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시밀러 ‘써드 웨이브’ 온다···삼성바이오에피스, 본격 참전 [Why 바이오]
빠르게 개발 착수해 시장 조기 선점
MSD의 면역 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의 특허가 풀리기 시작하는 2028년을 바이오 시밀러 업계에선 ‘써드 웨이브(제 3의 파도)’가 오는 시기로 보고 있다. 키트루다가 보유한 적응증만 약 20개 이상이며 지난해 약 26조 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약 30조 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기업이 병용 임상을 진행 중인 건만 150건이 넘는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인 키트루다의 시밀러 개발을 국내 기업으로선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17일 관계 부처 등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1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바이오시밀러 ‘SB27’의 안전성 등 약물 인체 평가를 위한 임상 1상 시험계획을 승인 받았다. 국내 임상 1상은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연대세브란스병원 등 9곳에서 진행된다. 국내 기업 중 키트루다 바이오 시밀러 임상 1상 계획을 승인 받은 곳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처음이다.
키트루다는 면역에 관여하는 PD-1 단백질에 결합하는 항체를 사용해 비소세포폐암, 흑색종, 자궁경부암, 림프종 등 암종 치료에 사용한다. 이번 임상의 평가 지표는 체내 약물 반응과 유효성, 안전성, 면역원성이다. 유럽과 미국에서 시판 중인 키트루다와 비교해 동등한 수준의 효능과 안전성을 갖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목표다. 국내 임상인 만큼 임상 기간은 승인일로부터 약 1년 이내 진행한다. 임상 3상 기간과 특허 만료 시점을 고려하면 바이오 시밀러는 2028년 전후 출시 가능할 전망이다.
키트루다는 국내에서 허가 받은 적응증만 비소세포폐암 등 10여 종이 넘고 단독 요법 뿐만 아니라 병용 요법으로도 활용된다. 지놈앤컴퍼니(314130)는 담도암을 적응증으로 ‘GEN-001’과 키트루다의 병용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며 이밖에 국내 바이오텍들도 자체 개발한 후보물질과 키트루다의 병용 임상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키트루다 등의 특허가 만료되는 2028년을 써드 웨이브의 시기로 본다. 애브비의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 얀센의 ‘스텔라라(우스테키누맙)’ 등의 특허가 풀리는 ‘세컨드 웨이브(제 2의 파도)’ 다음으로 큰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 정부는 의료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바이오 시밀러 시장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 등 선진국 규제 기관들은 국제의약품규제기관프로그램(IPRP) 같은 포럼을 조직해 바이오시밀러 정보 교류를 추진 중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바이오시밀러 평가 가이드라인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 하고 있다.
키트루다 시밀러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각축전이 예상되는 만큼 삼성바이오에피스도 개발을 서둘러 시장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주요 경쟁사는 미국의 암젠 등이 꼽힌다. 대표적으로 암젠은 로슈의 표적항암제 ‘허셉틴’, 면역항암제 ‘아바스틴’, 관절염 등 국내에서 15개 적응증을 확보한 애브비의 ‘휴미라’ 바이오 시밀러를 보유하고 있고 미국·유럽에서 모두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암젠은 2030년까지 바이오 시밀러로 5조 원 이상의 매출액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키트루다가 2028년 44조 원의 매출액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암젠과 경쟁은 피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셀트리온과 종근당 등 국내 다른 바이오 시밀러 개발 회사들도 키트루다 바이오 시밀러 개발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종근당은 지난해 9월 싱가포르 기업에서 키트루다 시밀러의 국내 판권을 도입해 비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연 매출 수십조 원 규모의 키트루다 특허 만료가 수년 내로 다가옴에 따라 전 세계 바이오 시밀러 개발사들의 경쟁도 본격화 될 것”이라며 “면역항암제 분야의 바이오 시밀러 개발이 난치병 치료와 의료비 경감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Why 바이오 코너는 증시에서 주목받는 바이오 기업들의 이슈를 전달하는 연재물입니다. 주가나 거래량 등에서 특징을 보인 제약·바이오 기업에 대해 시장이 주목한 이유를 살펴보고, 해당 이슈에 대해 해설하고 전망합니다. 특히 해당 기업 측 의견도 충실히 반영해 중심 잡힌 정보를 투자자와 제약·바이오 산업 관계자들에게 전달합니다.
김병준 기자 econ_ju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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