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재외공관 48개…재정난 속 선택과 집중?
[앵커]
우리 정부가 2024년, 12개 나라에 공관을 추가 개설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모두 177개국에 공관을 운영하게 되는데요.
글로벌 중추 국가의 역할 강화를 기대할 수 있게 됩니다.
반면 북한은 최근 잇달아 재외공관 문을 닫고 있습니다.
지난달 우간다와 앙골라에 이어 스페인, 홍콩, 네팔 공관까지 철수시키면서 재외공관은 53개에서 48개로 줄었습니다.
북한 외무성은 외교 역량의 효율적 재배치라고 밝혔지만, 실제론 공관 유지가 어려울 정도의 재정난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북한 재외공관의 연쇄 폐쇄 사정을 <클로즈업 북한>에서 들여다 봤습니다.
[리포트]
여성의 선창으로 무반주 합창을 하는 사람들과, 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김일성 주석.
1974년 평양을 방문한 냐싱베 에야데마 토고 대통령의 수행원들입니다.
1970-80년대 북한은 자주노선 강화와 실리외교 추구하며 비동맹외교를 확대했고, 대표적인 곳이 아프리카 국가들이었습니다.
그 가운데 우간다도 포함되는데요.
["우간다의 부통령 파울로 무왕가는 경애하는 김일성 주석님은 제3세계의 인민들이 가장 높이 존경하고 흠모하는 위대한 수령이시라고 하면서 지성 어린 선물을 드렸습니다."]
1972년 재수교를 맺은 뒤 우간다는 북한의 전통적인 우방국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1986년부터 지금도 장기 집권하고 있는 무세베니 대통령은 세 차례나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을 만났고, 김정은 위원장과도 최근까지 축전을 주고받았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북한이 돌연 우간다 대사관 폐쇄를 결정했습니다.
51년 만의 공관 철숩니다.
이어 앙골라와 스페인 대사관, 홍콩 총영사관, 네팔 주재 대사관도 잇따라 문을 닫았습니다.
현재 전 세계에 남아있는 북한의 제외 공관은 48개.
북한 외무성은 공관 폐쇄를 두고 "외교 역량의 효율적 재배치”라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의 분석은 다릅니다.
[고영환/전 콩고 주재 북한대사관 1등서기관 : "중동 및 아프리카, 동남아 같은 나라는 (공관이) 자급자족이에요. 자급자족이라고 하면 대사관에 있는 무역 참사관이나 경제 참사관들이 돈을 벌어서 일부 충성 자금으로 바치고 일부는 대사관 유지비를 대는 조건으로 외교 여권을 받고 대사관 안에서 활동할 수가 있어요. 특히 우간다에는 모든 폭탄 자동 소총, 박격포 모두가 북한제에요. 그러면 탄약을 계속 공급을 해야 할 거 아니에요. 제재가 심해지니까 총탄 포탄을 제대로 공급을 못 해. 대사관 자체가 자체로 돈을 벌어서 쓸 만큼 안 되니까 그러면 들어오라."]
1990년대 초까지도 UN 가입을 두고 한국과 치열한 외교 경쟁을 벌였던 북한.
어려워진 경제 속에도 공세적인 물량 지원은 빠지지 않았습니다.
["어후, 저것들이 이제 대놓고 바람을 피루네? 우리 페어플레이 합시다 페어플레이. 우리는 당신들 남조선보다 20년이나 앞서서 개고생하면서 이 아프리카 기반 닦아 왔어. 네깟 것들 이간질로 균열이 올 것 같네?"]
덕분에 외교관들의 위상이나 대우도 높은 수준이었다고 하는데요.
[한진명/전 베트남 주재 북한대사관 3등서기관 : "UN에서 표를 많이 얻기 위한 지지 세력 확보를 많이 했거든요. 그래서 퍼주기식 외교를 많이 했어요. 어떤 식이냐면 무상 차관을 주고 무상 지원을 많이 한 거예요. 발전 도상국과 많이 대상을 했으니까 아프리카하고. 그러니까 그 나라에서 하나라도 더 북한에서 가져오기 위해서는 북한 외교관들한테 많이 접근할 수밖에 없었죠. 그 위신이 그만큼 올라가고 함부로 조금 잘못돼도 건드리지 않았어요."]
그러나 1983년 10월 미얀마에서 터진 ‘아웅 산 폭파 테러’, ‘88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일어난 ‘KAL 858기 폭파 사건’등 북한이 감행한 테러 사건으로 국제사회의 시선은 점차 바뀌었습니다.
게다가 우방국인 옛 소련을 시작으로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이 잇따라 붕괴했고 ‘고난의 행군’이라 불리는 극심한 경제난까지 겪으며 북한 외교는 추락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도 가장 먼저 대외 공관들을 철수시켰습니다.
