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해외 가는데 ‘빈데믹’ 날벼락…빈대 피하려면 ‘이것’만은 꼭 [여프라이즈]
1∼7㎜ 크기로 둥글고 납작한 모양. 얼핏보면 수박씨 같다. 흡혈해충벌레. 순화하면 베드버드(침대벌레)정도로 불린다. 맞다. ‘빈대’다. 1년 동안 먹지 않고도 죽지 않는다. 수박씨만한 벌레에 전세계 여행가가 떨고 있다.
팬데믹이 아니다. 그야말로 ‘빈데믹’이다. 하늘길까지 걱정이다. 가장 먼저 민감 반응을 나타낸 곳은 홍콩이다. 한국에서 빈대 출현 뉴스가 뜨자마자 입국 공항에서 빈대 검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물론 한국인을 특정해, 정밀 검사를 한다는 정도까진 아니지만, 팬데믹 초기, 중국 여행족을 꺼려하던, 글로벌 분위기와 유사하다.
홍콩 해충방제인력협회의 찬와이쿵 부회장은 말한다. “홍콩에서 빈대는 약 10∼20년 전 한차례 출현했다. 하지만 정기적 방역과 위생 강화로 박멸됐다”고. 그의 조언이다. “여행객들은 호텔의 바닥, 카펫, 목재 표면에 가방을 올려놓지 않는 게 가장 좋으며 손전등을 이용해 침대의 틀과 다른 매트리스를 확인하라”는 것.
▶ 빈대의 정체 = 우선 빈대 정체부터 알고 가자. 영어로는 ‘침대벌레(bedbug)’다. 글자 그대로 침대에서 주로 발견된다. 물론 카페트, 마룻장, 벽장, 옷, 전기제품 등 집안 구석구석에 기어들어가 서식한다. 고약한 것은 생명력이 길다는 것. 굶어도 된다. 1년 동안 먹지 않고도 죽지 않는다. 박멸이 어려운 까닭이다.
피해도 고약하다. 빈대는 긴 주둥이로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다. 심지어 야행성이다. 건강상에는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다만 물리면 참기 힘들 정도로 가렵다. 2차 감염에 의한 피부 질환이 특히 문제다. 심하면 신경과민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불면증까지 걸릴 수 있다.
주된 감염 경로는 여행이다. 세계 각지의 여행자들이 거치는 관광지 숙소의 침대에서 잔 뒤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서 퍼뜨리게 된다. 결코 안전지대는 없다.
빈출까지는 아니지만, 가끔 언론을 장식한 적이 있다. 일단 흔했던 시절은 1950~60년대다. 함께 살았던 시절이다. 이게 70년대 들면서 자취를 감춘다. 자연스러운 소멸이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빈대가 없어졌다고 여긴다. 이게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다. 해외에는 여전했기 때문이다.
1. 2010년 ‘빈대 수칙이 있었다
“해외여행전 빈대 안전수칙 읽어보세요”. 당시 한국 언론 사회면을 대거 장식한 헤드라인이다. 하필이면 미국 뉴욕, 캐나다 등을 중심으로 빈대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해외 여행객들 사이에 경보등이 켜진 것이다.
2010년 도에 반사이익을 누린, 대표적인 곳이 벌레 잡는 회사다. 발빠르게 움직인 세스코. 세스코 기술연구소는 ’국내에서는 지난 2006년 20년 만에 빈대가 다시 발견된 이후 현재까지 30여건의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힌다.
다음은 세스코가 당시 발표한 호텔 이용 안전수칙이다. 15년여가 지난 지금까지 유용하다.
△짐가방은 호텔의 카펫 바닥에 두지 말 것. 카트나 선반 위에 올려 두어 빈대가 짐가방으로 옮겨가는 것을 방지할 것 △의복을 침대 위나 바닥에 두지 말고 옷장 옷걸이에 걸어둘 것 △여행 시 수건이나 의류 등 패브릭 물품은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별도로 세탁할 것 △호텔에 있는 일회용품은 챙겨오지 않을 것.
