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이라더니' 오타니 MVP가 겨우 19위? 대체 그 앞에 누가 있길래

윤욱재 기자 2023. 11. 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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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타니 쇼헤이가 2023년 아메리칸리그 MVP로 선정됐다. 사진은 2023년 LA 에인절스 MVP로 선정된 오타니가 수상하는 모습이다.

[스포티비뉴스=윤욱재 기자] 역대급이라더니 오타니가 겨우 19위라고? 대체 무슨 이유 때문일까. 또 그의 앞에는 누가 있는 것일까.

메이저리그를 지배하는 '투타 괴물' 오타니 쇼헤이(29)가 정규시즌 MVP를 거머쥐면서 2023년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는 17일(이하 한국시간) 2023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MVP 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아메리칸리그는 역시 오타니의 차지였다. 내셔널리그는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26·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몫이었다. 둘다 만장일치로 MVP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양대리그 MVP 모두 만장일치로 결정된 것이다.

1위표 30장이 모두 오타니에게로 향하면서 오타니는 총점 420점을 획득했다. 오타니에 이어 2위를 차지한 코리 시거는 1위표는 1장도 받지 못했고 2위표 24장, 3위표 6장을 받아 총점 264점을 남겼다.

오타니의 만장일치 MVP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오타니는 생애 첫 MVP를 수상했던 2021년에도 만장일치로 뽑혔는데 만장일치 MVP를 두 차례나 기록한 선수는 오타니가 처음이다.

올해 오타니는 그야말로 '야구의 신'과 버금가는 모습을 그라운드에서 보여줬다. 타자로 135경기에 출전한 오타니는 타율 .304, 출루율 .412, 장타율 .654, OPS 1.066에 44홈런 95타점 20도루를 폭발했다. 생애 첫 아메리칸리그 홈런왕을 차지한 오타니는 홈런 뿐 아니라 출루율, 장타율, OPS 등 리그 1위를 기록하면서 독무대를 연출했다.

사실 타자 기록만 봐도 MVP 수상이 충분한데 오타니는 투수로도 뛰는 선수다. 올 시즌 23경기에 선발 등판한 오타니는 132이닝을 던져 10승 5패 평균자책점 3.14로 맹활약했다. 탈삼진 개수는 167개. 정규시즌 막판에 찾아온 팔꿈치 부상이 아니었다면 사이영상도 도전해 볼만 했다. 이로써 오타니는 2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과 승리를 따냈는데 이는 1918년 베이브 루스 이후 처음이라 더욱 빛난 기록이었다.

한마디로 '역대급 MVP'의 탄생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역대 MVP 수상자 중에서 오타니는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 선수일까.

▲ 오타니 쇼헤이는 올해 44홈런을 때리고 홈런왕에 등극했다.
▲ 오타니 쇼헤이는 투타 겸업으로 화제를 모으는 선수다.
▲ 오타니 쇼헤이가 밝게 미소를 짓고 있다.
▲ 오타니 쇼헤이가 진지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응시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는 18일 역대 MVP 수상자들을 대상으로 랭킹을 선정했다. 'MVP 중의 MVP'를 뽑은 것이다.

그런데 오타니의 이름을 금방 찾기는 어려웠다. 'MLB.com'이 선정한 역대 최고의 MVP 1위는 바로 2001년 배리 본즈. 본즈는 전인미답의 73홈런을 쏘아 올리며 메이저리그 역사를 새로 썼다. 'MLB.com'은 "73홈런 그 자체로 충분하다"라고 본즈의 2001년을 1위로 선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본즈는 3위와 5위에도 자리했다. 무려 232개의 볼넷, 120개의 고의 4구, 그리고 출루율 .609라는 전설을 남긴 본즈의 2004년이 역대 3위에 올랐고 타율 .370, 장타율 .799라는 믿기지 않는 성적을 기록한 본즈의 2002년이 역대 5위에 랭크됐다.

본즈 다음으로는 1968년 밥 깁슨이 이름을 올렸다. 깁슨은 무려 304⅔이닝을 던져 22승 9패 평균자책점 1.12라는 어마어마한 성적을 남겼다. 탈삼진 268개,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0.853 모두 리그 1위. 1956년 52홈런 130타점을 기록한 미키 맨틀은 역대 4위에 자리했다.

