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는 웹툰·블랙핑크는 게임…K-팝의 ‘무한확장’ [슈퍼IP 대전]
굿즈·웹툰·게임·놀이공원 등 장르불문
외형적 확대보다는 ‘가치 증명’이 관건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방탄소년단(BTS)은 한국 엔터테인먼트 사상 유례 없는 ‘슈퍼IP(지식 재산권)’다. 국제음반산업협회에 따르면, 전세계 음악 시장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달성한 가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들이 해마다 우리나라에 안겨준 경제적 이익은 50억 달러(한화 약 5조7000억원)에 이른다고 분석한다.
BTS 뿐만이 아니다. 블랙핑크은 물론, 이들와 같은 길을 가는 4~5세대 그룹에 이르기까지 K-팝 IP(지적 재산권)는 무한 확장 중이다. 게임, 웹툰, 웹소설, 의류 브랜드 등 장르와 분야를 망라한다. BTS의 성공 이전, K-팝 IP가 의류, 필기구 등의 단순 굿즈에 머물렀다면, 이젠 ‘일상의 영역’으로 뿌리를 내렸다.
업계 관계자들은 “K-팝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한 IP의 확장은 영역을 가리지 않는다”며 “앨범과 뮤직비디오 등 이른바 ‘원천 콘텐츠’뿐만 아니라 캐릭터와 패션, 오프라인 공간, 스토리로 확장하고 있다”고 봤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선 IP 간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협업’이 대세다. K-팝 그룹은 각종 브랜드에서 러브콜 0순위다. 웹툰, 애니메이션, 캐릭터, 식품 등으로 확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블랙핑크의 게임 협업은 K-팝과 게임이 만나 성공한 대표 사례다. 블랙핑크는 최근 미국 온라인 게임 로블록스에 ‘블랙핑크 더 팰리스’를 열었다. 블랙핑크의 상징적인 뮤직비디오 장면을 테마로 한 이 공간에선 그룹의 패션부터 안무까지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다. 블랙핑크의 아바타는 특히 인기가 높다. 테이크원컴퍼니가 개발한 모바일 육성 퍼즐 SNG ‘블랙핑크 더 게임’의 누적 다운로드는 500만을 돌파했다.
블랙핑크는 앞서 크래프톤과 손 잡고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게임에서 가상공간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방탄소년단도 2020년 신곡 ‘다이너마이트’ 안무 영상을 포트나이트 게임에서 처음으로 공개하는 독특한 협업을 진행했다. 세븐틴은 그룹의 응원봉에서 착안한 캐릭터 ‘봉봉이’와 뚱랑이로 사랑받는 캐릭터 ‘무직타이거’가 협업한 상품 10여 종을 지난 7월 론칭했다. 벨기에 프리미엄 초콜릿 브랜드 ‘고디바’(GODIVA)는 BTS 정국의 솔로 앨범 ‘골든’(GOLDEN)과 협업을 진행, 한정판 초콜릿과 디저트 메뉴를 선보인다.
K-팝 아티스트 IP의 파괴력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은 오프라인이다. K-팝 아티스트 IP로 만든 각종 의류, 필기구, 액세서리, 소품 등을 보여주는 팝업스토어는 알짜배기 매출이 쏟아진다.
팝업스토어는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중심으로 선보이나, SM엔터테인먼트처럼 아예 플래그십 스토어(광야@서울)의 형태로 운영하기도 한다. 지난 17일 오픈 1주년을 맞은 광야@서울은 독자적인 공간 디자인, K-팝 아티스트들의 IP 콘텐츠를 활용한 다양한 볼거리와 상품을 내놓았다. 오픈 1년간 찾은 누적 방문객은 무려 16만 명이다.
하이브는 기존의 팝업스토어를 전 세계로 확장했다. 2022년부터 ‘더 시티(THE CITY)’ 프로젝트를 통해 아티스트 IP를 오프라인에 대대적으로 풀었다. ‘더 시티’는 공연이 열리는 도시 전체를 해당 아티스트의 테마파크로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2022년 4월엔 미국 라스베이거스, 10월엔 부산에서 BTS의 더 시티 프로젝트를 열었다. 2022년 12월엔 세븐틴의 ‘더 시티’ 프로젝트를 오사카, 도쿄, 나고야 등 일본 3개 도시에서 진행했다.
