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N수학] 수학 강의로 감동 주는 손승연 강사의 인기 비결

이채린 기자 2023. 11. 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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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승연 일타강사. 수학동아 제공

잘나가는 수학 강사가 우리 형, 우리 오빠라면 얼마나 든든할까.

손승연 강남대성학원 강사는 학생의 이런 로망을 실현해준다. 고민 상담을 요청하는 학생에겐 밥을 사주며 이야기를 들어주고 학생이 SNS 메시지로 질문하면 밤을 새워서라도 일일이 답장한다. 수업 시간엔 끊임없이 학생에게 말을 걸며 소통을 하고 손글씨가 적힌 문제집을 만들어 나눠준다. 그의 강의를 듣다 감동의 눈물을 흘린 수강생도 있다. 

입시 커뮤니티엔 손 강사의 진심 어린 행동에 그의 강의를 들을 수밖에 없다는 후기가 올라온다. 친근함을 내세우며 대형 학원의 대표 강사로 떠오른 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내 인생을 통째로 바꾼 고등학교 시절 

Q. 자율형사립고등학교인 하나고등학교(하나고)를 1기로 졸업했습니다. 

A. "저는 과학고등학교를 가고 싶었고 부모님은 외국어고등학교 진학을 원하셨어요. 그 절충안으로 지원한 학교가 하나고예요.

당시 기사를 통해 하나고가 문과와 이과를 융합해 학생을 가르치고 토론 교육을 적극적으로 실시할 거란 사실을 알게 됐어요. 과목도 대학교처럼 선택해서 들을 수 있다기에 좋아하는 음악, 수학을 많이 신청해서 즐겁게 학교를 다니겠다는 마음으로 지원했고 합격했죠."

Q. 하나고에 갓 입학해 설렜던 시절이 기억나나요.

A. "조금 다른 의미로 생생히 기억하고 있어요. 생각보다 학비가 너무 비싼 거예요.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입학 첫날 담임 선생님을 찾아가 “선생님, 저 학비를 계속 못 낼 것 같아요”라고 고백했어요. 계속 학교를 다니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이야기할 수 있었어요. 당시 선생님이 열심히 장학금을 알아봐주셔서 3년 동안 잘 다녔어요."

Q. 하나고 시절에 음악을 좋아했다고요.

A "네, 일주일에 12시간이나 음악 과목을 들었어요. 가수 김광석, 이문세 등의 노래를 정말 좋아했어요. 자습하기 싫으면 음악 연습실에 가서 2000곡 정도 노래를 넣어놓은 휴대전화에서 노래를 무작위로 틀고 나오는 노래를 듣고 즉석에서 피아노, 기타 등으로 연주해보는 놀이를 하며 시간을 때웠어요."

고등학교 시절 손 강사는 교내 탁 밴드 ‘드보락’을 만들어 활동했고 통기타, 전기기타, 드럼 등 다양한 악기 연주를 배웠다. 손승연 제공

Q. 모범생이었나요.

A. "오히려 말썽꾸러기였죠. 학교에서 하지 말라고 하는데 후배들을 몰래 가르쳤거든요.

고등학교 2학년 말에 친한 후배가 저를 찾아와 “형, 수학이 너무 싫어. 수학 때문에 인생이 다 망한 것 같아”라고 하더라고요. 다른 과목 성적은 잘 나오는데 수학 성적만 안 나와서 속상하다는 거였죠.

그 이야기를 듣는데 너무 안타깝더라고요. 그리고 한편으로는 ‘열심히 수학을 공부하는 것 같은데 성적이 왜 안 오르지?’라는 궁금증이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고등학교 3학년 때 그 후배를 비롯해 모의평가 성적이 6등급 이하인 2학년 학생 10명 정도를 모아서 교실에서 가르쳤어요. 

