들이 원하는 만큼 이루지 못했을지라도 그들의 혼이 담겼는지 아닌지가 중요하다.

미술사학자 이연식은 이런 말을 했다. "절정은 경계에서 진동한다. 끊임없이 흔들린다" 완성과 미완성의 차이는 예술가들 혼이 미세하게 움직이는 그 사이에 있다.

doh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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