최근 세븐틴은 이색 프로모션 ‘세븐틴 스트리트 인 성수(SEVENTEEN STREET in Seongsu)’를 진행, 6일간 10만 명이 다녀갔다. 성수 연방을 비롯해 카페, 음식, 라이프 스타일, 아트 월 등 다양한 즐길 거리를 마련했다. 성수 일대의 매장들은 “‘세븐틴 스트리트’와 협업한 매장들은 좋은 입지가 아닌데도 매출이 약 3배 증가하는 등 매장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귀띔했다.
뉴진스는 카툰 네트워크의 ‘파워퍼프 걸’ 캐릭터와 협업, 올해 발매한 미니 2집 ‘겟 업(Get up)’ 뮤직비디오에서 공개했다. 지난 8월엔 라인프렌즈 스토어 서울 홍대점과 강남점에서 운영된 팝업스토어를 통해 파워퍼프걸 버전의 뉴진스 IP를 활용한 포토 앨범, 스마트 톡 등 다양한 제품들을 선보였다. 이 기간 무려 5만5000명의 팬들이 찾는 등 반응이 뜨거웠다.
BTS가 출연한 하이브의 오리지널 콘텐츠 ‘인더숲 BTS 편’을 공간 체험 서비스와 연계한 사례도 있다. 하이브는 휘닉스 평창과 촬영 당시 공간, 체험 요소들을 그대로 구현, 팬들이 아티스트와 같은 경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방문객들은 ‘인더숲 스테이 : 휘닉스 평창’ 패키지를 통해 인더숲 테마 객실에 묵으며 인더숲 BTS편 ‘평창’ 촬영지를 둘러볼 수 있다.
엔하이픈이 주인공인 웹툰 ‘다크 문 : 달의 제단’ IP는 롯데월드와 만났다. 하이브와 롯데월드는 지난 9월부터 웹툰 ‘다크 문: 달의 제단’ 속 세상을 현실에서 구현한 ‘엔하이픈 인 롯데월드’로 엄청난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9월 한 달간 롯데월드를 찾은 해외 입장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세 배 이상 늘었다.
하이브 관계자는 “K-팝 IP의 확장은 팬들의 일상 생활 영역에 깊숙이 파고들어, ‘팬 라이프스타일’을 확장한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모든 IP가 슈퍼IP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인지도와 화제성, 네임 밸류 등이 있어야 슈퍼IP로서 자격을 갖춘다. 이름만 들어도 모두가 알아야 하며, 국가대표처럼 ‘호불호’의 차이가 크지 않아야 한다. 탄탄한 지지자(팬덤)가 있으면 더 좋다.
황보상우 하이브 스토리사업본부 사업 대표는 “슈퍼IP가 되기 위해선 ‘슈퍼(Super)’와 ‘IP’ 사이에 ‘밸류어블(Valuable)’이 들어가야 진정한 ‘슈퍼 IP’가 된다”며 “해당 콘텐츠나 IP를 모르는 사람도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대중성을 갖추고, 특정 장르나 콘텐츠의 대표적인 예시가 되거나 지표를 제시할 수 있는 IP가 진정한 슈퍼 IP”라고 설명했다.
슈퍼 IP들의 만남은 성공 사례를 만들 확률이 높다. 일찌감치 3B(방탄소년단, 블랙핑크, 핑크퐁 아기상어) 중 하나로 자리한 핑크퐁 아기상어는 대형 K-팝 그룹과 연이어 협업하며 화제성을 이어가고 있다.
