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을 버텨라" 생존게임 시작된 K배터리[이슈속으로]

김도현 기자 2023. 11. 18.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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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성장세를 보여 온 글로벌 배터리업계가 고난의 한 해를 앞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수요 둔화는 인프라 부족뿐 아니라 고금리 및 경기둔화 영향도 적지 않다"며 "전기차를 할부로 구입하려는 소비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배터리업계에도 영향이 가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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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뉴스1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 온 글로벌 배터리업계가 고난의 한 해를 앞뒀다. 전기차 수요 위축에 따른 성장 둔화와 전 세계적 고금리 기조에 따른 비용 부담 증가를 감내해야 한다. 신규 전기차 출시가 집중되는 2025년까지 단기 압박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일부가 재편될 것이란 위기감도 고조된다. 국내 배터리업계는 이런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겠단 전략이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유럽 전기차 판매가 둔화 또는 정체되고 있다. 폭스바겐의 경우 올해 유럽 내 전기차 주문량이 전년(30만대)의 절반 수준인 15만대에 그쳤다. 폭스바겐그룹 내 다른 브랜드들이나, 메르세데스-벤츠·스텔란티스 등 다른 유럽 완성차기업 사정도 마찬가지다. 테슬라·현대차·기아 등 유럽에서 인기를 끈 전기차 브랜드도 3분기를 기점으로 판매량이 주춤거리고 있다. 국내 기업을 통해 배터리를 조달하는 기업들이다. 이는 유럽에서도 배터리 생산량 조절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배터리업계는 미국에서는 이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주 홀란드공장 직원 170명을 해고했다. 지난 9월 선제적 정리해고를 실시한 SK온 조지아공장은 일부 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직을 실시했다. 현지 전기차 수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감산에 돌입하고 이에 따른 인력조정에 나선 것이다.

국내 배터리 기업이 북미 등지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만큼 자금 조달 측면에서 부담도 커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수요 둔화는 인프라 부족뿐 아니라 고금리 및 경기둔화 영향도 적지 않다"며 "전기차를 할부로 구입하려는 소비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배터리업계에도 영향이 가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배터리업체도 이자 부담이 커지고, 예상보다 공장 건설 비용이 커지는 상황에서 매출을 늘려 현금을 조달해 왔는데, 이런 구도가 약화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배터리업계의 힘겨운 보릿고개가 국내 기업에 기회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중국·유럽의 신생 배터리 회사들이 시장에서 퇴출당할 가능성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은 전기차 시장이 가장 먼저 열린 곳이지만, 수요둔화도 가장 빠르게 나타난 곳이다. 내수 중심의 중국기업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미국·유럽 등지로의 진출에 난항을 겪는다.

유럽 기업 사정도 심각하다. 매출 없이 대규모 기가팩토리 구축을 진행하다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유럽 1위 노스볼트의 경우 캐나다 기가팩토리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데 최대 고객사 폭스바겐 전기차 판매량 감소까지 겹쳤다. 여기에 작년 11월 화재 사고가 난 노르웨이 공장에서 이달 초 폭발 사고가 발생해 대외신인도 하락도 걱정해야 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산업 자체가 대규모 투자를 동반해야 하는 장치산업으로 변모하고 있어 후발주자들에게 더욱 가혹한 환경이 됐다"며 "2025년 이후부터는 배터리 수요의 폭발적인 성장세가 여전히 예견되는 만큼, 국내 주요 배터리사의 성장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현 기자 ok_k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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