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으로 자전거 출근…뒤처지면 '띠링띠링', 트럭 질주엔 '휘청'[르포]
[편집자주] 한국에서 자전거는 위험하다. 자전거 사고로 국내에서만 이틀에 1명씩 숨진다. 보행자도 마찬가지다. 어르신과 어린이를 제외하곤 자전거의 인도 주행은 불법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자전거가 인도를 내달린다. 자전거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방법은 뭘까.
"띠링 띠링 띠링!"
17일 오전 8시 서울지하철 2호선 용두역 앞 고산자교(동대문구)부터 광화문 인근(종로구)까지 연결된 자전거 전용도로. 수많은 시민들이 이 길을 따라 자전거로 출근하고 있었다.
이 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전거가 긴 줄을 이뤄 20초에 한 번씩은 뒤를 돌아봐야 했다. 잠시라도 뒤처지면 뒷사람의 자전거 경적(벨)이 울렸다. 속도가 늦어지면 곧장 들려오는 경적에 깜짝 놀라기 일쑤였다. 자전거 전용도로 폭은 좁았고 전날 내린 비로 도로 위에 물웅덩이까지 생겨 피해다니기가 힘들었다.
도로는 미끄러웠고 갑작스런 추위에 군데군데 서리도 보였다. 대형 트럭이 자전거 옆을 빠르게 지나가면 자전거가 이리저리 흔들렸다. 자전거 전용도로와 차도 사이 안전장치도 마련돼 있지 않아 넘어질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특히 대다수의 자전거 운전자들은 헬멧을 쓰고 있지 않았다.
자전거 전용도로의 폭은 두 대의 자전거가 나란히 지나갈 수 없을 정도다. 인도와도 가까이 붙어있었다. 인도에는 가로수가 일정한 간격으로 심겨 있어 보행자가 지나갈 수 없었다. 보행자들은 인도를 내려와 자전거 전용도로로 걸었다. 전동킥보드가 주차돼 있거나 장애물이라도 있으면 자전거는 운행을 정지해야 했다.
횡단보도가 없는 경우 차량 교통 신호에 맞춰 차와 자전거가 움직였다. 그러나 교통 신호가 빨간불이 된 상황에서도 지나가는 차량들 때문에 중간중간 사고가 날 뻔한 아찔한 상황도 있었다.
매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일대에서 중구까지 출근하는 직장인 이모씨(26)는 "서울 강동구나 청계천 쪽은 자전거 전용도로가 잘 돼 있는데 홍대 쪽은 도로 가장자리에 위험하게 자전거 전용도로가 마련돼 있다"며 "차량과 붙어서 운행해야 하는데 너무 위험하고 인도로 가기엔 사람들이 많아서 힘들다. 자전거 전용도로가 제대로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임유진씨(27)는 "비켜달라고 자전거 경적을 울려도 요즘은 노이즈 캔슬링(외부소음 제거) 기능을 켠 채 이어폰을 사용하는 보행자들이 많아 경적을 못 듣는다"고 했다. 이어 "경기 고양시나 인천 송도 같은 신도시에 가보면 좁은 공간이더라도 차도 옆에 안전하게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들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며 "서울에서 이런 도로를 볼 수 없다는 게 아쉽다. 서울처럼 자전거 전용도로가 중간에 끊기면 자전거는 무용지물이 된다"고 밝혔다.
자전거 전용도로는 자전거 이용자뿐 아니라 차량 운전자에게도 위험하다. 주로 야간에 택시를 운행한다는 택시 기사 안모씨(50)는 "운행 중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보면 혹시나 넘어져서 내 차량과 부딪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할 때가 있다"며 "특히 야간에는 인도 주변으로 술 취한 사람들도 많고 자전거도 잘 보이지 않아 웬만하면 3차로 대신 1차로로 다닌다"고 말했다.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들어놨지만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 13일 찾은 서울 마포구 월드컵터널 내 자전거 전용도로는 차도와 자전거 전용도로를 구분하기 위해 설치된 펜스 5~7m 정도가 끊어져 있었다. 자전거 전용도로 안쪽으로 휘어진 펜스도 여럿 보였다.
월드컵터널은 원래 4차선 도로였지만 한 차로를 보행로와 자전거 전용도로로 개편했다. 이에 따라 출·퇴근길 차량 정체가 심해지며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직장인 백모씨는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든 취지는 이해하지만 차선이 줄어들면서 출·퇴근길 차량 정체가 심각하다"며 "월드컵터널에서 자전거 전용도로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만들어 놓고 쓰지도 못하고 방치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15일 행정안전부가 공개한 '자전거 이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자전거 사고는 1만2564건 발생했고 190명이 숨졌다.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김온유 기자 on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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