2. 2016년 부산 A호텔 빈대소동
잠잠하던 빈대가 또 한번 여행가를 발칵 뒤집어 놓은 게, 2016년이다. 지역은 부산. 호텔가를 습격한 것이다.
당시 언론의 한 리드문이다.
’부산 지역 한 유명 비즈니스호텔에서 최근 빈대(베드버그) 피해가 발생해 우려를 낳고 있다. 흡혈 곤충인 빈대는 국내에서는 1970년대 이후 거의 사라졌지만,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 유명 관광지 호텔에서는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관광객 증가로 호텔 신축이 늘고 있는 부산도 사태 방지를 위한 철저한 점검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소는 부산 중구 대창동에 있는 일본계 비즈니스호텔. 김모씨가 15층에 묵었다가 팔과 다리, 복부, 엉덩이 등 100여 곳에 벌레에 물린 듯한 발진이 생긴 것이다. 다음 날 객실 침대에서 빈대를 발견한 김모씨는, 호텔 측을 통해 방역업체 직원을 불러 살펴보니 커튼 등에서 다수의 빈대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후 극심한 가려움과 통증으로 한 달 이상 통원 치료를 받았지만, 김씨는 이후 제법 오랜기간 색소 침착 등 후유증을 겪었다고 한다.
부산을 발칵 뒤집을 뻔 한 빈대소동은 이후 잠잠해 진다.
3. 2023년 빈데믹으로 가나
최근 잇따른 빈대 출몰로, 여행가, 특히 호텔가는 초비상이다. 이미지로 먹고사는 메이저호텔들은 아예 빈대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있다.
롯데호텔앤리조트는 최근 전 지점에 빈대 예방에 초점을 맞춘 위생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고, 침구 매트리스 등을 70도 고온으로 열탕 세탁하는 한편 스팀 소독까지 실시하고 있다.
호텔 신라도 마찬가지다. 매일 전문 방역업체를 통해 전관 방역을 실시하면서 빈대에 특화된 전문 방역제까지 추가했다. 조선호텔도 마찬가지다. 객실 청소 체크리스트에 ’빈대 발견 구역‘ 항목까지 신설했다. 호텔 내 모든 공간에 해충 기피제 분사횟수도 확 늘려잡고 있다.
호텔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홍콩 당국이 ’한국 빈대‘를 공론화 하면서, 위기감을 고조시킨 만큼 초기에 빈대 확산을 진압하지 못할 경우, 겨우 활기를 띄고 있는 해외여행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홍콩 공항 검역 뉴스가 뜨면서, 홍콩 여행족 일부가 입국에 문제가 없는 지 문의를 하고 있다”며 “입국 과정에서 한국인들을 특정해 몸수색이나, 검사를 하는 조치는 아니다.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1. ’빈대와의 전쟁‘ 프랑스
빈대 악몽하면 빠지지 않는 나라가 프랑스다. ’빈대의 나라‘라는 수식어까지 안고 있다.
2024년 올림픽을 앞두고, 또 한번 빈대 악몽에 몸살을 앓고 있다. 기차, 지하철, 여객선, 공항, 호텔, 영화관 등 공공장소에서 빈대를 목격했다는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타임지에서 프랑스 빈대를 콕 집어 다룬적이 있다. 1950년대에 사실상 사라졌다가 1990년대부터 다시 급증하기 시작한다. 출몰 이유가 ’여행‘이다. 세계 여행이 일반화되고 프랑스가 여행 대국으로 떠오른다. 그냥 여행족만 몰려들면 되는데, 여행족이 사는 나라의 빈대 유입까지 늘어난 탓이다. 한때 파리 시장 후보로 나왔다 사퇴한 벤자맹 그리보 전 정부 대변인은 100일 이내에 파리 시내의 빈대를 박멸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을 정도.
