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지지 집회에 ‘수박’이 등장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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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수박이 아니다(This is not a watermelon)."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포스터에 자주 등장하는 과일인 수박.
16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사이의 전쟁이 발생한 이후 세계 각지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며 집회현장에 자주 등장하는 수박의 의미에 대해 보도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지지 집회현장에서 수박이 전면적으로 등장한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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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수박이 아니다(This is not a watermelon).”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포스터에 자주 등장하는 과일인 수박. 누가 봐도 수박인데 ‘수박이 아니다’는 문구가 있어 고개가 갸웃해진다.
미술에 관심이 있다면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이미지의 배반>)'를 떠올리는 이들이 있겠다. 하지만 ‘중동의 화약고’나 다름없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역사를 안다면, 수박이 지닌 상징성을 파악할 수 있겠다.
16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사이의 전쟁이 발생한 이후 세계 각지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며 집회현장에 자주 등장하는 수박의 의미에 대해 보도했다.
수박은 수십년간 팔레스타인의 상징물로 사용돼왔다. 중동에서 수세기에 걸쳐 재배돼온 인기 과일이면서 수박 속 색깔이 팔레스타인 깃발을 연상케 하는 까닭이다.
1964년 팔레스타인 해방기구가 공식적으로 만든 깃발엔 검은색·하얀색·초록색의 가로 줄무늬가 그려져 있다. 깃대 쪽에는 빨간색 삼각형이 있다. 네가지 색 모두 아랍국가 국기에서 자주 사용되는 ‘범(汎)아랍색’이다. 오스만 제국 시절의 아랍혁명에서 썼던 깃발의 색에서 나왔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지지 집회현장에서 수박이 전면적으로 등장한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이스라엘 당국이 팔레스타인 깃발 게양을 엄격하게 제한해왔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와 서안 지구를 점령했던 1967년 ‘6일 전쟁’ 당시 팔레스타인 깃발 게양과 노출을 전면 금지했다. 팔레스타인 깃발 금지령은 1993년 오슬로 협정 체결에 따라 해제됐지만 지금도 공공장소 등에서 깃발을 게양하면 이스라엘의 공공안전 조례에 따라 처벌받거나 압수당할 수 있다.
올 1월만 해도 이스라엘 국가안보부는 공공장소에서 팔레스타인 깃발 노출을 금지하라고 지시했다. 일부 정치인들은 과거처럼 팔레스타인 깃발 게양을 공식적으로 금지하려는 입법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스라엘 북부 나사렛에서 후무스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야목 조아비는 10월 팔레스타인 깃발이 그려진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가 하루동안 감옥살이를 한 뒤에야 무혐의로 석방됐다.
팔레스타인 주민과 지지자들은 이스라엘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고 있다고 맞서면서 수박이 그려진 포스터를 곳곳에 붙이기 시작했다. 수박이 깃발의 대용품으로 사용된 것이다. 페이스북, X(옛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자들도 IT기업들의 검열을 피하기 위해 수박 이모티콘을 사용하는 것으로 연대의 뜻을 보내고 있다.
팔레스타인 예술가 슬리만 만수르는 “팔레스타인 깃발을 사용한 예술작품 제작을 중단하라고 경고를 받은 후 수박을 그리는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팔레스타인 깃발이 수십년간 논란의 중심에 서자 수박 같은 무해한 상징물이 정치 활동가들에게 호소력을 발휘했다”고 분석했다.
다이나 마타르 런던 SOAS 대학 정치커뮤니케이션 교수는 “팔레스타인은 국가는 없지만 민족은 있다"며 “깃발은 그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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