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자보다 자전거가 우선"...이 나라가 '자전거 천국'인 이유

정혜인 기자 2023. 11. 1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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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아찔한 자전거의 세계④
[편집자주] 한국에서 자전거는 위험하다. 자전거 사고로 국내에서만 이틀에 1명씩 숨진다. 보행자도 마찬가지다. 어르신과 어린이를 제외하곤 자전거의 인도 주행은 불법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자전거가 인도를 내달린다. 자전거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방법은 뭘까.

네덜란드의 한 거리 모습. /사진=네덜란드 자전거 전문가 협회 '네덜란드 자전거 대사관'(Dutch Cycling Embassy) 엑스(옛 트위터)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후변화 위기 대응 등으로 자전거 보급률이 늘면서 관련 안전 정책의 필요성도 커졌다. '자전거 천국' 네덜란드를 비롯해 이웃 국가 일본 등의 정책을 참고해 구체적인 안전 규정을 마련하고 관련 예산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네덜란드, 독일,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은 일찍이 자전거를 주요 교통수단으로 간주하고 관련 규정을 세부적으로 세워 엄격히 적용했다. 자전거 전용도로 및 신호도 마련했다. 또 어릴 때부터 자전거 수신호 등 안전교육을 받게 해 관련 교통법규를 숙지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네덜란드 자전거 전문가 협회 '네덜란드 자전거 대사관'(Dutch Cycling Embassy) 엑스(옛 트위터)
최근에는 공유자전거, 전기자전거 관련 맞춤형 안전 규칙 마련 및 관련 공공시설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자전거 천국'으로 불리는 네덜란드의 도로 교통수단 관리부처인 인프라수자원부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많을수록 사회 혜택도 늘어난다. 이 때문에 정부는 자전거 통근 장려, 빈곤가정 자전거 제공, 공공 자전거 시설 투자 확대 등을 추진할 것"이라며 지난해 5000만유로(약 705억6300만원) 지원을 발표한 바 있다.
네덜란드, 자전거 수만 전체 인구의 1.3배…8세부터 안전교육
/영상=네덜란드 자전거 전문가 협회 '네덜란드 자전거 대사관'(Dutch Cycling Embassy) 엑스(옛 트위터)

네덜란드의 전체 자전거 보유 대수는 국가 전체 인구(약 1762만명)보다 1.3배 많은 2280만대다. 수도 암스테르담 도로 어디에서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출퇴근, 아이들의 등교, 반려견 산책 등 단거리 이동에 쓰이는데, 자전거는 시내에서 대중교통과 자동차를 대체할 수 있는 교통수단의 지위에 올라 있다. 교통 법규상 우선순위에서도 보행자 위에 자전거가 있다.

네덜란드는 8세부터 팔을 이용한 자전거 수신호 등 안전교육을 실시한다. 네덜란드의 자전거 교통 규정은 자동차와 비슷하다. 자전거 교통신호 준수, 전조등(흰색 또는 노란색)·후미등(빨간색)·벨 부착, 주행 시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 사용금지 등이다. 자전거 주행 중 휴대전화 사용이 적발될 경우 95유로(13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단 거치대를 이용한 GPS 등의 사용은 가능하다.

네덜란드에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자전거 전용도로도 있다. 주행 방향 기준 자동차 도로의 오른쪽이다. 공간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자전거 도로 대신 인도가 있는 한국과 달리 네덜란드는 자전거 도로가 있다.
'면허증' 없앤 獨·英, 도로 주행 연령 제한하고 정부 교육 강화
독일도 네덜란드에 버금갈 정도로 자전거 이용률이 높은 나라다. 독일 생활정보업체 '리브인저머니'(Live in Germany)에 따르면 독일의 자전거 보유 규모는 8100만대로, 국가 전체 인구(약 8330만명) 수에 맞먹는다. 리브인저머니는 "독일에서는 교통체증을 피하고자 자전거를 타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주로 식료품을 사고 사무실, 학교 등으로 이동할 때 이용한다"고 전했다.
독일 내 자전거 주차장 모습 /사진=엑스(옛 트위터)

안전 규정은 네덜란드와 대부분 비슷하나 탑승 인원 규정은 다르다. 네덜란드는 8세 미만 어린이와의 동승이 가능하다. 그러나 독일은 2인용 자전거를 제외한 일반 자전거에는 한 대에 한 사람만 탈 수 있다. 아이를 태우기 위해선 특수 유아용 시트를 사용하거나 어린이용 안전벨트가 내장된 화물용 자전거를 타야 한다.

독일은 영국과 함께 자전거 면허증 제도를 도입한 국가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는 자전거 면허가 필요 없다. 대신 자전거 도로 주행이 가능한 연령을 10세 이상으로 제한한다. 영국도 자전거 면허증 제도를 없애는 대신 어린이·청소년·성인 모두를 위한 '자전거교육(bikeability)' 프로그램을 정부 차원에서 시행하고 있다.
'도로교통법 개정' 日, 유럽보다 강력한 규정 도입
아시아 국가 중에는 일본이 자전거 관련 교통법규를 가장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일본은 유럽 국가와 달리 자전거는 자동차 도로와 인도 왼쪽에서만 주행이 가능하다. 13세 미만, 70세 이상 또는 장애인의 경우 보도에서의 자전거 주행이 가능하나 일반 청소년과 성인은 반드시 주행이 허용된 도로에서만 자전거를 탈 수 있다.
/로이터=뉴스1

일본 정부는 지난 2013년 자전거 안전사고가 급증했다며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관련 법규를 위반한 자전거 운전자에게 최대 30일의 징역형 또는 2만엔(약 17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자전거 한 대에 2명 이상이 타는 것도 불법이다. 6세 미만 어린이는 별도의 시트가 있는 경우 부모와 동반 탑승이 가능하다.

헬멧은 성인은 쓰지 않아도 되지만, 13세 미만은 착용해야 한다. 또 비가 올 때 우산을 들고 자전거 타는 것도 금지한다. 자전거 등록도 의무화했다. 오프라인에서 구매할 경우 판매상점에서, 온라인 및 중고 거래를 한 경우 경찰서에서 등록이 가능하다. 등록비용은 500엔(4300원)이다. 단 이는 자전거 안전사고 방지보다는 도난 사고를 막으려는 목적이 더 크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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