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표매매보다 처벌 낮은 흉기소지…"흉기난동 대응형량 높여야"
(서울=연합뉴스) 안정훈 기자 = 올해 연이은 흉기난동 범죄로 시민의 불안이 커지고 사회적 관심도 높아졌지만 흉기소지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는 너무 낮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행법상 경찰 등 수사기관이 흉기를 소지한 잠재적 범죄자의 범행을 예방하기 어려워 형량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18일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김가은 입법조사관은 입법처가 최근 펴낸 소식지 '이슈와 논점'에 실은 '흉기 및 위험한 물건의 소지 규제와 시사점'이라는 기고문에서 흉기소지 행위에 대한 형량 강화를 제안했다.
기고문에 따르면 공공장소에서 흉기를 소지할 때 수사기관이 적용할 수 있는 법령은 총포화약법과 폭력행위처벌법, 경범죄 처벌법이다.
총포화약법 제10조는 판매업자나 제조업자 등을 제외하고 허가 없이 도검류의 소지를 금지한다. 허가 없이 도검류의 흉기를 소지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폭력행위처벌법 7조는 범죄에 고용될 우려가 있는 흉기를 휴대한 사람에 대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김 조사관은 총포화약법이 도검을 칼날의 길이가 15㎝인 칼, 검, 창 등으로 정의하는 등 실제 흉기난동에 사용되는 범행도구와 차이가 있어 처벌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8월 서울 지하철 2호선 객차에서 흉기난동을 부려 승객 2명의 얼굴에 상처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홍모(51)씨가 범행 당시 사용한 캠핑 도구도 총포화약법으로는 처벌이 어렵다.
김 조사관은 폭처법 또한 흉기소지를 처벌하기에는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2018년 6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단순한 흉기휴대로는 폭처법 위반 혐의가 구성되기 어렵기 때문에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흉기 보유가 정당한 사유가 없음을 입증해야 한다. 이처럼 추가로 입증해야 할 사실이 늘면서 사실상 실무적으로 활용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흉기소지를 처벌할 수 있는 법령은 경범죄 처벌법밖에 없다는 게 김 조사관의 설명이다.
경범죄 처벌법에서는 흉기를 은닉 휴대할 경우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한다. 이는 '2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하는 암표 매매 행위보다도 형량이 낮다.
김 조사관은 "경범죄 처벌법의 형량 기준을 '6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상향하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경미한 사건과 현행범인의 체포에 관해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214조에 따라 "다액 5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해당하는 죄의 현행범인에 대하여는 주거가 분명하지 아니한 때에 한하여만 체포가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형량을 높여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흉기 소지 자체는 경미한 범죄이지만 더 큰 흉악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더 적극적인 체포와 처벌이 가능하도록 수사기관의 선택지를 넓히자는 취지다.
실제로 일선 치안 현장에서는 흉기 난동 범죄 예방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선제 대응을 위한 규제 강화의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검찰은 2호선 지하철 흉기난동 사건 당시 "피고인이 범행에 사용한 위험물은 전체 길이가 8㎝에 불과해 사전에 그 위험성을 발견하고 범행을 차단하기 곤란한 특성을 보유했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경찰 기동대에서 근무 중인 A(27) 순경은 "현장 경찰관이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흉기를 소지한 거동 수상자에게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현행범 처벌을 강화해 시민 안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형량을 강화하는 게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반론도 나온다. 시민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대신 보다 정교한 순찰 등의 방식으로 범죄를 예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울 일선 경찰서에서 생활안전 업무를 담당하는 B 경정은 "호신용품으로도 들고 있는 물품인데 소지만으로 처벌하는 건 오히려 더 큰 문제일 수도 있다"며 "거동 수상자에 대한 적극적인 불심검문 등으로 범죄를 차단하는 게 적절한 방법"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hu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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