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테스·운전면허·주식 공부…수능 뒤 '갓생' 시작한 고3들

이수민 기자 박지현 수습기자 조현우 인턴기자 2023. 11. 18.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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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 면접도 착착…유튜브에 포트폴리오 준비
"벌써부터 자립하려고 하는 학생들 기특하고 대견"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6일 광주시 남구 설월여자고등학교에 마련된 고사장에서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2023.11.16/뉴스1 ⓒ News1 김태성 기자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박지현 수습기자 조현우 인턴기자 =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다음날인 17일 오전 8시. 앳된 얼굴의 여성 2명이 광주 서구 치평동에 위치한 한 헬스장을 찾았다.

난생 처음 헬스장에 온 이들은 운동기구를 보며 놀라고 신기한 표정이다. 가방에서 주섬주섬 흰 봉투를 꺼내더니 카운터 직원에게 내민다.

"수능 잘 보라고 할아버지께서 주신 돈이랑 고등학교 3년동안 조금씩 모아온 용돈 합쳤어요. 대학 가기 전에 '갓생' 살아보려고요."

대한민국 고등학교 3학년에게 '수능'은 인생에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도전이다. 커다란 꿈을 가지고 시험에 도전하지만 결과에 따라 절망하기도, 첫 실패를 경험하기도 한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12년간 책상 앞을 묵묵히 지키며 인생의 목표를 향해 달려왔으니 그 중압감은 엄청날 것이다.

시험이 끝나면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와 압박감에서 완전히 벗어나 휴식을 취할 것만 같지만 요즘은 20대라는 새 도전을 위해 갈고 닦는 이른바 '갓생 고3'이 열풍이다.

'갓생'은 신(神)을 뜻하는 '갓(god)'과 인생을 의미하는 '생(生)'을 결합한 신조어다. 하루 24시간 가운데 버리는 시간 없이 부지런한 하루를 사는 이들에게 '갓생 산다'고 표현한다.

<뉴스1> 취재진이 수능 직후 첫 주말을 맞이해 갓생에 도전하는 고3들을 만나봤다.

◇"유튜브 찍고, 댄스 포트폴리오 쌓을거예요"

무대 위에서 자신 만의 움직임을 선보일 때 가장 가슴이 뛴다는 숭덕고 재학생 김세령양(19). 여성 댄스 크루들의 서바이벌로 화제를 모은 엠넷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2'에 지원했을 정도로 춤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

필라테스 수업./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

대학도 실용댄스과에 지원했다. 꾸준한 춤 연습은 필수다. 포트폴리오를 쌓기 위한 김양의 노력은 수능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중학생때부터 댄스학원을 꾸준히 다니며 실력을 키웠지만 수능 시험을 앞두고 학업 매진을 위해 두 달간 쉬었다.

김양은 "막바지 공부에 집중하느라 춤을 좀 쉬었더니 몸이 뻐근하다"며 "춤은 노력한 만큼 성과를 보인다. 제 꿈인 '세계적인 무대'에 오르기 위해 노는 것 대신 춤에 시간을 많이 쏟아서 20대 안에 꼭 성공하겠다"고 다짐했다.

'유튜버'에 도전한 수험생도 있다. 광주 대동고 김동욱군(19)은 '여행'을 주제로 유튜브 영상 촬영을 기획하고 있다.

수험생 기간에도 틈틈이 좋아하는 여행 유튜브 채널을 보며 스트레스 해소를 해왔다. 학업 중이니 보는 것으로 대리만족했지만 이제는 시험이 끝나 여유가 생기니 직접 찍고, 편집도 해보겠다는 것이다.

김군은 초반에는 국내여행, 이후에는 해외여행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꿀팁을 전수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건강 챙기고, 스트레스도 풀래요"…태권도·헬스 매진

수능 시험에 대한 압박감에서 벗어나 건강 관리에 힘쓰는 학생도 있다.

보문고에 재학중인 국정은양(19)·송서연양(19)은 수능이 끝난 직후 나란히 동네 헬스장을 찾았다. 이들은 헬스와 필라테스 수업을 병행할 계획이다.

고등학교 3년동안 공부에만 집중하다보니 건강 관리에 소홀해졌기 때문이다. 자세 교정과 기초체력 증진이 목표다.

운전면허시험장./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헬스장 등록을 위해 그동안 틈틈이 모아놓은 용돈을 꺼내들었다.

국정은양은 "20살이라는 청춘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체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운동을 꾸준히 해 습관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살레시오고에 재학 중인 김영준군(19)도 학업으로 미뤄뒀던 태권도 4단에 도전할 예정이다. 어렸을 때부터 취미로 해오던 운동이었지만 수능을 앞두고 잠시 접어뒀다.

김영준군은 "발차기와 품새 격파 등 하나씩 완성할 때마다 재미를 느낀다"며 "대학생이 되어서도 체력 관리와 취미를 겸해 계속 태권도를 할 것이다. 수능으로 쌓여왔던 스트레스를 격파로 부숴버리겠다"고 전했다.

◇운전면허 시험장은 인산인해…아르바이트, 미리하는 주식 공부도

운전면허 취득을 위해 학원에 등록한 수험생도 많다.

강민군(19)은 "대학생이 되면 공부와 과제 등으로 바쁜만큼 미리 취득해야 한다"며 "군대 입대 등을 생각했을 때 운전면허가 있으면 운전병으로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염두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한서양(19)은 "운전면허야 말로 성인만의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꼭 차를 몰아보고 싶었다"며 "수험표가 있으면 운전학원 할인이 된다고 해서 친구와 함께 다니기로 했다"고 전했다.

세상으로 나아가기 전 다양한 경험을 쌓겠다는 다짐을 하는 학생들도 돋보였다.

동신고 재학생 이승찬군(19)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주식 공부를 병행할 계획이다. 아르바이트로 번 돈의 절반을 주식에 넣어 증시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이군은 "경제적으로 독립해야 진짜 어른이 된다고 생각한다. 소액으로 주식투자를 하며 공부해 나중에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17일 오전 대구 수성구 정화여고 3학년 교실에서 수험생들이 전날 치른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가채점을 하고 있다. 2023.11.17/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카페 업주 김서정씨(50·여)는 "수능 전에 올려놓은 구직사이트를 보고 수험생들(고3)의 연락이 끊이질 않더라"며 "면접 보러 온 한 학생은 '자격증 공부를 하려는데 직접 번 돈으로 공부하고 싶다'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수능 끝나고 6개월동안 열심히 돈 모아서 해외여행이라도 다녀오고 싶다고 말한 학생이 있었다"며 "한창 놀 어린 나이에 벌써부터 스스로 자립하려고 하는 학생들이 기특하고 대견하다"고 덧붙였다.

◇"수능 끝나도 면접까지 긴장 못늦춰"

수능은 끝났지만 입시는 여전히 계속된다. 수시모집 면접과 논술고사를 앞둔 학생들에게 남은 시간은 2~7일 남짓이다.

성균관대, 경희대 등 주요 대학은 18일부터 수시 대학별 논술고사를 잇달아 실시한다.

대동고에 재학 중인 김민규군(18)은 수능 다음날부터 논술학원에 출석했다. 시험에 앞서 논술시험 합격에 필요한 개요짜기 등을 배우기 위해서다.

김군은 "어머니께서 논술 시험 합격자를 여러명 배출했다는 봉선동 학원을 수소문했다"며 "당장 일요일에 논술시험을 보러 서울로 가야해 시험 끝난 이후부터 논술 시험 대비에 매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breat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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