이후는 부침을 거듭한다. 타임지는 특히 빈대 출몰이 심해진 게 최근 3년 이내라고 지적한다. 프랑스 식품, 환경 및 직업 보건 안전청(ANSES)은 빈대 확산의 원인으로 최근 몇 년 동안 세계 여행의 증가와 살충제에 대한 빈대의 내성 증가를 지목하고 있다.
ANSES의 결과가 충격적이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프랑스 가정의 11%가 빈대를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 빈대는 ’가난‘의 상징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부(富)의 정도와는 관련이 없다는 게 정설이다.
실제로 빈대는 여러 선진국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빈대가 최근 미국, 캐나다, 영국 및 기타 유럽 지역에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는 이미 빈대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3년 전 빈대 정보 웹사이트와 신고 전화 핫라인을 구축하는 등 빈대 퇴치를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정부는 빈대 진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오렐리앙 루소 프랑스 보건부 장관은 “프랑스가 빈대에 침략 당한 건 아니다”면서 “시민들이 공황 상태에 빠질 정도는 아니다”고 설명한다.
2.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빈대 공습‘이 전역으로 공론화 된 시절은 지난 2010년이다. 사실 한국에 빈대 경고령이 내려진 것도 미국 때문이다.
당시 습격을 받았던 리스트를 보면 깜짝 놀란다. 차례로 명시해 드린다.
‘월도프 아스토리아호텔(파크 애비뉴), ‘나이키타운’ 플래그십 스토어(맨해튼 이스트 57번가), 블루밍데일 백화점(59번가), 빅토리아 시크릿(렉싱턴 애비뉴), 캐주얼 의류브랜드 아버크롬비 앤드 피치(소호), 캐주얼 브랜드 홀리스터(사우스시포트), 유엔본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AMC(타임스스퀘어), 연방검사사무실(브루클린), 월스트리트 저널(6번가)…‘
당시 뉴욕 중심가를 점령했던 유명 건물이거나 상점들이다. 이곳은 마치 순서라도 정해놓은 듯 돌아가며 망신을 당한 거다. 그것도, 수박씨 만한 빈대에게.
헤드라인에 자주 등장한 문구가 ’빈대출몰로 명성에 먹칠‘이었을 정도니, 말 다했다.
역시나 직격탄은 호텔이 맞았다. 당시 110여년의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뉴욕 최고의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이 주인공이다. 이 호텔에 묵었던 6세 여아가 빈대에 물려 얼굴과 온몸에 상처가 나고 불면증에 시달렸다며 그 가족들이 1만3000달러(1460만원)를 요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냈던 것. 뉴욕포스트는 “왕족, 세계 정상, 유명 인사들이 쉬어가는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이 빈대가 머무는 곳으로 전락했다”고 개탄했다.
폐점 사례까지 나온다. 속옷을 파는 빅토리아 시크릿은 매장에서 빈대가 발견돼 점포에 있던 의류까지 모두 폐기해야 하며 문을 닫았다. 아베크롬비 앤드 피치의 소호 매장은 점원이 빈대에 물리는 바람에 문을 닫았고, 홀리스터의 매장도 빈대 출몰로 폐점했다.
심지어 ’나이키 타운‘ 플래그십 스토어 역시 빈대 출현으로 영업을 중단했다.
유엔 본부 역시 뚫린다. 본부에 빈대들이 잠입해 회의장 의자들을 모조리 갈아 치우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졌다.
재밌는 기사도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지가 소개한 ’빈대에게 물어뜯기는 뉴요커의 일상(뉴욕 교통개발정책 연구소 근무 애니 와인스턱이 실제 겪은 고통)‘이다. 잠깐 소개해 드린다.