학생이 선생님처럼 학생들을 모아서 가르친다는 것이 익숙한 모습은 아니잖아요. 학교에서 이 사실을 알고 처음엔 학교 분위기를 흐린다는 이유로 하지 말라고 했었어요."

Q. 후배들의 수학 성적이 올랐나요.

A. "엄청 많이 올랐어요. 모의평가에서 6등급이었는데 3등급을 받은 학생이 4명이었고 반에서 내신 수학 성적이 밑에서 2등이었는데 위에서 2등을 한 학생도 있었어요. 성적이 오를 때마다 같이 부둥켜안고 울기도 했어요. 

후배들에게 각자 “문제를 소리 내서 읽어봐”, “말하면서 문제를 풀어봐”, “어떻게 이 개념을 공부했는지 말해봐”라고 이야기하면서 어떻게 후배들이 공부했는지 듣고 공부 방법을 수정해주는 식으로 수업을 진행했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수학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성적을 높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는 데 성공한 것 같아요. 

Q. 후배들의 성적이 좋아졌다니! 더이상 학교에서 수업을 못하게 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A. "네, 제가 만약 돈을 받고 후배들을 가르쳤다면 ‘불법 과외’였겠죠. 오로지 돕고픈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었으니까요. 학교에서도 나중에는 그냥 계속 후배들을 가르치라고 했었어요.

재밌게도 제가 졸업한 후에 제가 후배들을 가르쳤던 것이 학교에 공식적인 문화로 자리를 잡았어요. 제가 대학생 때 어떻게 서로 가르치며 공부했는지 알려주는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을 모교로부터 받았어요."

Q. 이 경험이 수학 강사가 되는 데 영향을 미쳤을까요.

A. "그럼요. 제 인생을 통째로 바꿔준 것 같아서 정말 고마운 마음이에요. 그 전까지 교사를 꿈꿔본 적이 전혀 없었거든요. 수학을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이 문제를 푸는 모습을 비교해보면서 같은 내용을 배워도 문제를 읽는 순서, 문제를 해석하는 방법 등 수학 문제를 생각하는 방식을 모르면 성적에서 큰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조금만 방향을 잡아주면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수학 선생님을 꿈꿨어요. 수학 성적을 잘 받아서 좋은 대학에 간 후배들을 보며 너무 뿌듯하기도 했죠. 수학 싫어하는 학생들에게 수학의 재미를 알려주고 수학 때문에 고통 받는 학생들이 줄어든다면 정말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이때 처음 했어요."

하나고 시절 후배들에게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 손승연 강사. 이 경험을 시작으로 수학 교사를 꿈꿨다. 손승연 제공

● 재수생 시절 덕분에 공감 능력↑

Q. 재수하신 거죠? 

A. "맞습니다. 고등학생 때 문과 과목을 많이 들어서 사실상 문과 학생이었어요. 그런데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싶어서 재수를 결심했어요. 새로 공부할 과목이 많아서 재수 시절 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Q. 얼마나 열심히 한 거예요.

A. "고등학교 3년 내내 공부한 양이 재수 시절 2주 동안 한 양과 같을 정도였어요. 새벽 2시에 자서 새벽 6시에 일어나 공부했고 하루에 집중해서 공부한 시간을 평균 14시간으로 유지했어요.

이런 생활을 한 서너 달 동안 하던 중 갑자기 학원에서 쓰러졌어요. 제 간에 고름이 생겼다고 하더라고요. 한 달 넘게 입원하면서도 시간이 아까워서 계속 공부했습니다. 오른팔에 주사를 맞으면 공부를 못 하니까 왼팔에만 계속 주사를 놔달라고 해서 왼팔만 멍이 들었어요. 몰래 수학 경시대회를 치르러 간 적도 있어요."

