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아루 대표 “경쟁사는 올리브영…펨테크 기업 ‘1등’이 목표” [이지민의 스타트업 줌人]
첫 PB 제품도 출시해 텀블벅에서 펀딩 중
‘질 분비물 컬러 가이드’, ‘월경컵-초심자용’
여성들이 궁금해하지만 누구에게, 어떻게 물어봐야 하는지 몰라 쉽게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와 고민들을 한 데 모아 놓은 앱이 있다. 성(性) 관련 지식 나눔에 더해 커뮤니티 기능, 월경 다이어리, 여성을 위한 용품을 살 수 있는 커머스 기능까지 갖춘 ‘자기만의방’이다. 스타트업 ‘아루’가 운영하는 서비스로 2020년 시작해 올해 4년차를 맞았다.
―가입자와 투자 유치 현황.
“누적 가입자는 11만명이며 콘텐츠 수는 800건에 달한다. 콘텐츠 조회 수는 340만건이다. 최근 특징적인 현황으로는 고민을 나누는 공간에 유저가 직접 쓰는 콘텐츠가 올라오는 속도가 빨라졌다는 점이다. 주당 1500건 정도 유저가 직접 쓰는 콘텐츠가 올라온다. 유저들의 참여를 높이고 있는데 통한 셈이다. 투자는 2021년 12월에 퓨처플레이를 포함해 소풍벤처스, 실리콘밸리 기반 엑셀러레이터 이그나이트 XL(Ignite XL) 등으로부터 6억원을 유치했다.”
―창업에 나선 계기를 설명한다면.
“사내 벤처를 통해 창업하게 됐다. 신규 프로젝트를 사내 벤처에서 했는데 당시 속해 있던 회사의 대표님이 프로젝트 매니저(PM)로서 만들고 싶은 게 있냐고 물어왔고, 그 기회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여러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최종적으로 여성을 위한 서비스를시작하게 됐다.
앱이나 사업, 서비스를 만들 때 동기가 크게 두개인 것 같다. 자신이 불편한 지점을 느끼거나 해외에서 잘 된 것을 벤치마킹하는 경우가 있는데 저는 전자였다. PM으로 일하면서도 ‘왜 이런 서비스가 없지’, ‘이런 게 있음 잘 될 것 같은데’를 생각했다. 지금도 저희 앱과 딱 떨어지는 경쟁 앱이 없다. 월경 주기 앱 등이 있지만 유기적으로 여러 서비스를 연결하는 앱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럼에도 경쟁사가 있다면.
“국내에서 경쟁사로 생각하는 데는 커머스로 봤을 때 올리브영이다. 여성을 위한 커머스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다.”
―펨테크 산업의 현재를 진단한다면.
“확장 가능성이 무궁무궁한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여성들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설계된 커머스나 플랫폼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여성들이 좋아하는 커머스나 컨텐츠 제공 방향, 커뮤니티 운영방식 있다고 생각하고, 그 실험을 계속 하고 있다. 이(펨테크) 시장을 선택하길 너무 잘했다고 생각한다. 비즈니스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많고, 개척할 게 많은 시장이어서다. 현재는 좋은 업체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황인 것 같다.”
―커머스 서비스에 대한 반응은. 자체브랜드(PB) 판매 계획도 진행되고 있는지.
“오픈커머스가 아니라 제품을 직수입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생각보다 훨씬 반응이 좋다. 인기 제품은 6∼7번 재입고를 한다. 일반 커머스보다 후기가 길고 자세한 게 특징이다. 후기 작성 비율이 4명중 1명 꼴이다. 여성에 맞는 정보를 나눠주는 문화가 자기만의방 앱을 통해 형성되고 있는 것 같다.”
“토이 제품이 가장 인기다. 토이 중에 성 입문자를 위한 바이브레이터가 대표적이다. 토이를 경험하지 못한 분들도 ‘이거는 한번 구매해볼까’ 할만한, 진입장이 낮은 제품이다.
사용 시 안전하고 부담이 없으면서도 효능이 좋은 제품을 갖고 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오픈마켓으로 하지 않고, 이렇게 판매하는 결정이 어떻게 보면 보면 쉽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반응으로는 이렇게 결정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최근 첫 PB제품을 내놨다. 혼자 또는 연인과 즐겁게 사용할 수 있는 윤활제 ‘극락젤’이다. 지리산 포뮬러로 만든 고농도 수용성 윤활제인데 한 번에 사용하기 알맞은 양만큼 1회용 앰플에 담아 사용하기도 선물하기도 좋다. 현재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텀블벅에서 펀딩 중이고, 12월에는 정식으로 앱에 출시한다.”
―가장 반응이 좋은 콘텐츠, 혹은 기억에 남는 콘텐츠는.
“여성을 위한 커리어 관련 컨텐츠가 최근 반응이 좋다. 여성을 위한 ‘선데이 루틴’이라는 주제의 콘텐츠가 있다. ‘프리다 칼로, 버지니아 울프, 마리 퀴리 같은 여성들이 일요일을 어떻게 보냈을까’라는 상상에서 착안했다. 성지식이 아닌 확장된 컨텐츠도 잘 받아들일 수 있을까 했는데, 이용자들이 잘 받아들이고 조회수도 잘 나온다.”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일상에서도 사용자분들을 만날 때다. ‘너무 좋았다’를 넘어 ‘일상이 바뀌었다’, ‘병원 안갔었는데 병원을 가게됐다’든지, ‘이런 얘기를 친구랑도 앱 보면서 한다’고 얘기할 때다. 사용자분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느낀다.”
(김홍실 이사)“팬이라는 말을 들을 때 가장 기분 좋다. 아루팀 팬, 자기만의방 팬이에요 라고 말할 때 뿌듯하다. 왜 좋을까 생각봤다. 우리가 넘어야 하는 진입장벽이 분명 있다고 생각해서다. 섹슈얼 앱을 팬이라고 말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알고 있다.”
―글로벌 진출 등 향후 계획은.
“단기적으로 국내에서는 자기만의방 PB 제품을 쉽게 만날 수 있게 할 것이다. ‘여성 위한 섹슈얼 웰니스 제품 뭘 사지’ 했을 때 자기만의방에서 검색해 살 수 있게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진출의 꿈이 계속 있다. 미국에서 사용자분들, 사업 관계자분들을 만나서 이야기해도 같은 가능성을 보고 있다. 다만 한국에서 성공이 먼저긴 하다. 또, 오프라인 공간에서 자기만의 방을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 편하게 쉴 수 있는 부티크 호텔처럼 여성을 위한 호텔을 만들고 싶다.“
―10년 뒤 어떤 기업으로 성장해 있길 바라는지.
“비전이 ‘여성을 자유롭게’다. 여성들이 죄책감 없이 이용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에서다. 10년 뒤에는 펨테크 기업 중 제일 잘하는 곳으로 남아있길 바란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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