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메기 되겠다” 최고령 당선 노리는 정치 9단 [금배지 원정대]
해남·완도·진도 출사표 박지원 인터뷰
3선했던 목포 떠나 고향서 도전
“국회에 가서 민주당 의원들에게
야당 역할 똑똑히 가르쳐 줄 것”
◆ 제22대 국회의원선거 ◆
‘정치 9단’,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붙는 박지원 전 국정원장(81)이 2024년 새로운 타이틀을 하나 더 얻을 수 있을까. 그가 내년 총선에서 이기면 역대 지역구 최고령 당선자가 된다. 1942년 생인 박 전 원장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동갑이다.
‘금배지’에 도전하는 지역은 18대 총선부터 내리 3번 당선됐던 전남 목포가 아니다. 그는 고향인 전남 진도군이 속해 있는 해남·완도·진도에 출사표를 던졌다.
지금은 ‘야인’이지만 하루에도 몇차례씩 방송 출연을 마다하지 않으며 정치판에 훈수를 두고 있는 박 전 원장을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날 박 전 원장이 던진 출마의 변은 “더불어민주당의 메기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어장에 메기를 풀어놓으면 미꾸라지들이 살기 위해 몸부림치면서 더 건강해진다는 이른바 ‘메기 효과(catfish effect)’를 박 전 원장이 꺼내든 것이다.
그는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를 얼마 전 만났더니 민주당 의원 168명 포함해 180명 야권 의원보다 원장님 ‘스피커’가 더 세다고 하더라. 제발 국회에 들어가서 민주당에 야당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쳐주라고 했다”는 이야기부터 전했다. 반드시 국회에 재입성해 윤석열 정부에 맞서 민주당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보겠다는 얘기다.
내년 총선에 당선돼 6월부터 임기를 시작하게 되면 박 전 원장의 나이는 82세가 된다. 이를 두고 ‘올드보이’의 무리수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는 질문을 던지자 박 전 원장은 “나는 올드보이가 아니라 스마트보이”라며 “나만큼 총기 있고 열심히 윤석열과 맞서 싸울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나와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출마 준비를 하면서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서울에서 방송에 출연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지역에 내려가 활동하는 패턴으로 생활하고 있다. 현역 의원 때도 해왔던 이른바 ‘금귀월래’다.
고령에 힘에 부칠 법도 하지만 박 전 원장은 직접 바지를 걷어붙이며 기자에게 장딴지를 만져 보라고 내밀었다. 건강관리를 위해 ‘4고’를 한다고 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걷고’, ‘참지 않고 말하고’.
박 전 원장은 “할 말을 참으면 암에 걸린다”며 “그래서 해야 할 말은 꼭 한다”고 했다. 요즘도 하루에 2시간씩 여의도 공원에서 속보로 걷는다고 했다. 그는 수첩을 내보이며 “운동을 한 후에 여기에 매일 동그라미를 친다”며 인터뷰 당일 저녁 8시 30분에도 운동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박 전 원장은 경선을 하면 승리를 자신했다. 지역을 다니다 보면 주민들이 힘을 실어주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고 했다. 박 전 원장은 지난 9월 25일 KBC방송에서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내세웠다. KBC 광주방송은 9월 22~23일 18세 이상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 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당시 결과를 살펴보면 박 전 원장이 47.1%로 지지율 1위를 기록했고, 윤재갑 의원 17.4%, 정의찬 민주당 대표 특보 12.5%, 이영호 전 국회의원 5%, 조웅 국민의힘 당협위원장 3.8% 등으로 나타났다. 박 원장은 고향인 진도군(59.4%)뿐 아니라 해남군(40.8%) 완도군(48.2%) 등에서도 가장 높은 선호도를 기록했다. 반면 윤재갑 의원은 해남군(19.8%) 완도군(16.2%) 진도군(13.9%) 등 세 지역에서 모두 10%대에 머물렀다.
김대중 대통령 당선 후엔 청와대 공보수석, 문화관광부 장관, 대통령 비서실장 등으로 중용되며 여의도와는 한동안 떨어져 지냈다. 이후 2008년 18대 총선에서 목포에 출마해 당선한 것을 시작으로 19대와 20대 총선에서도 무난히 승리하며 내리 3선을 했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박 전 원장은 민생당 후보로 목포에 출마해 민주당 김원이 후보에게 패배했다. 박 전 원장은 “제가 잘못해서 떨어진 것”이라며 “멀쩡한 민주당을 놔두고 안철수 신당으로 간 것 자체가 판단을 잘못한 것”이라고 반성했다. 그는 “지금도 신당 창당을 하자고 제안이 많이 온다”며 “하지만 실수를 다시 반복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당시 패배 후 야인으로 지내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원장으로 깜짝 기용됐고 지난해 12월 민주당에 복당하면서 다시 금배지에 도전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
지금까지 최고령 지역구 국회의원은 1960년 경북 안동 갑에서 78세로 당선됐던 김시현 전 의원이다. 비례대표까지 포함해 최고령으로 당선된 사람은 문창모 전 의원이다. 그는 1992년 제14대 총선에서 통일국민당 전국구(현재의 비례대표) 1번으로 나와 당선됐다. 당시 만 84세였다.
박 전 원장은 내년 총선에서 ‘역할론’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호남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 지역구도 정치가 아니라 호남을 단결시켜서 그 바람이 수도권과 전국으로 퍼지게 하는 그런 역할을 내가 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경선을 통해 후보로 확정되면 첫날부터 해남·완도·진도를 돌 것”이라며 “그다음은 호남을 비롯해 전국을 다니면서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겠다”고 말했다.
박 전 원장은 당선 이후의 목표도 제시했다. 그는 “낙후된 내 고향 발전을 위해서 혼신의 노력을 다 바치겠다”면서 “민주당 재집권을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지혜와 경험, 경륜을 쏟아부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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