엔하이픈(ENHYPEN)은 애니메이션 영화 ‘베이비샤크 빅 무비(Baby Shark’s Big Movie)’ 제작 과정에서 협업했다. 덕분에 엔하이픈은 K-팝 보이그룹으로선 처음으로 미국 애니메이션 시장에 진출했다. 더핑크퐁컴퍼니 관계자는 “엔하이픈은 ‘베이비샤크 빅 무비’에서 바닷속 최고 인기 누리는 K-팝 밴드로 등장한다”며 “일곱 멤버가 모두 영어 더빙에 참여해 콘텐츠 협업에 의의를 더했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KBS 1TV를 통해 공개된 ‘씰룩(SEALOOK)’ 애니메이션의 OST(배경 음악)는 SM의 신인 그룹 라이즈(RIIZE)가 불렀다. 잔잔한 팝 장르, 포근한 분위기의 ‘이지 리스닝’ 곡에 라이즈의 청량한 음색이 담겼다. 애니메이션은 MZ(밀레니얼+Z) 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모으며 유튜브에서 600만 구독자를 모았고, 누적 10억 400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더핑크퐁컴퍼니 관계자는 “화제를 모으며 데뷔한 신인그룹 라이즈와 더핑크퐁컴퍼니의 새로운 콘텐츠의 신선하고 풋풋한 이미지가 잘 어우러질 거라 판단해 라이즈와의 협업을 시도했다”고 했다.
NCT드림은 핑크퐁과 협업 영상을 제작하고 CU 편의점에 한정판 간편식도 내놨다. 핑크퐁과 NCT드림의 공룡 ABC 영상은 누적 910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4세대 대세 그룹 뉴진스와 핑크퐁 아기상어의 ‘댄스 얼라이브’ 협업도 주목 받았다.
K-팝 아티스트의 IP 확장은 숙명이다. IP 자체의 수명은 ‘유한’한 데다 흐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가장 강력한 슈퍼 콘텐츠인 K-팝 아티스트가 정점에 있을 때 IP를 다양하게 개발하고 확장하는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 전략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K팝 이노베이션’을 쓴 이장우 경북대 교수는 “아이돌 중심의 수익원 다변화 전략은 K-팝 산업을 성장시킨 중요한 동인”이라고 말했다.
BTS만 해도 전통적인 굿즈부터 한국어 교재, 게임, 웹툰, 웹소설, 팝업스토어, 휴양지 등 아티스트, 음악 IP를 라이프스타일 전 영역으로 넓혔다.
IP를 확장할 때는 무엇보다 정교한 ‘타깃팅’이 필수다. 황보상우 대표는 “각 IP마다 그 IP를 즐기는 방식이 소비자마다 다르다”며 “하이브에선 팬덤의 취향 다변화에 집중하기 보다는, 다양한 각 영역에서 팬들을 모아 하나의 팬덤을 만들어 가는 형태에 집중해 각 영역의 팬들이 좋아할 수 있는 IP 확장 사례들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IP 개발과 확장에서 중요한 것은 단지 ‘외형적 확장’이 아니다. 확장된 영역에서 가치를 얼마나 잘 증명해 나가는지가 중요하다. 황보상우 대표는 “음악적 콘텐츠는 완성도 높게, 웹툰은 재미있게, 머치(Merch·공식상품)는 소장하고 싶게끔 잘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래야 각 영역에서 팬들의 긍정적 경험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성공 사례들이 확장된다”고 강조했다
shee@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슈주' 규현, 뮤지컬 공연장서 흉기 난동에 부상
- 나폴레옹이 120개나 소장한 '이 모자'…27억에 팔려
- 김연아 남편 고우림, 결혼 1년 만에 입대…육군 군악대 복무
- 부산역 女화장실 들어가 아무나 잡고 폭행한 50대男
- '김용건 며느리' 황보라, 결혼 1년만 임신 "아기천사 고마워"
- “한국만 호구냐?” 애플 지독한 홀대에도…아이폰 ‘열광’ 이 정도일 줄이야
- 장난치던 4살 아들이 얼굴 때리자…머리카락 빠지도록 학대
- 25%→1% 실화냐…“삼성은 끝났다” 애국 소비 중국의 ‘독기’
- 음주측정 거부 후 순찰차 들이받고 달아난 50대女…주차된 차량 3대도 충돌
- “범죄도시2 찍겠네” 백신 광고에서 다시 만난 손석구·마동석…누가 이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