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 ‘988건’보니…“공탁금 많을수록 감형 폭 커져”
[앵커]
방금 보신 것처럼 지난해 12월, 형사공탁 특례가 도입된 이후, 피해자들의 울분만 더욱 커졌는데요.
KBS는 국내 언론 최초로 형사공탁 특례와 관련한 판결문 천 건에 이르는, 만 천여 쪽을 심층 분석했습니다.
이형관 기자가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KBS는 피고인의 일방적인 공탁이 이뤄진 법원 판결 988건을 심층 분석했습니다.
선고 2주 이내 공탁이 이뤄진 판결은 558건, 심지어 선고 사흘 이내 공탁도 130건입니다.
피해자가 재판부에 거절 의사를 말할 수 없도록 이른바 '기습 공탁'을 한 겁니다.
'기습 공탁'의 80.2%는 감형 사유로 그대로 고려됐습니다.
피해자 입장을 고려해 '기습 공탁'을 받아들이지 않거나, 일부만 감경 사유로 참작한 판결은 19.8%에 그쳤습니다.
[김슬아/변호사/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변호사 모임 : "피해 회복에 대한 결정권을 (피해자) 스스로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피해 회복) 대상자를 완전히 배제시키는 것과 같은 결과를 낳게 (됐습니다)."]
공탁금 액수에 따라 형량은 얼마나 줄었을까.
다른 변수 없이 오직 공탁만으로 형량이 바뀐 2심 판결문만 살폈습니다.
전체 334건 가운데 55.7%가 형량이 줄었습니다.
500만 원 이하일 때는 평균 7.8개월, 1,500만 원에서 2천만 원 사이는 평균 11.5개월이 줄었습니다.
공탁금이 많을수록 감형 폭이 더 커졌습니다.
[이탄희/국회 법제사법위원/더불어민주당 : "피해자도 공탁하게 되면 형량을 올릴 수 있게 되느냐…. 결국 형량이라고 하는 것을 '사고, 팔 수 있다'는 관념이 형성돼 가는 초입이다."]
KBS 분석에 대해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형사공탁 관련 정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이형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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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관 기자 (parol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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