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알려주는 사기당하지 않는 법 [세상에 이런 법이]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딨어.” 우리가 자주 하고 듣는 말. 네, 그런 법은 많습니다. 변호사들이 민형사 사건 등 법 세계를 통해 우리 사회 자화상을 담아냅니다.

전청조, 남현희씨 관련 기사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사기 피해자들은 전 재산을 잃고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대출을 갚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거나 정신적으로 무너지기도 한다. 이런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기를 치는 사람들은 일정한 패턴이 있다. 먼저 몇 주나 몇 달 등 단기간에 아주 다정하게 잘해준다. 호감을 얻기 위해 수입차를 보여주고 궁금해하지 않는 재력을 지속해서 ‘과시’하며 유명인들과 같이 찍은 사진도 보여준다. 이들은 작은 진실을 큰 거짓말 속에 섞는다. 예를 들면 갚을 의사도 없이 큰돈을 빌리면서 그에 비해 작은 이익이라고 할 수 있는 고율의 이자를 몇 차례 꼬박꼬박 주는 것이다.

이렇게 신뢰를 얻고 난 뒤 다급한 사정 또는 결정적인 기회가 있는 것처럼 행동하며 돈을 빌려달라거나 투자를 권한다. 피해자는 이미 상대방의 재력과 능력이 충분하다고 과신하고 있어 의심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며 좋은 사람과 큰 이익을 볼 기회를 놓칠까 봐 급하게 돈을 건넨다.

‘나’를 적정한 크기로 인식하고 되돌아보기

결국 사기를 치는 사람들은 피해자의 외로움, 의존하고 싶은 마음, 욕심 등을 이용한다. 그렇기에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나’를 관계의 노예나 작은 존재로 놓지 않고 적정한 크기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신이 옳다〉(정혜신 지음, 해냄 펴냄)에서 말하는 ‘자기 보호와 경계 세우기’를 잘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다섯 가지 정도다.

첫째, 천천히 친해져야 한다. 누군가 진심으로 ‘나를 위해’ 투자를 권유하거나 내가 좋아서 인간적으로 친해지고 싶어 하는 경우라면 내가 속도를 늦추면 상대방도 기다리고 보조를 맞출 것이다. 상대방이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 어떤 속도로 친해지길 원하는지보다, ‘나’의 속도와 방향성이 중요하다. 내가 천천히 가거나 거절하면 상대방이 떠날 것 같은가. 상대방이 없었던 과거에도 나의 삶이 나쁘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하자.

둘째, 묻지도 않은 재력과 친분을 과시하는 사람이라면 왜 저러는지 건강한 의심을 발휘하자. 내가 혹할수록 스스로 질문해보자. ‘저 사람의 재력과 친분이 나랑 무슨 상관일까.’

셋째, 작은 진실이 큰 진실이 될 것이라고 믿지 말자. 이자를 준다고 원금을 다 갚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원금이 크면 클수록, 자신에게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면 할수록 돌려막기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꼭 투자하고 싶은 기회라면 손해를 봐도 영향이 크지 않을 여유 금액만 투자한다. 대출까지 받아 투자하는 것은 아무리 좋은 기회라도 위험하다.

넷째, 상대방이 다급하다고 하고 도와줘야만 하는 상황으로 판단되더라도 송금하기를 누르기 직전까지 ‘나’의 입장을 생각해보자. 이 돈을 돌려받지 못하면 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내가 친절을 베풀어도 될 금액은 내 마음이 편한 금액에 한해서다. 아무리 좋은 상대라도 그만큼만 친절을 베풀어도 된다는 것을 기억하자.

다섯째, ‘이것보다 좋은 기회는 없을 거야’라는 생각이 든다면, 타인에게 의존해서 변화를 기대하는 건 그만큼 위험하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감수할 만큼의 위험인지 생각해보자. 안전장치로 담보를 요구하는 등 위험을 완화할 조처를 하자.

흔히 사기는 ‘나’한테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과신한다. 어쩌면 이런 과신이 사기의 덫에 빠지는 지름길일지 모른다. 다시 말하지만 ‘나’를 적정한 크기로 인식하고 되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오지원 (변호사) editor@sisa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