Q. 네? 몰래 병원을 나가 경시대회 시험을 봤다고요?

A. "맞습니다. 제가 문과 수학만 공부했을 땐 몰랐는데, 이과 수학을 공부하다 보니 정말 재밌는 거예요. 그리고 제가 열심히 수학을 공부한 상태니까 수학을 잘하는 친구들과 맞붙어서 제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평가받고 싶었어요.  그런데 이렇게까지 공부했는데 대학교는 수시 모집으로 합격했어요."

Q.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공부를 열심히 하던 중에 수시 모집에서 합격했다는 거죠?

A. "수시 전형으로 7개 대학교에 원서를 제출했고 5개 대학에 합격했어요. 열심히 공부했던 것이 입시에 반영되지 않아 아쉽기도 했지만 치열했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학생들의 입장에 더 공감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도 더 당당하게 열심히 공부해야 좋은 결과가 따라온다고 말할 수도 있고요."

손승연 강사. 수학동아 제공.

Q. 본격적으로 학원 강사를 준비하기로 한 건 언제인가요.

A. "대학 생활 내내 ‘학생들에게 적용할 만한 새로운 수학 교육법이 없을까?’라는 질문을 하며 공부했어요. 결국 찾지 못해 방황하던 중 문득 ‘빨리 현장에 들어가 내가 교육법을 찾아보자’라는 생각이 들었죠. 대학 졸업 직전 자유롭게 그 방법을 연구할 수 있을 것 같아 학원가에 발을 들였습니다."

“수능 잘 보려면 스스로 사고해야 해요”

Q. 대형 학원 소속인데 이 학원에 어떻게 들어가게 됐나요.

A. "2022년 대성학원과 대성마이맥이 주최한 수학강사 공개 선발대회인 ‘매쓰코리아’에 참가해 신규 강사로 선발된 것이 계기입니다. 제 강의 실력에 확신을 갖기 위해 오디션에 참가했어요.

한창 학원가에서 강의할 때이긴 한데 학생들이 저를 인간적으로 좋아해서 제 강의를 들으려고 하는 건지 제가 정말 잘 가르치고 있는 건지 궁금했어요. ‘만약 강의 실력이 없다면 내가 학생들을 기만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좋은 결과를 내면서 제 실력과 강사라는 길에 확신이 생겼어요."

Q. 강의에 특별한 점이 있나요.

A. "제 입으로 말하기 부끄럽지만 저는 학생들을 강의에 몰입하게 한 뒤에 ‘감동’을 주려고 노력해요. 예를 들면 적분 개념을 설명하다가 갑자기 수열의 역사를 말해요.

학생들이 ‘왜 전혀 상관없는 개념들을 이야기하지?’라는 생각이 들 때 즈음 이 두 개념이 아름답게 연결되며 문제가 딱 풀리는 과정을 옛날 이야기처럼 설명해요. 연기도 곁들여서요. 한번은 제 문제 해설을 듣고 현장에서 학생이 감동을 받았다며 운 적이 있어요."

Q. 감동을 주려고 한다고요? 성적을 올려주는 방법을 가장 많이 고민하실 줄 알았어요.

A. "수학이 재밌다는 생각이 들면 수학 성적은 따라서 올라간다고 굳게 믿어요. 수학은 굉장히 섬세한 과목이에요. 수학 문제 하나도 문학처럼 사람마다 어떻게 해석하고 푸는지에 따라 주는 감동이 다릅니다. 

저도 수학에 감동 받은 적이 많은데요. 그걸 학생들에게도 꼭 알려주고 싶어요. 저도 갑자기 자다가 일어나서 ‘아 그 개념이 이 공식이랑 연결되는 거야?’라며 혼자 흥분해서 수학 문제를 풀고 감동을 받은 적이 정말 많답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제가 문제를 풀어내고 해설하는 방식도 감동적으로 느껴요. 제가 영화감독이 된 기분이 들어요."

