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독거 노인 집에서 발견된 500여마리 고양이 사체…7.5t 달해

지난 16일 충남 천안시에 거주하는 60대 A씨의 집에서 고양이 사체 500여 마리가 발견됐다. /동물과의 아름다운 이야기

중증 치매를 앓는 60대 여성의 집에서 500여 마리 고양이 사체가 발견됐다. 길고양이를 집으로 데려와 기르다가 죽으면 신문지로 싸서 냉장고 등에 보관해 온 것인데 수거된 고양이 사체는 7.5t에 달했다.

18일 충남 천안시와 동물 보호 단체 ‘동물과의 아름다운 이야기’에 따르면, 지난 16일 동남구 봉명동 행정복지센터에 “악취가 심하게 나는 아파트가 있고, 집주인이 ‘애니멀 호더(Animal hoarder·동물 수집에 강박을 가진 사람)’가 아닌지 의심된다”는 주민 신고가 접수됐다.

천안시와 동물권 단체가 현장을 확인한 결과 60대 여성 A씨 집 내부에서는 고양이 500여 마리의 사체가 발견됐다. 살아 있는 고양이 28마리도 있었다.

냉장고와 옷장, 가방 등 집안 곳곳에서 고양이 사체가 나왔는데, 신문지에 싸둔 것이 대부분이었다. 사체와 그에 엉겨 붙은 분변 등을 포함해 천안시가 수거한 쓰레기는 7.5t에 달했다.

A씨는 건강 문제로 현재 병원에 입원했다. 그는 4년 전 남편과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다가 20여 마리를 집에 데려와 기른 것으로 알려졌다. 남편과 사별한 후에도 길고양이를 집으려 데려오는 일은 계속됐다.

천안시 관계자는 “평소 악취로 인해 민원이 자주 발생했지만, 직원들이 방문하려 해도 상담을 거부해 어려움이 많았다”며 “폐기물 수거와 특수청소 등을 마쳤다”고 했다.

동물과의 아름다운 이야기 측은 인스타그램에 A씨 집 내부를 촬영한 영상을 공개하며 “도심 한복판 아파트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나”라며 “명백히 동물 학대이며 처벌 대상”이라고 했다. 생존한 고양이 25마리는 동물 보호 단체가 인계했다.

애니멀 호더는 좁은 공간에 많은 수의 반려동물을 모아두고, 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고 방치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보호자가 반려(伴侶)를 목적으로 기르는 동물에게 최소한의 사육 공간을 마련하지 않아 병들게 하면 학대로 간주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