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 공업사에서 벌어진 살인…20년 함께 일했는데 왜?[사건의재구성]

공업사서 자동차 도색일 배워…월급 인상 안되자 불만 커져
해고 통보 후 낮잠 모습에 흉기 휘둘러…1명·사망 1명 부상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2022년 9월 한 자동차공업사에서 직원 A씨(48)가 대표 B씨(58)를 흉기로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A씨와 B씨는 20년간 함께 일해 온 사이였다. 특히 A씨에게 자동차 정비 기술을 가르쳐준 것도 B씨였다. 제자가 스승을 살해한 셈이다.

비극의 발단은 10년 넘게 오르지 않은 월급이었다. 매일 불만을 키워가며 직장에서 자발적 '왕따'를 택한 A씨는 결국 해고 통보를 받는다. 그리고 이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으로 이어진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02년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2002년 무렵 B씨로부터 자동차 도색 기술을 배우며 인연을 맺었다. 8년 후 B씨는 C씨(58)와 함께 OO공업사에서 소형차 사업 부문을 함께 운영하게 됐고, A씨는 소형차 도색업무를 담당했다.

하지만 A씨는 수년간 월급이 인상되지 않고 C씨로부터 "자발적으로 야근을 하는 경우엔 야근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듣게 되자 불만을 품게 된다. 특히 B씨가 자신을 예전만큼 챙겨주지 않는다는 것에 서운함을 크게 느꼈다. 결국 2017년쯤부터는 B씨는 물론 다른 직원들과 대화나 교류 없이 홀로 지내고, 차량 수리 작업이 밀려 있어도 정시 퇴근을 일상화했다.

2022년 9월 C씨는 A씨를 불러 "일이 많을 때도 야근하지 않고 직원들과 잘 어울리지 않아 더 이상 일을 함께할 수 없으니 3개월 이내에 다른 공업사를 알아보라"며 권고사직 통보를 한다. 이에 A씨의 분노는 커질 대로 커졌다.

같은 해 12월 오후 작업 시작 전 커피를 마시기 위해 공업사 2층에 올라간 A씨는 B씨와 C씨가 낮잠을 자는 모습을 목격한다. 이에 '나는 일을 곧 그만둘 처지여서 잠도 못 자고 있는데 피해자들은 한가롭게 낮잠을 자고 있다'는 생각에 격분해 냉장고에 있던 흉기를 꺼내 든다.

A씨는 잠이 든 B씨에게 다가가 머리와 목, 어깨 등을 수회 찔렀다. 경리 직원의 비명에 잠에서 깬 C씨가 다가가 제지하려고 하자 A씨는 "이게 다 너 때문이야. 죽어라"라며 흉기를 휘두르기 시작한다. 흉기에 상처를 입고 C씨가 넘어지자 몸에 올라타 흉기로 또 찌르기까지 했다. 다행히 이때 흉기 손잡이와 흉기가 분리됐고, 다른 공업사 직원들이 달려들어 A씨를 제지했다.

B씨는 병원으로 실려 갔지만 과다 출혈로 사망했고, C씨는 4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피고인은 사람의 생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위들을 골라 집중적으로 공격했다"며 "살인 범행의 동기, 수단과 방법, 결과에 비춰 그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판시했다.

이어 "B씨는 극심한 신체적, 정신적 고통과 공포 속에서 생을 마감했을 것으로 보이고 유족은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는 의사를 계속 표시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songs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