‘와인스턱은 올 5월 1년간의 아프리카 생활을 마치고 뉴욕 브루클린의 전세 아파트를 구했다. 새집에서의 첫날 밤, 새벽 두 시에 귀에서 무엇인가 움직이는 소리를 듣고 잠을 깼다. 화들짝 놀란 그녀는 불을 켜 침대를 살피다 뭔가를 발견했다. 빈대 한 마리였다. 후려치자 빨간 핏자국이 묻어났다. 그러고 보니 침대에 두세 마리가 더 기어다니는 것이 보였다. 정신을 거의 놓을 뻔한 그녀는 침실을 뛰쳐나가 거실에서 밤을 꼬박 새웠다. 다음날 아침 빈대 7∼8마리가 침대 위를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빈대퇴치 업체에 연락했다. 그녀는 처음엔 빈대에 물린 줄도 몰랐다. 나흘이 지나자 가렵기 시작했다. 목과 어깨, 팔, 얼굴엔 반점이 생기더니 3주일간 가려움증에 시달렸다. 그 일을 치르고 난 뒤 와인스턱은 한동안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자다가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나 침대에 뭐가 없는지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뉴욕타임스 등 뉴욕 언론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빈대 관련 기사가 오르고 있다. 어디 어디에서 빈대가 발견됐다는 속보는 기본. 유명 연예인들까지 누가 물리고, 누구 고생중이라는 가십 기사가 화제가 됐던 시절이다.
또 한 무리의 피해자는 뉴욕의 연인들. 멀쩡하던 커플이 파트너가 빈대에 물렸다는 이유로 헤어지는 일이 급증했던 것이다. 오래된 연인들은 물론, 썸타는 사이까지 데이트 시작전, 집에 빈대가 있는지부터 묻는게 일상. 당시 뉴요커들의 푸념이다. ’유난 떤다고? 뉴욕 빈대에게 물려보지 않은 사람들, 그런 말씀 마시라.‘
신익수 여행전문기자
▶ 여행 다녀온 옷 바로 세탁하세요
빈대 분석과 실험을 한 연구팀이 있다. 영국 셰필드대 동식물학과 윌리엄 핸틀리 교수팀이다. 빈대의 개체 수가 증가하고 전 세계로 확산되는 원인에 대한 연구분석을 실시해 기초과학 및 공학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발표한 내용이다.
이게 재밌다. 여행 캐리어를 통해 빈대가 이동할 수 있냐부터 보자. 연구진은 빈대가 살기 좋은 환경인 온도 21.5~22.5도, 습도 45~65%의 방에 깨끗하게 세탁한 옷을 담은 여행 캐리어와 냄새나는 양말과 땀에 젖은 티셔츠 등을 넣은 여행 캐리어를 열어둔 상태로 멀리 떨어뜨려 놓고 빈대를 풀어놓았다. 96시간 지난 뒤 확인한 결과 지저분한 옷들이 담긴 상자에 빈대들이 모두 들어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다.
결국, 여행지에서 입은 냄새나는 옷, 캐리어가 핵심 이동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냄새‘다. 그래서 빈대 전문가들은 여행지에 입고 다닌 옷을 바로 세탁할 것을 주문한다.
빈대는 사람 피부에서 발산하고 만들어 내는 100가지 이상의 화합물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오래된 옷에서는 27~29의 이산화탄소가 만들어져 나오는데 여기에 빈대가 끌린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해외여행 중에 이를 막으려면. 최대한 접근을 어렵게 하는 장치를 만들면 된다. 빈대는 매끄러운 표면을 기어 올라가지 못한다. 캐리어는 바닥에 두면 안된다. 호텔방의 금속 수화물 선반에 가방을 올려놓는 게 급선무. 냄새가 나는 옷이 있다면 반드시 비닐봉투에 싸서 가방에 넣은 뒤 닫아놓는 게 핵심이다.
핸틀리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한 번 입은 옷을 침대 위에 던져 놓거나 가방을 침대 가까이 두지 않는 것”고 강조한다. 또하나 그의 꿀팁. “빈대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열이다. 여행 직후 캐리어도 뜨거운 열풍에 노출시키고 옷들은 깨끗하게 세탁한 뒤 고온건조 기능을 활용해 말려 주는 것이 좋다”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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