손 강사 수업에 쓰는 수학 교재. 그의 성을 따서 ‘손절’, ‘손자병법’등 재밌는 이름의 교재가 많다. 손승연 제공

Q. 성적을 올리기 위해 특정 일타강사의 강의를 꼭 들어야 할지 수험생들이 고민을 많이 합니다.

A. "전혀요. 물론 저는 제 강의가 최고라고 생각하는데요. 사람마다 맞는 강의, 맞는 강사가 있기 때문에 특정 누군가의 강의를 듣는다고 무조건 성적이 오르진 않아요. 여러 강의를 들어보며 자신에게 맞는 강의를 찾으면 좋겠어요."

Q. 강의에서 학생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 강조하시는 점이 있나요.

A. "강의 중 학생들에게 “펜, 내려놓고 생각해!”라고 말하면서 관자놀이를 가리키는 동작을 자주 취해요. 문제를 스스로 어떻게 풀지 5~10분 정도 시간을 주는 건데요. 실제로 혼자 문제를 풀 땐 더 긴 시간을 소요해서 고민하길 바랍니다. 

수능 문제는 기본적으로 사고를 하라고 만든 문제예요. 국어든 수학이든 문제를 읽고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하죠. 그런데 그 의도를 파악하지 못해서 문제를 틀리는 경우가 많아요.

또 스스로 생각해봐야 수능에서도 떨지 않고 문제를 풀 수 있어요. 본인이 이해하고 본인이 써먹을 방법을 생각해보지 않고서는 절대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얼마든지 수능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도전해야 하는 문제가 나올 수 있으니까요."

Q. 입시 커뮤니티에 강의가 너무 웃기다는 반응이 많더라고요. 이런 평을 받는 비결이 궁금합니다.

A. "저는 기본적으로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최대한 집중하길 바라요. 수업 내용을 필기하느라 내용을 이해하고 생각하는 방법을 연습해야 하는 순간에 집중을 못할 수 있어요. 그래서 좀 재밌는 농담을 준비해놨다가 학생들이 지루할 때 즈음에 말하곤 해요. 평소에도 재밌는 밈 같은 게 있으면 노트에 기록해놨다가 나중에 수업 시간에 써먹어요."

Q. 혼자 공부할 때 사고를 잘할 수 있는 비결을 알려주세요. 

A. "수학을 잘하는 사람에게 문제를 어떻게 풀었는지 듣고 그 과정을 생각해보는 거예요. ‘여기서 왜 이런 생각을 했지?’, ‘여기서 어떻게 이 개념을 떠올렸지?’ 등을 계속 생각해보세요. 정답과 문제 푸는 방식뿐 아니라 사고 과정을 학습하는 거예요. 또 일단 수학 문제를 오래 잡고 고민해보되, 그게 어려우면 해설지를 보더라도 과정 하나하나를 분석해보세요."

Q. 2022년에 방영된 드라마 ‘멜랑꼴리아’에 수학을 자문하셨어요.

A. "네, 그때도 수학의 감동을 시청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멜랑꼴리아’는 수학 천재인 주인공과 수학 선생님이 수학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세상에 맞서 싸우는 내용의 드라마인데요. 해당 드라마를 집필한 작가님이 ‘학교 선생님이 시험 문제를 냈는데 오류가 있어서 논란이 일어나야 해요’라는 설정을 주시면 그에 맞는 문제를 만드는 식으로 자문했어요. 

새벽에 2, 3시간씩 작가님과 통화하며 “승유(주인공)는 그때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어떻게 결말을 내야 수학적으로 가장 아름다울 수 있을까요?” 등의 질문을 서로 주고받으며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수학 문제를 풀어야 감동적일지 사소한 부분도 토의했어요."

‘멜랑꼴리아’의 한 장면으로 수학 천재 고등학생인 주인공이 체스를 두고 있다. 스튜디오드래곤 제공

Q.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A. "단기적으로는 저 덕분에 수학이 조금이라도 재밌게 느껴졌다고 하는 학생이 많아지는 거예요. 장기적으로는 수학을 재밌게 가르치는 학교를 세우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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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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