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계약직에도 줄 선 'KLM'…비결은 열린 문화?[금준혁의 온에어]
"담소 나누고 어색함 허무는 더치 문화는 기본…피드백은 항상 웰컴"
[편집자주] 하루에도 수십만명이 오가는 공항, 하루하루가 생방송입니다. 주인공은 당연히 비행기와 승객입니다. 이 수많은 '설렘'들을 무사히 실어나르기 위해 오늘도 묵묵히 항공사와 공항의 온갖 조연들이 움직입니다. 이들에게서 듣는 하늘 이야기, '온에어'입니다.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복장을 통일하는 여느 항공사와 달리 KLM네덜란드항공의 두 승무원의 스카프는 시작부터 달랐다. 김영하 승무원은 셔츠의 옷깃 안으로 스카프를 매고 매듭을 정갈하게 묶어 셔츠 안에 넣은 반면 인민희 승무원은 목에 스카프를 매고 가볍게 묶어 한쪽을 어깨 뒤로 넘겼다.
이유를 묻자 김 승무원은 "네덜란드 본사를 가도 스카프를 각자 다양하게 매고 있고 매는 방식에 대해서도 따로 교육하지 않아요. 이런게 KLM의 문화인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외항사 커리어 중 '끝판왕'인 이유…"건강한 피드백 나누는 문화 만족해"
KLM네덜란드항공은 1919년 창립돼 지금까지도 당시의 이름을 유지하는 가장 오래된 항공사다. 네덜란드 여왕에게 하사받아 아직까지 남아있는 'Royal(왕립)' 칭호와 왕관 로고가 이를 증명한다. 2004년 에어프랑스와 합병을 통해 유럽을 대표하는 메가캐리어로 자리 잡았고 대한항공과 함께 스카이팀에 속해있다.
KLM은 2년 계약직으로 비(非)네덜란드인 승무원을 채용하고 네덜란드 현지법에 따라 계약 연장도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외항사 승무원으로서의 커리어 중에는 '끝판왕'이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인 승무원은 "장점은 건강한 피드백 문화가 형성돼 있어 일방적으로 받는게 아니라 좋은 점은 칭찬해 주고 개선점은 공유하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서로 발전할 수 있는 문화가 있다는 것"이라며 "근무한 다른 곳과 비교할 때 KLM은 승객과도 먼저 담소를 나누고 어색함을 허무는 발랄한 항공사"라고 말했다.
김 승무원도 "서로 피드백을 주고 받을 때도 언제든 '웰컴'이라고 해줄 수 있는 유연한 조직문화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고 덧붙였다.
◇오렌지와 파란색 섞인 스카프처럼…"각자의 색 중요한 KLM"
유럽·아시아의 여러 외항사 근무 경험이 있는 두 사람이지만 KLM 면접을 다시 보게 된다면 경쟁률을 뚫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인 승무원은 인천~암스테르담 노선에만 한 달에 왕복 기준 세 번가량 투입되고 거주지는 한국이라는 점에서 특히 인기가 많다고 한다.
지난해 입사한 김 승무원은 "코로나19 기간 비행이 없어지며 전 항공사에서 퇴사 후 평범한 사무직으로 일하다 팬데믹이 끝나는 시점에서 다시 KLM에 도전하게 됐다"며 "(저처럼) 외항사 커리어로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면접에 임하는 분들이 많다"며 말했다.
올해 5월 막 윙뱃지를 단 인 승무원도 "이전 항공사에서 조건부 계약직 상태였고 조건을 충족해 정규직 전환이 가능한 상황이었지만 이직을 결심했다"고 했다.
서로 다른 시점에 채용됐지만 채용 과정에 대한 인상은 비슷했다. 인 승무원은 "준비된 모습보다도 각자의 색깔을 들여다보고 싶어하는 질문이 많다"고 했다. 김 승무원도 "'승객을 화나게 한 적 있냐'는 질문이 기억에 남는데 솔직하게 상황을 설명하고 어떻게 해결했는지 말했을때 거짓말이 아니라고 느끼셨는지 더는 묻지 않았다"고 했다.
기본적으로 다수의 면접관과 한 명의 지원자로 구성돼 한 시간 가량 영어로 면접을 본다고 한다. 근무할 때도 영어를 기본으로 쓰기 때문에 자유로운 수준의 회화가 필수다.
◇"더치의 파란심장 KLM…함께 일하며 흠뻑 느끼고파"
KLM 승무원으로서의 여정은 하나의 비행편처럼 시작부터 종착지가 정해져 있다. 그래서인지 직을 내려놓는다는 것에 담담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아쉬움도 묻어나왔다. 김 승무원은 여행 '꿀팁'을 들으며 아이처럼 좋아하던 부모님 나이대의 단체 승객이, 인 승무원은 사별한 승객이 비행기에서 내리며 건네준 '고맙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김 승무원은 "개인적으로 일이 많던 시절 KLM에서 연락이 왔고 입사했기 때문에 저에겐 선물 같은 항공사"라며 "다른 특별한 것보다도 항상 그 자리에서 승객이 안전하고 편하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인 승무원은 "KLM의 더치(Dutch) 크루들은 회사에 대한 자긍심이 강하고 스스로를 KLM의 상징색인 파랑색에 비유해 블루하트(Blue Heart)라고 한다"며 "가까이서 겪어보니 생일인 손님이 있으면 손 편지를 써서 줄 정도로 작지만 행복을 전하고 싶어하는 마음들이 모여 블루하트가 되는 것 같다. 2년간 흠뻑 느껴보고 싶다"고 했다.
rma1921k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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