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도그 분명 5개였는데, 하나 어디 갔어?"…꼼수 가격인상 칼 뺀다

박광범 기자 2023. 11. 18.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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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 7일 서울에 위치한 한 마트에 같은 크기로 진열된 우유의 용량이 각각 1000mL, 930mL, 900mL로 표시돼 있다. 최근 급격히 오르는 물가에 식품업계가 제품 가격은 그대로 두고 물건의 양을 줄여 사실상 가격 인상효과를 거두는 '슈링크플레이션' 전략을 취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2023.8.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고물가시대에 편승한 식품업계의 가격 눈속임이 논란이 되고 있다. 고물가에 대응해 가격은 유지한 채 용량을 줄이거나 값싼 재료를 사용하는 방식 등으로 꼼수 가격 인상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정부는 식품업체들의 이같은 꼼수 가격 인상에 대응해 이달 말까지 주요 생필품 실태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신고센터도 만들어 제보도 받는다. 이를 바탕으로 소비자들이 꼼수 가격 인상 여부를 쉽게 알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나갈 방침이다.

크림 줄이고 '진짜 초콜릿'→'초콜릿맛'으로…고물가에 글로벌 꼼수 가격 인상 논란 확산
1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과자로 알려진 오레오가 '슈링크플레이션'(제품 가격은 유지하는 대신 제품 크기나 중량을 줄여 사실상 가격을 올리는 전략) 의혹으로 구설에 휩싸였다. 기존 제품보다 크림 양이 많게 출시된 '더블스터프오레오' 제품이 실제로는 크림이 더 적게 들어있다는 의혹을 받으면서다.

논란이 커지자 제조사인 몬델리즈 인터내셔널 그룹은 "최근 몇 년간 코코아, 설탕 등 높아지는 원재료 가격으로 인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시도했다"면서도 "하지만 제품에 큰 변화를 주면서까지 물가 상승에 맞서지는 않았다"고 의혹을 반박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오레오를 비틀어 적은 양의 크림을 보여주는 영상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공개하는 등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스킴플레이션'(가격을 유지하는 대신 제품 질을 떨어뜨리는 전략) 논란도 있다. 글로벌 식품기업 펩시코의 계열사인 퀘이커사의 초코바 제품인 '딥스 그래놀라바'는 최근 제품 성분이 바뀐 사실이 드러났다. 초콜릿 코팅 원료인 코코아 버터가 값싼 팜유로 바뀐 것이다. 제품 포장지에 '진짜 밀크 초콜릿으로 만들었다'는 문구도 '초콜릿같은 맛'으로 바뀌었다.

국내 식품업계도 못피한 꼼수 가격 인상
국내 기업도 꼼수 가격 인상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롯데칠성음료는 '델몬트 오렌지 주스' 과즙 함량을 100%에서 80%로 낮췄다. 기존 80% 과즙 함량 제품은 45%로 낮췄다.

치킨 프랜차이즈 제너시스BBQ는 튀김기름으로 '100%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을 사용하다 최근에는 '올리브·해바라기유 50% 블렌딩 오일'을 사용한다고 공지했다.

또 풀무원은 지난 3월 9000원짜리 핫도그 1봉지의 핫도그 개수를 5개(500g)에서 4개(400g)로 줄였는데 최근에야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동원F&B는 '양반김' 2종 중량을 5g에서 4.5g으로, '동원참치 라이트스탠다드' 중량을 100g에서 90g으로 줄였다. 해태제과는 '고향만두' 2종 중량을 최대 16% 줄였다.

정부 꼼수 가격인상 실태조사 나선다…"정직한 경영 아니야" 식품업계 압박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마트 용산점을 방문, 물가점검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3.11.1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눈속임 가격 인상 논란이 커지자 정부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당장 식품업계의 가격 눈속임에 대응해 이달 말까지 주요 생필품 실태조사를 진행키로 했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17일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주재하며 "신고센터를 신설해 관련 사례에 대한 제보를 받겠다"며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소비자의 알권리를 제고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꼼수 가격 인상 여부를 소비자들이 보다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제도도 손 볼 예정이다. 제품 크기나 용량을 줄였을 때 소비자가 알 수 있도록 고시를 강화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제품 단위당 가격 변화를 한국소비자원 '참가격'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식품업계를 향한 정부 압박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소비재 가격은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되고 가격 책정도 회사에서 자율적으로 하는 것"이라면서도 "다만 소비자들의 물가 안정에 대한 여망 또는 편법 인상에 대한 시각 등이 부담스러워 용량을 줄이는 등의 꼼수 가격 인상이 얘기되고 있는데 이런식으로 접근하는 건 정말 정직한 경영이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슈링크플레이션은) 소비자들의 불신을 자초하고 결국 영업에 지속적으로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소비자들을 기만하거나 (소비자가) 정확하게 인지 안된 상태에서 일종의 꼼수 가격 영업행위가 이뤄지는 것은 어떤 형태든지 자제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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