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정우성, '서울의 봄' 장식한 인생 연기 [N초점]②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한국영화 간판 배우들이 다시 한번 스크린에서 인생 연기를 펼친다. 전두광으로 분한 배우 황정민, 이태신을 맡은 정우성이 영화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을 휘어잡는다.
오는 22일 개봉하는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영화다. 한국 영화 사상 처음으로 12.12 군사반란을 모티브로 삼았으며, '아수라' '태양은 없다' '비트' 등을 연출한 김성수 감독의 신작이다.
최근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서울의 봄'은 탄탄한 각본과 연출력, 서스펜스 등으로 호평을 얻은 가운데, 배우들의 열연과 앙상블이 영화를 장식해 주목받았다. 이러한 극의 중심을 이끈 황정민은 군내 사조직의 리더이자 신군부의 주축인 보안사령관 전두광으로 분했다. 전두광은 1979년 당시 10.26 사건의 수사 책임자이자 보안사령관이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인물이다.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하는 만큼, 파격적인 모습을 선보여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는 숱이 적은 머리 분장을 위해 매 촬영 4시간 동안 분장을 하며 인물에 완벽하게 녹아든 것이다. 또한 경상도가 고향인 황정민은 실존 인물의 경상도 사투리를 자연스럽게 소화하기도 했다.
이렇게 외적으로 전두광을 완성한 황정민은 실존 인물을 맡은 것에 대해 "시나리오 안에서 정답을 만들어 나갔다"고 했다. 이어 권력에 대한 탐욕을 지닌 악역을 맡은 것에 대해 "제가 '수리남' '아수라' 등에서 수많은 악역을 연기했는데, 나름대로 다 다르게 연기하려고 했고, 다른 색깔을 가진 인물이라 생각하고 연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화장실 신은 큰 난관이었는데 그 신에서 전두광이라는 인물의 탐욕의 끝이지 않을까 생각했고, 수많은 감정이 응축된 탐욕이 전두광에게선 웃음으로 보이지 않을까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황정민은 전두광에 완벽하게 녹아들었지만, 실존 인물인 만큼 매력적인 악역으로 다가오지 않게 만들며 완벽한 인생 연기를 보여줬다. 이와 관련 김성수 감독은 뉴스1과 인터뷰에서 "이 영화의 악당 두목은 매력적이면 안 된다, 그러면 영화를 만든 뜻이 사라지니 그 부분이 제일 고민이었다"라며 "그 부분을 주시하면서 영화를 찍었는데 (황)정민씨 연기하는 거 보면서 어느 순간 마음을 놨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황)정민씨의 스킬이다, 늑대 무리의 왕은 매력이 있다는 뜻이다, 그걸 최대한 차단하더라 본인이"라며 "인간미가 드러날 수 있는 요소를 차단하고자 했는데, 그 경지에 도달한 배우는 저런 것도 차단해 낼 수 있구나 깨달았다, 연기를 엄청 잘하지만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현장에서도 전두광으로 앉아 있었다"며 극찬했다.
전두광에 맞선 반대편의 인물은 선한 얼굴의 정우성이 장식했다. 정우성이 맡은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은 12·12 군사반란 때 반란군에게 맞섰던 수도경비사령관 소장 장태완에서 따왔다. 강직한 군인 정신을 발휘하며 악인에 끝까지 맞서 싸우며 흔들리지 않는 이태신의 모습을, 정우성은 올곧은 모습으로 표현해 냈다. 단단하고 순수한 신념을 강렬한 눈빛으로 풀어내 전두광에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며 호연을 펼친다.
정우성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는 건 부정할 수 없지만 영화는 영화 나름대로 재해석이 있으니까 실제에 대한 부담감을 털어냈다"라며 "영화에 모티브가 되는 인물이 배치가 되어 있었는데, 그래서 이태신을 위해 오히려 그 당시 수도경비사령관을 맡고 계셨던 분의 실제 이야기를 더 배척하려고 노력했다"고 고민을 밝혔다. 이어 "감독님도 이태신이라는 인물이 실제 사건에서 먼, 가공된 인물이라고 말씀해줘서 이태신은 어떤 인물이 되어야 할까 찾아가면서 했던 작업의 연속이었다"고 부연했다.
김 감독도 이태신에 대해 실존 인물과는 색깔이 조금 다르다며 "이태신은 탐욕스럽고 권모술수에 능한 캐릭터인 전두광과는 확연히 다른 인물로 묘사했다, 정확히 말해 서로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라며 "신념을 지키며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듬직한 아버지 같은 인물로 이태신을 그려냈을 때 영화 속에서 전두광과 이태신의 대립이 더욱 긴장감 있게 보일 것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황정민, 정우성은 12. 12 군사반란이라는 실화와 그 속에 있던 실존 인물들에 대한 깊이 있는 접근을 통해 영화가 의도하는 바와 어울리는 인물로 완벽하게 완성했다. 김 감독은 "불과 얼마 전까지도 승리의 역사라고 축하연을 하는 게 보기 싫었다"라며 "이 영화 속에서라도 그들의 승리가 아주 잠깐 누릴 수밖에 없는 승리이고, 결국 역사에서 패배자라 생각하길 바랐다"고 말했다. 이러한 뜻을 수차례 고민 끝에 역할에 고스란히 담아낸 만큼, 두 배우의 인생 연기가 호평과 더불어 흥행을 이끌 전망이다.
seung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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