이들에 이어 1965년 윌리 메이스(52홈런 112타점)가 6위, 2022년 애런 저지(62홈런 OPS 1.111)가 7위, 1967년 칼 야스트젬스키(타율 .326 44홈런)가 8위, 1948년 스탠 뮤지얼(타율 .376 131타점)이 9위, 1975년 조 모건(타율 .327 67도루)이 10위, 1963년 샌디 쿠팩스(25승 5패 평균자책점 1.88 탈삼진 306개)가 11위, 1957년 맨틀(타율 .365 34홈런)이 12위, 1954년 메이스(타율 .345 41홈런)가 13위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

오타니의 이름은 14위에서야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14위에 랭크된 오타니의 시즌은 올해가 아닌 2021년이었다. 당시 오타니는 타자로는 46홈런을 쳤고 투수로는 9승 2패 평균자책점 3.18과 탈삼진 156개를 따냈다. 'MLB.com'은 "오타니의 2021시즌은 말 그대로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라고 호평했다.

그 뒤에는 1991년 칼 립켄 주니어(타율 .324 34홈런 114타점)가 15위, 2016년 마이크 트라웃(100타점 123득점)이 16위, 1932년 지미 폭스(58홈런 169타점)가 17위, 1946년 테드 윌리엄스(출루율 .497 123타점)가 18위에 각각 랭크됐다.

오타니의 2023시즌은 19위로 선정됐다. 'MLB.com'은 "오타니의 시즌을 다른 누구의 시즌과 비교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그 누구도 그가 한 일을 해본 적이 없다"라면서도 "오타니가 마지막 달에 경기를 많이 뛰지 못했기 때문에 그가 첫 번째로 MVP를 차지했던 2021년보다 조금 뒷 순위로 선정했다"라고 그 이유를 이야기했다.

물론 19위도 엄청난 결과라 할 수 있다. 2023년 오타니의 뒤에는 1982년 로빈 욘트, 1949년 재키 로빈슨, 2009년 알버트 푸홀스, 2007년 알렉스 로드리게스, 1949년 테드 윌리엄스, 2015년 브라이스 하퍼, 2023년 아쿠냐 주니어, 1990년 리키 헨더슨 등 수많은 전설들이 줄지어 나열됐다.

▲ 오타니 쇼헤이가 타석에 들어서기 전 활짝 웃고 있다.
▲ 오타니 쇼헤이가 생애 두 번째 MVP를 거머쥐었다.
▲ 오타니 쇼헤이가 스윙을 하고 아쉬워 하고 있다.
▲ 오타니 쇼헤이가 덕아웃에서 옅은 미소를 띄우고 있다.

'역대급'이라 칭송 받던 오타니의 2023시즌은 비록 19위에 랭크된 것에 만족해야 했으나 FA 시장에서의 대우는 그야말로 '역대급 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오타니는 지금 FA 신분이다. 올해까지 LA 에인절스에서 뛰었던 오타니는 생애 첫 FA 권리를 행사했고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액 계약 신기록이 유력한 상태다. 지금까지 이 기록은 오타니의 팀 동료였던 트라웃이 보유하고 있다. 트라웃은 에인절스와 12년 4억 2650만 달러에 장기게약을 맺었던 선수. 오타니는 벌써부터 '5억 달러 계약설'이 심심찮게 흘러 나온다. 심지어 토미존 수술을 받아 내년에는 당장 투수로 뛸 수 없음에도 오타니의 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홈런왕에 등극한 타격 솜씨 만으로도 뛰어난 가치를 지녔다는 평가다.

그렇다면 오타니의 엄청난 몸값을 감당할 수 있는 구단은 어디일까. 현지 언론에서는 가장 자금력이 뛰어난 LA 다저스를 오타니의 유력 행선지로 꼽고 있다. 오타니 역시 우승 가능성이 높은 팀을 선호하고 있고 다저스는 매년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능한 막강한 전력을 갖추고 있는 팀이다. 2020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다저스는 이후 매년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했지만 우승은커녕 월드시리즈 진출 조차 해내지 못했다. 올해도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하고 가볍게 포스트시즌 무대에 올랐으나 디비전시리즈에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3연패를 당하고 탈락하는 충격적인 결말을 맞았다.

다저스의 정상급 전력에 화룡점정을 찍을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오타니라면 다저스의 고민을 해결할 카드일지도 모른다. 과연 오타니가 어떤 선택을 할지 흥미롭다.

▲ 오타니 쇼헤이는 도루도 20개를 기록했다. 20-20 클럽에 가입한 것이다.
▲ 오타니 쇼헤이는 지금 FA 신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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