[고영환/전 콩고 주재 북한대사관 1등서기관 : "북한이 1980년대 중 후반까지 잘 나갈 때는 백여 개 정도의 총영사관과 대사관들이 있었어요. 1985년 고르바초프가 (소련 당서기장에) 올라가고 아프리카 나라들이 사회주의 노선을 포기하기 시작하면서 북한하고 관계가 약화되기 시작을 했고 고난의 행군 때 돈을 더 못 주니까 그때 10여 개 정도가 줄어든 적이 있어요. 고난의 행군 1994년, 1999년."]
남아있는 대부분의 재외공관들도 지원을 받지 못했고, 외교관을 비롯한 주재원들은 직접 외화벌이에 나서야 했습니다.
재외공관이 국가 외교보다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수단으로 변질된 겁니다.
[KBS 뉴스/1997년 8월 : "루마니아 주재 북한대사관이 예전에 김일성의 거처로 사용하기 위해서 지었던 영빈관을 카지노로 임대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KBS 뉴스/1998년 2월 : "마약밀수에 손을 대다가 적발돼서 국제사회에서 망신을 당해온 북한 외교관들이 이번에는 루마니아에서 밀수된 양담배를 빼돌리려다가 또 적발됐습니다."]
북한 외교관들은 도박장 운영과 마약, 담배 거래는 물론, 금괴와 달러 뭉치, 보석, 코냑 등을 면책 특권을 이용해 외교 행랑으로 실어 날랐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탈법·불법적 상거래에 나선 겁니다.
또 이렇게 벌어들인 돈은 공관 유지 경비는 물론 충성자금 명분으로 평양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영환/전 콩고 주재 북한대사관 1등서기관 : "북한 외교관들이 가장 많이 (거래)하는 게 위스키, 와인, 담배, 코냑 이런 것들을 거의 안 하는 공관들이 없어요. 그런데 그것도 어떤 나라는 못 하는가 하면 서유럽 나라들은 힘들어요. 다 보고 있으니까. 그리고 이따금 경고하거든요. 선을 넘지 말라. 그래서 북한 외교관들이 어떤 측면이 있냐면 통제가 느슨한 나라들에 나가고 싶어 해요. 왜냐면 돈이 되니까."]
그럼 김정은 위원장 집권 뒤엔 어떻게 됐을까?
외교관들의 불법 외화벌이는 여전하다고 합니다.
[한진명/전 베트남 주재 북한대사관 3등서기관 :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서 엄하게 통제하는 것 같지만 실질적으로 북한 외교관들이 생활경비도 적고 대외 활동 벌이자면 국가에서 예산을 주는 것도 없고하니까 아직 불법 활동, 경제 활동을 계속 벌이고 있는 겁니다."]
2017년, KBS 취재팀이 촬영한 폴란드 바르샤바의 북한대사관.
당시에도 건물 3개 동 가운데 2개 동을 카드회사나 부동산 등 10여 개 민간 업체들에 임대해주고 수익을 올리고 있았습니다.
[북한 대사관 건물 내 임대 업체 관계자 : "(당신이 무슨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지 그걸 묻고 싶은 거예요.) 북한 대사관에 연락해보세요. 그럼."]
그러나 유엔 안보리의 고강도 대북 제재가 이어지면서 기존의 공관을 활용한 외화벌이도 타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무기 수출, 인력 송출 등에 큰 지장이 생겼는데요.
형편이 어려워진 만큼 북한이 전략적 외교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실질적 구조조정에 나섰다는 겁니다.
[한진명/전 베트남 주재 북한대사관 3등서기관 : "옛날에 비해서 지금은 중점 외교를 강화하는 것 같아요. 어느 지역에 보루, 보루를 마련하고 보루적인 국가를 중심으로 해서 주변국들에 북한이라는 나라의 영향력을 확대해 나간다는 겁니다. 그래서 실례로 보면 앙골라, 우간다 보세요. 그게 콩고에 대사관이 있잖아요. 그럼 그 주변 나라들 아닙니까? 충분히 거기서 기존에 북한이 하던 것처럼 교역 나라 형식으로 그 나라들을 컨트롤 할 수 있는 거예요."]
또 북한이 러시아와의 연대에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무기 거래로 더 큰 외화를 벌겠다고 판단한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어느 경우건 북한 외교의 영향력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는 평갑니다.
[고영환/전 콩고 주재 북한대사관 1등서기관 : "가장 기본적인 거는 UN 제재나 각국의 독자 제재 때문에 북한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적어요. 그런데다가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까지는 북한이 계속해서 미국과 정면 대결을 하겠다는 거거든요. 강대 강으로 맞서겠다는 거니까 그러면 미국도 제재를 풀어주지 않을 거고."]
[한진명/전 베트남 주재 북한대사관 3등서기관 : "경제적으로 너무나도 쇠퇴하고 이제는 더 회복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고요. 그것을 북한이 이제는 인지했다고 봐요. 지금 현 상태 유지가 북한에선 최우선의 과제고 그 과제를 위해서 북한의 외무성이 좀 더 그런 측면에서 비적극적인 활동을 벌일 거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남북 체제 경쟁 속에 한때 100개를 넘었지만 이제는 50개도 안 되는 북한의 재외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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