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효환 한국문학번역원장 "한국문학, 세계 문학으로 선순환 시작됐다"[문화人터뷰]

신재우 기자 2023. 11. 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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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 해외 진출 통합 플랫폼
번역 아카데미 활성화 등 사업 확장
'북방의 시인'으로도 유명
시집 '소리 없이 울다 간 사람' 출간


[서울=뉴시스] 곽효환 한국문학번역원장(사진=본인 제공) 2023.11.1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한국문학은 이제 한국 독자들만이 아닌 세계의 독자들이 읽을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곽효환(56) 한국문학번역원장은 한국문학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다. "2003년에는 오정희 작가가 독일의 리베라투르상을 받은 것으로도 대서특필이 됐어요. 그런데 지금 보세요. 매년 국제문학상에서 6~7개씩 후보에 오르고 그중 서너개씩 상을 받잖아요."

실제로 2017년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이 부커상을 수상한 후 올해까지 한국문학은 세계시장 진출이 본격화됐다.

지난해와 올해는 연이어 정보라의 '저주토끼'와 천명관의 '고래'가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는가 하면 국제 더블린 문학상을 비롯해 전미도서상, 야스나야 폴랴나 문학상 등 유수의 세계문학상에 한국소설이 이름을 올리는 일은 더 이상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한강 작가가 '작별하지 않는다'로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상을 한국 작가 최초로 수상하기도 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 한국문학번역원에서 만난 곽 원장은 "한국문학이 도입기에서 성장기로 넘어왔다"며 "해외 출간이 활발해지고 이를 통해 문학상을 수상하는 선순환 체제에 들어가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세계문학으로서의 한국문학' 강조

"한국문학의 세계화가 아닌 세계문학으로서의 한국문학을 만들겠다."

지난 2021년 7월 곽 원장이 취임 이후 강조하고 실천한 말이다. 불과 2년 전 인데도 이 말을 이해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최근 세계문학상에 한국소설이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올해 해외 출판사와의 교류 행사에서 각국의 메이저 출판사들이 한국 문학을 찾아나서는 모습을 보면서 비로소 세계 문학에 합류한 한국 문학을 체감할 수 있었다"고 했다.

곽 원장은 한국문학 해외 진출 통합 플랫폼 'KLWAVE'를 비롯해 번역 아카데미 활성화 등 다양한 사업을 확장했다. 다만 지금의 상승세에 대해 '80년대 홍콩영화'를 예시로 들며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콩영화와 같이) 유행처럼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세계문학의 지도를 그릴 때 한국문학이 한자리에 있어야 돼요. 지금 우리가 세계문학 전집을 보거나 하면 셰익스피어로 시작해 괴테와 가르시아 마르케스로 이어지는데 아직까지 한국문학이 그 안에 들어가지는 않잖아요. 이런 세계문학의 지형 속에 한국문학이 들어가야 비로소 '세계문학으로서의 한국문학'이 되는 거죠."

새로운 시장으로 아랍권이 있다. 최근 샤르자 국제도서전의 주빈국 참가를 계기로 샤르자를 찾은 곽 원장은 "아랍어를 쓰는 국가만 22개고 인구로 따지면 3억5000만명이 넘는데 한 언어만 공략하면 이렇게 많은 독자를 만날 수 있는 큰 시장"이라며 "아랍어 번역 인프라를 구축해 전략적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했다.

"제가 궁극적으로 목표로 하는 것은 원어민 번역가가 한국 작품을 옮기는 거예요. 번역 아카데미를 대학원 수준의 교육기관으로 만들려는 것도 이 때문이고요. 생각해보면 우리도 한국인이 외국 작품에 대해 공부하고 이해해서 한국어로 번역하잖아요. 그러니 한국작품을 번역할 땐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외국어 번역을 맡기는 거죠."

[서울=뉴시스] 소리 없이 울다 간 사람(사진=문학과지성사 제공) 2023.11.1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북방의 시인'으로 돌아온 곽효환…"여정의 끝이 보인다"

곽 원장은 한국문학번역원장이기 이전에 '북방의 시인'으로 더 유명했다.

2010년 두번째 시집 '지도에 없는 집'부터 만주와 연해주 등 북방에 대해 시를 써온 그는 최근 새로운 시집 '소리 없이 울다 간 사람'을 출간했다. 백석과 이용악 등 그가 자신의 '시적 스승'이라고 칭하는 이들을 시에 등장시키는가 하면 조선인으로는 처음으로 연해주에 정착한 최운보에 빙의한 것처럼 쓴 시도 있다.

"고되고 길었던 여정의 끝이 마침내 저 너머에 보이는 듯하다."('시인의 말' 중)

시집의 전반부부터 다시 한번 북방을 소환한 그는 "북방에 대해 내가 구상했던 이야기는 80~90% 정도 쓴 것 같다. 앞으로는 이렇게 전면적으로 북방 이야기를 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며 여정의 끝을 암시했다.

곽 원장은 여러 의미에서 여정의 끝을 앞두고 있다. '북방'이라는 시적 주제를 떠나보낸 동시에 번역원장 임기도 이제 6개월이 남지 않았다.

"임기 동안 정말 숨 가쁘게 달려왔다"는 그의 다음 행보는 무엇일까?

"시인으로서 서정성의 극점까지 가보고 싶습니다."

그는 시집의 마지막 구절을 인용해 자신의 모습을 예고했다.

"나도 내가 어떻게 뻗어 어디로 가게 될지 모른다/하여 그것들이 빚어낼 훗날의 풍경 또한/서둘러 예단하지 않으련다"(수록작 '먼 풍경' 중)

☞공감언론 뉴시스 shin2r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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