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옆에 둔 선인장…전자파 차단 효과 없다? [노컷체크]
대부분 가전제품 전자파, 선인장이 흡수하는 전자파랑 주파수 달라
결국 안전거리 30cm 유지 준수하는 것 중요
■ 진행 : 조태임 기자
■ 대담 : 선정수 (뉴스톱 기자)
◇조태임> 한 주를 팩트체크로 정리하는 모아모아 팩트체크입니다. 오늘도 팩트체크 전문미디어 뉴스톱 선정수 기자와 함께 합니다. 오늘은 <식물과 관련된 잘못된 정보> 이런 주제를 가지고 오셨네요. 흥미로운데요. 왜 이 주제를 갖고 오셨어요?
◆선정수> 집에서 화분 키우시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날이 추워지면서 베란다 또는 옥상 등 실외에 놨던 화분을 실내로 들이는 집들도 많을 텐데요. 기사를 보다보니까 전자파 관련된 기사에서 전자파 차단에는 식물이 최고라는 이야기가 나와서 그것부터 체크를 해봤습니다.
◇조태임> 네, 한때 선인장 같은 다육식물이 전자파를 차단한다는 이야기가 굉장히 많이 떠돌았었는데요. 기사로도 나왔다는 거군요. 소개해 주시죠.
◆선정수> 건강 관련 인터넷 전문지인 코메디닷컴은 지난 11일 <전자레인지서 '이만큼' 떨어져야 전자파 안전>이라는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가정에서 해로운 전자파를 줄이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는데요.
전자제품을 사용할 때 사용시간을 줄이고 거리를 떨어뜨리면 전자파 노출을 줄일 수 있다는 맞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사 마지막에 <전자파 차단은 '식물'이 최고>라는 꼭지를 전합니다.
보도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전자파를 차단할 수 있는 제3의 물건을 이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중 하나가 식물이다. 모든 식물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전자파를 흡수하는 능력이 있다. 식물을 이용해 전자파를 차단하려면 전자파를 발생하는 물건과 사람 사이에 놓아두는 게 좋다. 전자기기의 위나 옆에 놓으면 차단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조태임> 그럴듯한데요. 사실인가요?
◆선정수> 국립전파연구원의 실험 결과를 보면 숯, 선인장 등은 전자파를 줄이거나 차단하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선인장의 경우 60Hz 등의 전자파를 차단하는 효과는 없다고 합니다. TV, 컴퓨터, 헤어드라이어, 냉장고 등에서 방출되는 전자파가 바로 이 대역의 전자파입니다.
식물은 대부분 수분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전자레인지 등에서 방출하는 2.45 GHz의 전자파는 일부 흡수될 수 있습니다. 전자레인지는 조리실 안쪽에 마그네트론이라는 장비를 이용해 2.45GHz 대역의 주파수를 발생시켜 음식의 물분자를 진동시켜 열을 발생합니다. 그러나 이 대역의 주파수는 금속에 반사되기 때문에 전자레인지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합니다. 마그네트론 이외의 전자장치에서 발생되는 60Hz 주파수의 전파가 방출되는 것이죠. 이건 식물이 차단할 수 없구요. 그러니까 식물이 전자파를 차단한다는 얘기는 심각하게 들을 필요가 없는 것이죠.
◇조태임> 그렇군요. '전자파가 위험하다, 아니다'를 놓고 논란이 참 많은데요. 찜찜하신 분들은 가급적 노출을 줄이는 게 좋을텐데요.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선정수> 전자파의 강도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합니다. 거리가 떨어질수록 급격하게 약해진다는 뜻이죠. 숯이나 선인장 이런 것 믿기보다는 안전거리(약 30 cm)를 준수하는 것이 전자파 영향을 줄이는 데 가장 효과적입니다.
또한,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전자파 차단 필터도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립전파연구원은 전원 콘센트에 부착해 사용하는 전자파 차단필터를 수거해 실험한 결과 차단 효과가 전혀 없다고 발표했습니다. 전기를 사용하는 경우 전원 콘센트 뿐만 아니라 전선이나 제품 자체에서도 전자파가 발생하므로, 전기를 사용한다면 전자파의 발생은 불가피합니다. 하지만, 전선을 통해 발생하는 전자파의 세기는 매우 약하기 때문에 약간만 떨어져 있으면 전자파 문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게 전파연구원 입장입니다.
◇조태임> 이번엔 공기정화 식물에 대해 알아보죠. 미국 항공우주국이죠. NASA가 선정한 공기정화 식물, 이런 말을 굉장히 많이 듣게 되는데요. 이건 어떻습니까?
◆선정수> 주로 관엽 식물들인데요. 식물을 판매하는 쇼핑몰이나 언론기사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2019년 4월4일 한국일보를 보면 백화점 업계 처음으로 공기정화 식물을 판매하는 행사를 연다는 업계 기사인데요. 기사 내용은 이렇습니다.
<<신세계백화점은 주요 점포에서 공기정화 기능이 있다고 알려진 식물 총 20여 가지를 모아 판매하는 '신세계 그리너리 페어'를 연다고 밝혔다. (중략) 그리너리 페어에 소개되는 식물 가운데는 아레카 야자, 관음죽, 인도 고무나무 등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공기정화 식물로 선정한 8종도 포함돼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들 식물의 공기정화 원리와 관리법, 추천 배치 공간 등의 정보도 함께 제공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최근까지 NASA가 선정한 공기 정화식물을 언급한 언론보도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조태임> 네 저도 이런 기사들 많이 봤는데요. NASA가 공기정화 식물은 이런 것들이 있다고 선정한 적이 있나요?
