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PICK!] MZ 비켜, 할매가 간다…유튜브·틱톡 뛰어든 ‘그랜플루언서’
"겟 레디 위드 미(Get Ready With Me). 저랑 같이 외출준비를 해요!"
1200만 팔로워를 보유한 인기 틱톡커가 카메라 앞에 앉아 꽃단장하기 시작한다. ‘썸남’과 두번째 데이트를 앞두고 있다는 여성은 연신 “찢었다(Slay)”며 10대들이 사용할 법할 비속어를 습관처럼 내뱉는다. 올해 93세를 맞은 틱톡커 ‘그랜마 드로니악(Grandma Droniak)’이다.
구세대로 분류되던 노인들이 인플루언서의 계보를 잇는 신세대로 주목받고 있다. MZ세대(1980~2010년 출생한 사람)의 전유물로 취급돼온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그랜플루언서(Granfluencers)가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조부모를 뜻하는 ‘그랜드페어런트(Grandparent)’와 ‘인플루언서(Influencer)’의 합성 조어인 그랜플루언서는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영향력이 있는 65세 이상 노인을 뜻한다. 오랜 연륜과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내실 있는 콘텐츠가 온라인 세상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주제도 정치, 패션, 요리 등 각양각색이다.
70세 유튜버 스코티 킬머는 56년간 자동차 정비공으로 살았던 경험을 토대로 '자동 변속기 차에서 하지 말아야 할 5가지', '전조등 복원 비법' 등 자동차 관리법을 다룬 영상물을 올리고 있다. 대본작성부터 영상촬영, 편집까지 일인다역을 해내고 있다. 구독자는 598만명, 가장 인기 있는 영상의 조회수가 2227만회다. 인기에 힘입어 그의 이름을 내건 텔레비전 쇼프로그램까지 나왔다.
그는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세상에는 자동차에 관심은 있지만 어떤 자동차를 사야 하고, 어떻게 관리를 해야할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 10억명 넘게 있다"며 "내 주특기를 살려 유튜브 운영 한달 만에 40년 저축한 돈보다 더 많은 수익을 얻었다"고 말했다.
요리 유튜브와 틱톡을 운영하는 린 데이비스(67)도 그랜플루언서 가운데 하나다. '린자(Lynja)'라는 별명으로 활동하는 그의 영상은 예능적인 연출력이 가미돼 있다. 도끼로 수박을 자르고, 추수감사절 특집으론 칠면조 모양의 머리띠를 하고 칠면조를 굽는다. 구독자는 928만명이다.
노인 세대는 모바일이나 SNS 사용을 어려워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통계를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SNS를 사용하는 65세 이상 미국 인구는 2010년 11%에 불과했지만 2021년 41%로 껑충 뛰었다.
그랜플루언서 구독자의 절반 이상도 젊은층이다. 액티베이트 HQ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상위 10위 그랜플루언서의 구독자 중 74%가 18~34세인 것으로 집계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랜플루언서 인기요인은) 진정성, 유머, 지혜, 독특한 개성”이라며 “인기 있는 그랜플루언서는 게시물당 3만달러(3885만원)~15만달러(2억원)를 벌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유명 디지털미디어 '리파이너리29'는 그랜플루언서의 연륜을 주목했다. 리파이너리29는 "그랜플루언서는 (SNS에서) 이전에 볼 수 없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며 "(다른 인플루언서들과 달리) 시청자들에게 통찰력을 준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랜플루언서 콘텐츠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코리아 그랜마'로 알려진 박막례 할머니(76)는 대표적인 인플루언서로 꼽힌다. 치매를 예방하려는 목적으로 손녀와 시작한 유튜브가 대박이 나 구독자수 122만명에 달한다. 2019년 유튜브 CEO 수전 워치츠키가 박막례를 만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여 영상에 출연했을 정도다.
그외에도 유튜브 채널 ‘성호육묘장’은 60대 베테랑 농부 안성덕씨가 운영하는 채널로, 구독자가 40만명이 넘는다. 틱톡에서 중장년을 위한 패션 꿀팁을 알려주는 60대 크리에이터 ‘더뉴그레이’도 구독자 33만명을 보유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그랜플루언서들에게 법적 자문을 하는 로즈 미드 하트 변호사는 "당신이 25세인지, 80세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콘텐츠 제작에 있어 공평한 장이 열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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