◆선정수> 1989년 NASA가 발표한 논문을 찾아봤습니다. 제목은 우리말로 바꾸면 <실내 공기 오염 저감을 위한 조경 식물> 정도가 됩니다. 이 연구에서 NASA는 12가지 식물을 이용해 벤젠, 트리클로로에틸렌, 폼알데하이드의 오염도를 낮출 수 있는지 실험했습니다. 대나무야자, 차이니스 에버그린, 잉글리시 아이비 등의 식물입니다. 연구진은 "빛이 적게 필요한 실내 식물과 활성탄 필터는 에너지 효율이 높은 건물의 공기 중 미량의 유기 오염 물질을 제거함으로써 실내 공기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습니다.
◇조태임> 그럼 NASA가 실내 공기 정화에 좋은 식물을 선정한 것이 사실이겠네요.
◆선정수> 이 연구결과가 식물들이 주택의 실내 공간에서 오염물질을 효과적으로 제거한다는 것을 뜻할까요? 아닙니다. 일단 논문의 실험 조건을 살펴보겠습니다. 실험은 한 변이 0.76m인 정육면체 공간 안에서 진행됐습니다. 식물도 단순히 화분에 심은 것이 아니라 활성탄 필터를 결합시킨 겁니다. 연구 목적은 우주 정거장처럼 밀폐된 공간에서 우주인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공기 중의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구요. 우리가 살고 있는 실생활 조건과는 확연히 다르죠.
마이클 워링 미국 드렉셀대 공과대학 건축·환경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밀폐된 공간에서 식물의 공기 정화를 다룬 12편의 다른 논문을 검토 및 재현했고, 196건의 실험 결과를 산출, 분석했습니다. 이 결과를 2019년 11월 <노출과학과 환경역학 저널> 학술지에 게재했습니다. 제목은 이렇습니다. 우리말로 바꾸면 <화분은 실내 공기질을 개선하지 않는다: 휘발성 유기화합물 제거 효율 연구에 관한 리뷰와 분석> 입니다.
◇조태임> <화분은 실내 공기질을 개선하지 않는다> 이게 논문 제목이군요. 널리 알려진 것과는 좀 다른데요. 내용 자세히 소개해 주시죠.
◆선정수> 연구진은 여러 실험 결과를 청정 공기 전달률(CADR:Clean Air Delivery Rate)이란 단위로 나타냈습니다. 이는 1시간 동안 공급된 깨끗한 공기의 부피를 나타낸 값으로, 단위는 시간 당 세제곱미터(㎥/h)로 나타냅니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단위 시간 당 정화되는 공기량이 많다는 것을 뜻하죠.
연구에 따르면 공기 정화 식물의 공기정화율은 0.023㎥/h로 굉장히 낮은 효율을 나타냈습니다. 쉬운 말로 바꾸면 일반적인 건물에서 환기를 통해 제거되는 것만큼 오염물질을 제거하려면 1제곱미터 당 10개 내지 1000개 정도의 화분을 둬야 한다는 뜻입니다. 1제곱미터는 가로세로가 각각 1미터인 면적인데요. 여기에 화분 10개부터 1천개까지 둬야한다. 이건 실생활에서 가능하지 않죠.
◇조태임> 그런데 왜 NASA 추천 공기정화 식물이라는 말이 이렇게나 널리 퍼졌을까요?
◆선정수> 앞서 말씀 드렸듯이 NASA는 식물이 우주정거장에서 암을 유발하는 화학물질을 걸러낼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연구를 했습니다. 그 결과 뚜렷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죠. 하루 사이에 공기 중의 독성 오염물질이 최대 70%까지 제거됐습니다. 그렇지만 실험 장소가 굉장히 좁은 밀폐된 공간이었구요. 이 공간에 화분 한 개를 넣고 한 종류의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을 주입하고 시간에 따라 얼마나 감소하는지는 살폈습니다. 실생활에선 적용될 수 없는 방식이죠.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실험조건은 묻히고, 실험 결과만 부각되면서 식물의 공기정화 효과가 부풀려지는 결과를 낳은 겁니다. 이후 후속 연구들도 환경공학적 측면을 무시한 채 수행되면서 본래의 맥락에서 벗어나게 됐다고 마이클 워링 연구진은 지적했습니다.
◇조태임> 제품의 실험 조건을 따져보는 것은 굉장히 중요할 것 같아요.
◆선정수> 코로나 초기에 수많은 국내외 바이오 제약 기업들이 코로나에 효과가 있는 물질을 발견했다고 떠들어댔습니다. 그러나 백신이나 신약 개발로 이어진 사례는 굉장히 드뭅니다. 세포 수준에서 이뤄지는 실험과 임상 조건의 차이 때문입니다.
공기청정기 제품의 경우에도 굉장히 작은 실험 공간에서 실험을 한 결과를 마치 실생활 조건에서 실험한 것처럼 광고하다가 적발된 사례가 여럿 있구요. 전기자동차, 창틀 이런 것들도 특정 조건에서만 거둘 수 있는 효과를 마치 실생활에서도 구현할 수 있는 것처럼 광고했다가 제재를 당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덜컥 사서 쓴다고 업체가 광고했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공기정화식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창문을 활짝 열고 환기를 시키는 게 실내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조태임> 이런 얘기 나누다 보면…결국 기본 수칙 있잖아요. 창문 잘 열고 너무 오래 전자제품 사용하지 말고…이런 기본을 잘 지키는게 중요한 것 같네요. 지금까지 뉴스톱 선정수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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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조태임 기자 jogiza@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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